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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는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고? (서울마라톤, 3/4)

산무수리 2007. 3. 4. 23:42
'비가 오려 할 때' - 문태준(1970~ )

비가 오려 할 때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비 오려 할 때, 사라진 사람들이 떠오를 때, 병원 앞에서 늙은 사내의 지팡이가 떨릴 때, 잠결에 사랑하는 이가 엄마- 부르며 훌쩍일 때, 잠자리가 괜히 마당을 한 바퀴 돌 때, 새로 도배를 하다 지난여름 맞아 죽은 모기와 눈이 마주칠 때, 또 비 오려 할 때, 물능선 위로 갑자기 배 한 척이 가물거릴 때, 가물거리며 돌아오는 것도 돌아나가는 것도 아닐 때, 방금 흘린 피가 옛일처럼 말라붙을 때, 그대여- 처음처럼 당신을 부를 때. <김선우.시인>



서울 마라톤을 뛰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주님부부를 만날 수 있어서입니다.
춘마에서는 집에 오는 길이 너무 막혀 함께 뛰지만 기다리지 못한 죄송함을 이 기회에 만회 해 보고자 작년에는 하프를 뛰었는데 올해는 풀을 뛰기로 했습니다. (부부 완주상까지 준다네요...)
더구나 올해는 10회라고 마라톤 빤쥬까지 풀 뛰는 사람만 준다니 여러가지로 풀을 뛸 이유가 있었습니다.

헌데 남푠이 바빠 오늘 못 왔습니다. 부부 완주상 물 건너 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프만 신청하는건데... 기념품에 눈이 어두워서 결국 만용을 저지르게 되었네요.
주장각은 일찌감치 하프 신청하고 제자들까지 함께 뛰러 온답니다.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 없으니 아침에라도 얼굴 보기로 했습니다.
보살도 작년에 이 대회에서 입문했는데 아직 풀 뛸 준비가 되지 않아 하프만 뛰기로 했습니다.

사당에서 전철 갈아타는데 한 아자씨 금방 뛰어 나가기만 하면 되는 패션으로 타고 앉아 계시더군요. 오늘 비 온다는데 다 뛰고 젖으면 어쩌시려고 반바지 입고...
아마도 물건 맡기는걸 잘 모르는 분인것 같습니다. 들고 뛸 수는 없으니 차비만 주머니에 넣고 머리띠 까지 하고 앉아 계시더군요.


보살과 잔차를 주로 탄다는 그의 동업자입니다

 
주장각과 주님부부와 무수리입니다

 
들바람이 풀로 마라톤에 입문한답니다 (걱정 됩니다~)

 

 

 

 

 
두분 하프 뜁니다. 잘 뛰시와요~

9시 경 물품 보관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들바람은 처음 도전인데 그것도 한달을 남겨놓고 풀 신청을 하더군요.
좀 염려가 되었는데 한 고집 합니다. 직접 해 봐야 아니 네맘대로 하시라고 해서 더 이상 조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보다 더 빨리 들어올까봐 내심 걱정을 조금 했습니다.

만나서 사진찍고 물건 맡기고 하는데 사람이 많이 우리들도 다 헤어져 버렸습니다.
출발선에서 뛰어 나갑니다. 몸도 썩 좋지 않아 욕심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추월 해 갑니다. 조금 가니 주님부부가 제 앞에 뛰네요. 제가 같은 E  그룹이라고 놀래십니다. 4.30 이후는 다 E 그룹이고 기록 없는 사람은 F인가 봅니다.
외국인이 많이 뛰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마라톤 관광상품으로 개발된것 같습니다.
 
애주가의 한사랑, 다사랑 부부십니다~

 
사회보면서 골인하는 사람들 이름을 일일히 불러 주시네요~

 
가평킹카님 골인하셨습니다~

 

 
이 모자 쓴 아자씨 접대 달리기 나왔는지 계속 제 앞뒤에서 보이는데 사진을 찍고 뛰쳐 오고 하더니 골인은 늦었습니다...

 
82세 골인하십니다.  -6 입니다

 
들바람이 바람과 비에 다 젖어 버렸습니다

 
들바람 패밀리입니다. 마눌님은 실물이 훨씬 예쁘고 애뗘 보입니다.

 
드디어 은계님 골인~ 아 우리도 집에 갈 수 있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다 싶었는데 5K 지점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헌데 일단 길로 나섰는데 어쩌겠어요. 그냥 뛰어야지요.
다행히 비는 오다 말다 해서 아직은 길도 질지 않고 그럭저럭 뛸만 합니다.
10K 지점에 애주가 자봉팀이 계셨습니다. 몇분에게 인사를 하고 그냥 뜁니다.
헌데 처음 풀 뛴다는 뻐국이님과 그 패메로 용가리님이 보고 아는체를 하십니다. 애주가의 주님부부인 야생화님도 오늘 첫 풀 도전인데 남푠이 옆에서 함께 뛰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탄천으로 들어서고 종합운동장도 지났는데 반환점은 보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오늘 거리 너무 안 줄어드네요...
15 넘어가지 정말이지 미칠것 같습니다. 반대편 반환점 도는 사람들이 왜 그리 부럽던지...
드디어 반환점입니다. 이때는 나도 모르게 힘이 나서 속도가 빨라 집니다. 하프 지나고 조금 가니 가평킹카님이 지나가십니다. 아주 반갑습니다.

반환점 지나니 계란후라이에 김밥을 싸서 줍니다. 밥 주는 대회는 또 처음인것 같습니다.
밥 하나에 계란 한개 먹고 파워젤도 먹고 넘들은 이곳에서 오래 쉬는데 남들 놀때 가 둬야 할것 같아 먹자 마자 뜁니다.
들바람이 힘들게 지나갑니다. 불러도 처음엔 못 알아듣더군요.
조금 뒤에 은계언니가 지나갑니다.

오늘 전반부에 천천히 뛰어서인지 후반부에는 새기분으로 뛰어서인지 그럭저럭 처지지 않고 뛸 수 있습니다. 몇명 걷거나 힘겹게 뛰는 사람들을 제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허리 아파 조금 염려를 했는데 뛴다고 더 아파오지는 않고 비슷합니다. 그래서 뛰었습니다.
비가 도로 내리네요.
애주가 자봉팀에서 바나나 하나 먹고 물도 마시고 힘내서 옵니다.
늘 막판에 지쳐 추월 당했는데 여수 대회 이후 많이 좋아졌습니다. 별로 추월 안 당하고 끝까지 완주 했습니다.
춘마 기록과 비슷했습니다. 초반에 천천히 뛰는게 역시 좋은것 같습니다. 처음에 제 앞에서 뛰던 분들 제 뒤로 들어오는 분이 더 많았습니다.
아참, 다음 블로그친구인 황매산님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네요. 일찍 들어와 벌써 옷 갈아입고 가시는것 같습니다. 춘마에서 풀 입문한 걸로 아는데 겨울동안 훈련 많이 하셨나봅니다.

결승점에서 대회 기념품인 대형타월을 어깨에 둘러 줍니다.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아주 좋은 기념품이네요. 여자 완주자에게는 장미꽃까지 주네요?
기념품 받고 옷 갈아입고 맞을 차비를 하러 나갔습니다.
가평킹카님은 조금 기다리니 바로 오셨습니다.
들바람과 은계언니 기다리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우산이 자꾸 뒤집어 집니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은계언니까지 골인.

평촌까지 태워다 주셔서 편안하게 왔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었어야 했는데 옷도 다 젖었고 날도 그렇고 집안 일로 마음이 바쁘신건 같아 잡지 못했습니다.
성적이 나빠 풀 졸업하셔야 겠다는데 성적이 나빠 졸업 안되고 유급 해야 할것 같습니다.
다시는 풀 안 뛴다는 들바람.
과연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