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추월 당하지나 말지? (12/2)

산무수리 2006. 12. 4. 23:19
'밥 먹는 법'- 정호승(1950~ )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왼손잡이는 말합니다. 밥 먹는 손이 왼손이면 안 되나요? 환경운동가가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알아도 먹다 남긴 음식이 자연을 상하게 한다는 건 배워도 잘 몰라요! 저도 말합니다. 밥 먹는 법은 나이마다 다르다고. 흘리면서 먹다, 놀면서 먹다, 시간 내서 먹다, 눈치 보며 먹다, 누워서 먹는다고. 마흔이 넘도록 여전히 젓가락질하는 것도, 혼자 밥 먹는 것도, 굶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만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참된, 밥 먹는 법, 도(道)에 이르는 길입니다! <정끝별.시인>

필자 약력=▶1964년 나주 출생 ▶8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토요일 오후 여의도에서 뛰는 마라톤.
무용 10K 입문하는 대회이고 토요일 오후이니 산행에 지장도 없을것 같고 보살도 뛴다고 해서 셋이 신청.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10k 뛰긴 좀 그렇다. 시합을 연습처럼 하는 나이니 이 참에 Lsd 겸 하프를 뛰어야겠다. 어차피 기념품도, 참가비도 똑같으니까...

날이 많이 추워졌다고 하는데 작년 12월에 춥다는 구세군 대회에서도 막상 뛰니 손은 좀 시렵고 발도 시렵지만 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 두껍지 않은 옷을 준비해 갔다.
보살은 갑자기 집안에 상을 당해 거기 가야해 못 뛴다고 칩 반납을 부탁한다.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고 12시 쯤 둘이서 전철을 타고 출발.

여의나루 역에 가니 날이 추워서인지 역사에 사람이 가득하다. 홍미모도 화장실에서 만났다. 거긴 동호회에서 여럿이 왔단다. 다리가 아직 아파 오늘도 병원 들렸다 오는거란다. 정말 못말린다.
화장실에서 경기복 갈아입고 대회장에 가니 다들 추워서 동동거린다. 주최측에서 나누어주는 비닐을 하나씩 입고 조끼를 입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티만 입기로 했다. 장갑은 두꺼운거 끼기로 했다.

이런 날씨에도 나시티에 반바지 입은 백성도 있다. 반면 겨울 등산복 차림인 사람도 수두룩하다. 특히나 한강의 바람은 장난이 아니란다. 되돌아올 때 무척 추울거란다.
무용과 같이 무릎에 카네시오 테이프 시술해 주는데서 테이프를 붙이고 나니 아무래도 불안하다. 도로 맡긴 짐을 찾아 조끼를 입으려고 하니 이제야 짐 맡기는 사람이 많아 포기하고 그냥 뛰기로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좁은 길은 병목현상까지 벌어진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이 개 등에다 배번호를 붙이고 함께 달린다. 이 개 나보다 훨씬 일찍 반환점 돌아오는걸 봤다.
날이 춥다고 하니 올 봄 동아는 -7도 였다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
초장부터 비닐 벗어던진 사람도 있고 끝까지 입고 뛰는 사람도 있다. 나도 올때 추울까 겁이 나는데 아무래도 덥다. 5K 못 미친 곳에서 벗어 들고가다 거치장스러워 휴지통이 나와 버리고 갔다.

날이 추워 목은 별로 안 마르지만 나오는대로 마셨다. 간식도 별로 안 먹힌다.
아무튼 내 딴에는 열씨미 뛰지만 내 정도의 속도는 남자로는 후미의 속도다. 나는 죽어라 뛰는데 내 앞서서 걷는 사람을 보면 참 힘이 빠진다.
반환점 돌고 이젠 추울까바 속도도 못 늦추겠다. 그 와중에 오리털 조끼입고 땀 뻘뻘 흘리며 뛰는 사람들. 정말 딱하다.
몇명을 목표로 삼아 추월을 해 보지만 어느새 도로 추월 당한다.
추월 할 생각말고 당하지나 말지...

아무튼 추운 날씨 때문에 쫓겨 뛰어 들어와서인지 내 수준에서 생각보다 기록은 나쁘지 않았다.
무용은 기다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날이 추워 기다리는것도 힘이 들고 2시간 이내 못 들어올테니...
옷 얼른 갈아입고 기념품 받고 칩 반납하고 커피만 한잔 얻어 마시고 바로 전철을 타고 오는데 잠시 헷갈려 환승을 잘못해 지체하다 동네에 가서 목간통 들렸다 집으로~

오늘도 오늘이지만 낼 산행이 더 걱정이다. 과연 하프를 뛰고 바로 다음날 긴 산행이 무리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