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관(北關)'- 백석(1912~95)
명태(明太)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냄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新羅)백성의 향수(鄕愁)도 맛본다
명태창난젓과 거친 고추찌꺼기와 막칼질한 무를 비벼 익혔다니, 북관 음식 가재미식해와 '다대기' 맛을 떠올려 봅니다. 젓갈의 비리고 고리한 맛과, 고추의 맵고 얼큰한 맛과, 무의 달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푹- 익었겠습니다. 그게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냄새에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맛이라니, 또 그게 북쪽 끝 여진의 살내음이고 남쪽 끝 신라 백성의 향수라니, 한반도의 천년을 종(縱)하고 횡(橫)하는 시인의 미각 앞에 기꺼이 무릎은 꿇어집니다레~. <정끝별.시인>
작년 1회 대회였던 여수대회를 뛴 산이슬.
호미곶이 바람이 차고 언덕 많기로 유명한 대회인데 여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헌데 경치는 정말이지 끝내 준다고 한다. 호미곶과는 달리 여수는 하프대회도 있다고 함 뛰어보지 않겠냐고...
언덕이 어느정도인가 호기심도 생겼고 바다를 보며 뛰는 경치도 환상이라고 하고 마침 방학이기도 해서 일단 신청을 했다.
하프도 있다지만 여수까지 가서 하프를 뛰기엔 너무 아까운것 같다. 그래서 무리인줄 알지만 겁없이 풀을 신청. 신청하면 연습 하겠지 하는 배짱으로...
그나마 다행으로 남푠도 같이 가서 뛰어 볼까? 혼자 가는건 면했다. 애주가에서도 여수대회를 뛰러 가자고 글이 올라와 있다.
교통은 주최측에서 셔틀버스를 대도시에 운영을 하는데 왕복교통비가 단돈 만원.
토요일 오후 3시에 종합운동장에 가니 셔틀버스가 4대나 있다. 당일 새벽 출발하는 버스도 여러대 있다고 한다.
헌데 날이 춥고 눈이 내린다. 이런 날씨에 어찌 뛰냐고 내내 걱정을 하는 남푠. 주로에 눈이 쌓였으면 안 뛴단다. 한강 그 눈 오는 날도 하프 두번뛰는 왕복으로 풀 대회도 하고 -3 주자도 나오고 다 한단다. 여수엔 춥지 않아 눈이 안 내린다니까?
자리가 널널해 한자리씩 차지하고 난 엄청 잤다. 이렇게 많이 자 보기도 처음인것 같다. 눈이 내려 차가 많이 지체된다. 휴게소에서 두번 쉬는데 간식의 거의 모든 종류를 먹어본것 같다.
여수에 6시간 반 걸려 도착하니 거의 10시다.
내리자마자 뿔뿔히 흩어지는 사람들. 우리도 방 하나 잡고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무얼 입고 뛰나 한바탕 패션쇼를 벌인다.
남푠은 제대로 된 옷도 없으면서 옷이 한 가방이다. 그래놓고 뭘 입냐고 고민이다. 참 걱정을 사서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날이 춥다지만 남쪽나라라 칼바람이 아닌것 같다. 그 추운 한강 바람에서도 뛰었는데 설마...
옥천 휴게소
덕유산 휴게소에서
1/7(일)
7시에 일어나 대회 복장으로 갈아입고 문 연 식당에서 아침을 다 먹었다. 대회 시작이 10시반이라 뛰기도 전에 허기지면 안되니까...
식당 손님 대부분이 다 러너들이다.
아침을 먹고 대회장이 걸어서 20분 정도라고 한가. 몸도 풀겸 걸어서 가기로 한다. 길을 물어보니 친절한 여수 시민께서 갈림길까지 데려다 주신다.
헌데 경치 정말 멋지다. 걸어서 오니 경치보는 호사도 한다. 고수들 몇명은 벌써 몸풀기에 들어갔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도 도착한것 같다.
걸어서 대회장에 가니 어수선 하다. 탈의실도 좁고 화장실도 비좁다. 옷을 맡겨야 하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 맡기기 겁난다.
오늘 4:15 페이싱 조장인 산이슬이 대구 셔틀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도착한것 같다. 페이싱 준비하느라 바쁜것 같아 인사만 하고 나중에 보기로 했다.
광화문 페이싱팀인 산이슬
짐을 맡겨야 하는데 바람때문에 잠바 벗기가 겁난다. 탈의실의 들어가보니 여자들이 다 초절정 고수들인것 같다. 서로 언니, 동생 하는 폼이 잘 아는 사람들인것 같고 그중 몇명은 100회 완주 티를 입고 있다. 기 죽는다.
이 고수들이 춥다면서 옷을 껴입고 모자, 장갑도 두꺼운걸 입고 어떤 사람은 두꺼운 추리닝 안에 쫄타이즈까지 입고 있다.
내 옷은 너무 얇은게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된다. 헌데 껴 입을게 없는데 어짜지? 불안해서 얇은 긴팔을 속에 하나 더 입었다.
헌데 탈의실에 들어온 산이슬 왈, 여수는 바람은 많이 불지만 찬바람은 아니라고 한다. 너무 더우려나? 천천히 뛸거니까 그냥 두개 입고 뛰기로 했다.
출발점에서 찍혔다. 잘 나와쓰... 뒤의 빨강모자 롱다리가 차회장~
애주가 회원 3분도 만나 인사를 하고 주로에 섰다. 산이슬은 4:15이라 남푠과 앞쪽에 서고 나는 차회장 근처에 섰다. 4;45 페매라 이 팀을 쫓아가면 될것 같다.
헌데 막상 출발하니 내가 좀 앞서서 가게 되었다. 소호를 돌자마자 바로 언덕이다. 그것도 경사가 제법 된다. 초장부터 걷는 사람이 있다. 아무튼 언덕 확인하러 왔으니 천천히지만 뛰어 올라갔다.
올라가니 4:30 페매 세명이 나란히 가고 있다. 메이져 대회에서는 페이스 메이커 주변에 사람이 둘러쳐져 있어 근처에 가기도 힘은데 여긴 페매 근처가 한산하다.
끝까지는 못가겠지만 이 패메를 쫓아가 보기로 했다.
날보고 이 대회 코스 알고 왔냐고 한다. 그래서 산이슬이 추천해서 왔다고 하니 영남의 2인자라며 날 보고도 잘 뛰냐고...
여수까지 와서 하프 뛰긴 너무 아까워 무리인줄 알지만 풀을 뛴다고 하니 맞다면서 외국대회에 나가는 우리나라 아마추어들도 10K 만 뛰던 사람도 외국까지 가서 조금 뛰면 아깝다고 걸어서라도 들어온다며 다 풀 신청을 한단다. ㅎㅎㅎ
아무튼 언덕이 쉴새없이 나온다. 10K 반환점 지나니 해맞이 동산. 조망 정말이지 끝내준다. 한 팀이 사진 찍고 오면서도 금방 추월해서 가는 그 여유가 정말 부럽다.
괜히 다리도 당기는것 같고 무릎도 아픈듯 하다. 이래가지고 완주 가능하려나?
거의 모든 코스가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끼리 응원 경쟁이라도 벌이는듯 먹을거에 응원이 장난이 아니다.
다른 대회에서는 하프 지나야 간식을 주는데 이 대회는 첫번째 언덕 올라서자마자 간식과 음료수를 주더니 마지막까지 간식을 무제한으로 준다. 그래도 주는대로 다 먹었다. 비타 1000에 소주에 맥주를 주는 마을도 있었다.
대회겸 마을 단합대회를 하는것 같다. 이런 지방대회를 하면 군청에서 지원이 나온다고 한다. 입소문이 잘 나야 지방대회를 참석하지 아니면 완전히 파리 날리는 대회가 된다고 한다.
페매 옆에서 뛰니 귀동냥도 많이 듣게 된다. 함평 마라톤에 가면 꿀물을 하도 타 주어 나중에 소변 색깔이 노랗게 된다나, 어쩐다나...
한 페매 왈, 지리산 2박으로는 못가도 무박으로 뛰어는 간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런 고수와 페매해 달리는게 영광이네?
운동화끝이 풀려 좀 지체했다 따라 붙으니 어디 갔다 왔냐고 아는체를 해 준다.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에서는 페매 뒤에서 뛰어야 바람을 피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하프 선두주자들이 질주해 가고 한참만에 풀 주자들이 반환점 돌아오는데 다른 대회와 달리 풀 주자들도 전력질주를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달리는것 같다. 내리막인데도....
반환점 돌아오는 사람들 한눈팔다 중앙선 표시 돌출부분에 걸려 오체투지를 했다. 안경 덕분에 얼굴은 안 다친것 같은데 무릎이 아프고 가슴도 약간 받힌것 같고 오른쪽 손가락과 손목이 조금 아프다.
지나가는 사람이 얼른 일으켜 주면서 걱정을 해 준다. 사진 찍으며 여유 부리던 사람인것 같다. 정말 고마웠다.
애주가 바람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남푠도 지나가고 산이슬 페매팀도 지나가는데 페매 근처에 일반 주자들은 한명도 안 보인다. 페매를 위한 페매가 되 버렸다. 하긴 내가 쫓아가는 4:30 페매 근처에도 몇명 되지도 않는다.
참샘 근처의 마을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반환점 근처에 다다르는데 끝없는 내리막이다. 이 언덕 되돌아 올라올 생각을 하니 정말이지 한숨 난다. 오르막이 무서운게 아니라 내리막이 더 무섭다. 특히나 이 주로는 되돌아 갈 때의 오르막이 훨씬 길다던가?
드디어 반환점. 2시간 10분 지난것 같다. 반환점에서 오뎅을 준다. 건데기만 몇개 먹었다. 헌데 이 속도로 4;30 페매가 늦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시간에 쫓기는지 이 패메팀 앞으로 내 달려 가버린다. 도저히 쫓아 갈 수가 없다. 오르막에서는 정말이지 지친다. 걷는 사람이 더 많다.
한참 간것 같은데 23K, 많이 온것 같은데 24K. 거리가 정말이지 안 줄어들고 언덕은 계속 나오고...
언덕만 해도 힘이 든데 꼭 맞바람이 불어 댄다. 바람때문에 내 모자의 귀마개가 어찌라 팔랑대는지 엄청 시끄러웠다. 다들 걸어 나도 걸었다. 힘도 들었고....
마지막이지 싶으면 앞에 또 언덕이 나오고 또 나오고...
더구나 100회 마라톤 티를 입은 한 남자가 날보고 그렇게 발소리가 크게 뛰면 무릎 아프지 않냔다. 누군 가벼운 발걸음을 뛰고 싶지 않으리? 달래 후미 주자인가?
그래도 텅텅대는 내가 결국 100회 주자 추월했다.
오는 주로에서 박하사탕을 주는데 좀 힘이 난다. 파워젤도 30K 넘는 곳에서 마지막 세번째것 다 먹어 치웠다. 이덕 저덕으로 완주는 해야 겠기에...
나를 추월해 가던 사람들을 반은 다시 내가 추월한것 같다. 몇명 되지도 않지만...
헌데 4:30 페매 한명이 풍선 떼고 걷고 있다. 무릎이 고장난것 같다. 왜 걸으세요?
날 보고 잘 뛴단다.
한참 가니 지리산 뛰어 다닌다는 젊은 페매도 걷고 있네?
뭐하시는 거에요? 이 주자는 마지막 스팟을 하더니 막판에 나보다 조금 일찍 골인했다. 3명중 한명만 그나마 페이싱대로 가고 2명이 페이싱 실패인것 같다. 다들 3;30 이전 기록자 들인것 같은데...
후반 시간이 촉박해 너무 내달려서 지쳐서인가?
드디어 마지막 언덕인가보다. 진짜 마지막이란다.
후미 주자들이라 대부분 지쳐 이젠 내리막에서도 걷는다. 난 마지막 힘을 다해 천천히 뛰었다. 후반에 지친 나 답지 않다. 기분 좋다.
결승점까지 나름대로 뛰었다. 남푠이 사진을 찍어 준다. 전광판을 보니 4;45 이다. -5다. 내가 대견하다. 그렇게 천천히 뛰고 걷기까지 했는데도 작년 동아 대회보다 기록이 좋다.
탈의실에 들어오니 산이슬이 안 그래도 날 맞으러 나가려는데 벌써 들어왔냔다.
풍선달고 들어오는 산이슬팀
이게 나라는데 역광이라 보이지도 않넹?
웃으면서 뛴 대회도 아마 처음인것 같다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려수도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던 잊었던 단어가 바로 여기였구나...
정말이 이 멋진 곳을 뛸 수 있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했다.
좋은 친구 덕분에 여수까지 뛰러 올 기회가 되고. 사람은 자고로 좋은 친구를 만나야 한다니까~
남푠도 막판 언덕에서는 걸었단다. 추월해 가던 사람들 결국은 다 따라 잡았단다. 마라톤이 장거리 달리기는 맞는것 같다. 30K 까지는 그럭저럭 뛰지만 막판에 결국은 연습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차이가 나는것 같단다. 남푠 기록 중 최악인 3시간 52분대. 나랑 또 -1 기록이다.
완주 후
먼저 들어와 굴떡국을 먹었다간 후환이 두려울것 같아 날 기다린 남푠. 헌데 늦어서 떡국이 다 떨어졌다. 맛있다는데 아쉽다.
주로에서 간식을 여러가지 먹어 별로 배고픈 줄을 모르겠다. 주변 식당도 마땅하지가 않다. 집에서 가져온 과일, 빵 등이 있으니 요기하고 휴게소에서 먹으면 될것 같다.
대회 기념품인 간고등어 트럭들
산이슬과 작별하고 셔틀버스를 탔다. 거의 1시간 만인 4;40 가까스로 출발.
이 차에 탄 관계자인 육상협회 심판장 때문에 아주 즐겁게 왔다.
매주 전국대회를 다니신단다. 아무튼 73세라는데 정말이지 즐거웠다. 특히니 부부주자들을 시기 질투하는 멘트로 다들 배꼽을 잡았다.
아주 멋진 심판장님
갈때는 6시간 반. 올때는 5시간 만에 올 수 있었다. 다들 간고등어 한 박스씩 들고 집으로~
집에 오니 청소를 하고 가 집이 깨끗하다.
씻고 빨래하고 물집이 생긴 발을 치료하고...
이번엔 왕물집 2개만 생겼다. 발톱도 멀쩡하고...
날 보고 발 모양이 이상해서 물집이 생긴단다. 헌양말, 헌 신발에 바세린을 발랐는데도 이렇다.
그래도 뛰는 동안 터지지 않아 다행이다.
아무튼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친구가 준 만두국을 끓이고 기념품 간고등어를 구어 아침 잘 먹었다.
대회후기를 오전에 한판 썼는데 다 날아가 점심먹고 새로 썼다.
여수까지 가 대회만 참석하자니 많이 아쉽다.
주로는 힘이 들지만 또 해 볼만한것 같다.
내년엔 아예 한차 만들어 미리 가던 대회 후 하루 더 묵든 해서 향일암도 보고 오면 좋을것 같다.
함께 가실래요?
명태(明太)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냄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新羅)백성의 향수(鄕愁)도 맛본다
명태창난젓과 거친 고추찌꺼기와 막칼질한 무를 비벼 익혔다니, 북관 음식 가재미식해와 '다대기' 맛을 떠올려 봅니다. 젓갈의 비리고 고리한 맛과, 고추의 맵고 얼큰한 맛과, 무의 달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푹- 익었겠습니다. 그게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냄새에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맛이라니, 또 그게 북쪽 끝 여진의 살내음이고 남쪽 끝 신라 백성의 향수라니, 한반도의 천년을 종(縱)하고 횡(橫)하는 시인의 미각 앞에 기꺼이 무릎은 꿇어집니다레~. <정끝별.시인>
작년 1회 대회였던 여수대회를 뛴 산이슬.
호미곶이 바람이 차고 언덕 많기로 유명한 대회인데 여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헌데 경치는 정말이지 끝내 준다고 한다. 호미곶과는 달리 여수는 하프대회도 있다고 함 뛰어보지 않겠냐고...
언덕이 어느정도인가 호기심도 생겼고 바다를 보며 뛰는 경치도 환상이라고 하고 마침 방학이기도 해서 일단 신청을 했다.
하프도 있다지만 여수까지 가서 하프를 뛰기엔 너무 아까운것 같다. 그래서 무리인줄 알지만 겁없이 풀을 신청. 신청하면 연습 하겠지 하는 배짱으로...
그나마 다행으로 남푠도 같이 가서 뛰어 볼까? 혼자 가는건 면했다. 애주가에서도 여수대회를 뛰러 가자고 글이 올라와 있다.
교통은 주최측에서 셔틀버스를 대도시에 운영을 하는데 왕복교통비가 단돈 만원.
토요일 오후 3시에 종합운동장에 가니 셔틀버스가 4대나 있다. 당일 새벽 출발하는 버스도 여러대 있다고 한다.
헌데 날이 춥고 눈이 내린다. 이런 날씨에 어찌 뛰냐고 내내 걱정을 하는 남푠. 주로에 눈이 쌓였으면 안 뛴단다. 한강 그 눈 오는 날도 하프 두번뛰는 왕복으로 풀 대회도 하고 -3 주자도 나오고 다 한단다. 여수엔 춥지 않아 눈이 안 내린다니까?
자리가 널널해 한자리씩 차지하고 난 엄청 잤다. 이렇게 많이 자 보기도 처음인것 같다. 눈이 내려 차가 많이 지체된다. 휴게소에서 두번 쉬는데 간식의 거의 모든 종류를 먹어본것 같다.
여수에 6시간 반 걸려 도착하니 거의 10시다.
내리자마자 뿔뿔히 흩어지는 사람들. 우리도 방 하나 잡고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무얼 입고 뛰나 한바탕 패션쇼를 벌인다.
남푠은 제대로 된 옷도 없으면서 옷이 한 가방이다. 그래놓고 뭘 입냐고 고민이다. 참 걱정을 사서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날이 춥다지만 남쪽나라라 칼바람이 아닌것 같다. 그 추운 한강 바람에서도 뛰었는데 설마...
옥천 휴게소
덕유산 휴게소에서
1/7(일)
7시에 일어나 대회 복장으로 갈아입고 문 연 식당에서 아침을 다 먹었다. 대회 시작이 10시반이라 뛰기도 전에 허기지면 안되니까...
식당 손님 대부분이 다 러너들이다.
아침을 먹고 대회장이 걸어서 20분 정도라고 한가. 몸도 풀겸 걸어서 가기로 한다. 길을 물어보니 친절한 여수 시민께서 갈림길까지 데려다 주신다.
헌데 경치 정말 멋지다. 걸어서 오니 경치보는 호사도 한다. 고수들 몇명은 벌써 몸풀기에 들어갔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도 도착한것 같다.
걸어서 대회장에 가니 어수선 하다. 탈의실도 좁고 화장실도 비좁다. 옷을 맡겨야 하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 맡기기 겁난다.
오늘 4:15 페이싱 조장인 산이슬이 대구 셔틀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도착한것 같다. 페이싱 준비하느라 바쁜것 같아 인사만 하고 나중에 보기로 했다.
광화문 페이싱팀인 산이슬
짐을 맡겨야 하는데 바람때문에 잠바 벗기가 겁난다. 탈의실의 들어가보니 여자들이 다 초절정 고수들인것 같다. 서로 언니, 동생 하는 폼이 잘 아는 사람들인것 같고 그중 몇명은 100회 완주 티를 입고 있다. 기 죽는다.
이 고수들이 춥다면서 옷을 껴입고 모자, 장갑도 두꺼운걸 입고 어떤 사람은 두꺼운 추리닝 안에 쫄타이즈까지 입고 있다.
내 옷은 너무 얇은게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된다. 헌데 껴 입을게 없는데 어짜지? 불안해서 얇은 긴팔을 속에 하나 더 입었다.
헌데 탈의실에 들어온 산이슬 왈, 여수는 바람은 많이 불지만 찬바람은 아니라고 한다. 너무 더우려나? 천천히 뛸거니까 그냥 두개 입고 뛰기로 했다.
출발점에서 찍혔다. 잘 나와쓰... 뒤의 빨강모자 롱다리가 차회장~
애주가 회원 3분도 만나 인사를 하고 주로에 섰다. 산이슬은 4:15이라 남푠과 앞쪽에 서고 나는 차회장 근처에 섰다. 4;45 페매라 이 팀을 쫓아가면 될것 같다.
헌데 막상 출발하니 내가 좀 앞서서 가게 되었다. 소호를 돌자마자 바로 언덕이다. 그것도 경사가 제법 된다. 초장부터 걷는 사람이 있다. 아무튼 언덕 확인하러 왔으니 천천히지만 뛰어 올라갔다.
올라가니 4:30 페매 세명이 나란히 가고 있다. 메이져 대회에서는 페이스 메이커 주변에 사람이 둘러쳐져 있어 근처에 가기도 힘은데 여긴 페매 근처가 한산하다.
끝까지는 못가겠지만 이 패메를 쫓아가 보기로 했다.
날보고 이 대회 코스 알고 왔냐고 한다. 그래서 산이슬이 추천해서 왔다고 하니 영남의 2인자라며 날 보고도 잘 뛰냐고...
여수까지 와서 하프 뛰긴 너무 아까워 무리인줄 알지만 풀을 뛴다고 하니 맞다면서 외국대회에 나가는 우리나라 아마추어들도 10K 만 뛰던 사람도 외국까지 가서 조금 뛰면 아깝다고 걸어서라도 들어온다며 다 풀 신청을 한단다. ㅎㅎㅎ
아무튼 언덕이 쉴새없이 나온다. 10K 반환점 지나니 해맞이 동산. 조망 정말이지 끝내준다. 한 팀이 사진 찍고 오면서도 금방 추월해서 가는 그 여유가 정말 부럽다.
괜히 다리도 당기는것 같고 무릎도 아픈듯 하다. 이래가지고 완주 가능하려나?
거의 모든 코스가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끼리 응원 경쟁이라도 벌이는듯 먹을거에 응원이 장난이 아니다.
다른 대회에서는 하프 지나야 간식을 주는데 이 대회는 첫번째 언덕 올라서자마자 간식과 음료수를 주더니 마지막까지 간식을 무제한으로 준다. 그래도 주는대로 다 먹었다. 비타 1000에 소주에 맥주를 주는 마을도 있었다.
대회겸 마을 단합대회를 하는것 같다. 이런 지방대회를 하면 군청에서 지원이 나온다고 한다. 입소문이 잘 나야 지방대회를 참석하지 아니면 완전히 파리 날리는 대회가 된다고 한다.
페매 옆에서 뛰니 귀동냥도 많이 듣게 된다. 함평 마라톤에 가면 꿀물을 하도 타 주어 나중에 소변 색깔이 노랗게 된다나, 어쩐다나...
한 페매 왈, 지리산 2박으로는 못가도 무박으로 뛰어는 간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런 고수와 페매해 달리는게 영광이네?
운동화끝이 풀려 좀 지체했다 따라 붙으니 어디 갔다 왔냐고 아는체를 해 준다.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에서는 페매 뒤에서 뛰어야 바람을 피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하프 선두주자들이 질주해 가고 한참만에 풀 주자들이 반환점 돌아오는데 다른 대회와 달리 풀 주자들도 전력질주를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달리는것 같다. 내리막인데도....
반환점 돌아오는 사람들 한눈팔다 중앙선 표시 돌출부분에 걸려 오체투지를 했다. 안경 덕분에 얼굴은 안 다친것 같은데 무릎이 아프고 가슴도 약간 받힌것 같고 오른쪽 손가락과 손목이 조금 아프다.
지나가는 사람이 얼른 일으켜 주면서 걱정을 해 준다. 사진 찍으며 여유 부리던 사람인것 같다. 정말 고마웠다.
애주가 바람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남푠도 지나가고 산이슬 페매팀도 지나가는데 페매 근처에 일반 주자들은 한명도 안 보인다. 페매를 위한 페매가 되 버렸다. 하긴 내가 쫓아가는 4:30 페매 근처에도 몇명 되지도 않는다.
참샘 근처의 마을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반환점 근처에 다다르는데 끝없는 내리막이다. 이 언덕 되돌아 올라올 생각을 하니 정말이지 한숨 난다. 오르막이 무서운게 아니라 내리막이 더 무섭다. 특히나 이 주로는 되돌아 갈 때의 오르막이 훨씬 길다던가?
드디어 반환점. 2시간 10분 지난것 같다. 반환점에서 오뎅을 준다. 건데기만 몇개 먹었다. 헌데 이 속도로 4;30 페매가 늦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시간에 쫓기는지 이 패메팀 앞으로 내 달려 가버린다. 도저히 쫓아 갈 수가 없다. 오르막에서는 정말이지 지친다. 걷는 사람이 더 많다.
한참 간것 같은데 23K, 많이 온것 같은데 24K. 거리가 정말이지 안 줄어들고 언덕은 계속 나오고...
언덕만 해도 힘이 든데 꼭 맞바람이 불어 댄다. 바람때문에 내 모자의 귀마개가 어찌라 팔랑대는지 엄청 시끄러웠다. 다들 걸어 나도 걸었다. 힘도 들었고....
마지막이지 싶으면 앞에 또 언덕이 나오고 또 나오고...
더구나 100회 마라톤 티를 입은 한 남자가 날보고 그렇게 발소리가 크게 뛰면 무릎 아프지 않냔다. 누군 가벼운 발걸음을 뛰고 싶지 않으리? 달래 후미 주자인가?
그래도 텅텅대는 내가 결국 100회 주자 추월했다.
오는 주로에서 박하사탕을 주는데 좀 힘이 난다. 파워젤도 30K 넘는 곳에서 마지막 세번째것 다 먹어 치웠다. 이덕 저덕으로 완주는 해야 겠기에...
나를 추월해 가던 사람들을 반은 다시 내가 추월한것 같다. 몇명 되지도 않지만...
헌데 4:30 페매 한명이 풍선 떼고 걷고 있다. 무릎이 고장난것 같다. 왜 걸으세요?
날 보고 잘 뛴단다.
한참 가니 지리산 뛰어 다닌다는 젊은 페매도 걷고 있네?
뭐하시는 거에요? 이 주자는 마지막 스팟을 하더니 막판에 나보다 조금 일찍 골인했다. 3명중 한명만 그나마 페이싱대로 가고 2명이 페이싱 실패인것 같다. 다들 3;30 이전 기록자 들인것 같은데...
후반 시간이 촉박해 너무 내달려서 지쳐서인가?
드디어 마지막 언덕인가보다. 진짜 마지막이란다.
후미 주자들이라 대부분 지쳐 이젠 내리막에서도 걷는다. 난 마지막 힘을 다해 천천히 뛰었다. 후반에 지친 나 답지 않다. 기분 좋다.
결승점까지 나름대로 뛰었다. 남푠이 사진을 찍어 준다. 전광판을 보니 4;45 이다. -5다. 내가 대견하다. 그렇게 천천히 뛰고 걷기까지 했는데도 작년 동아 대회보다 기록이 좋다.
탈의실에 들어오니 산이슬이 안 그래도 날 맞으러 나가려는데 벌써 들어왔냔다.
풍선달고 들어오는 산이슬팀
이게 나라는데 역광이라 보이지도 않넹?
웃으면서 뛴 대회도 아마 처음인것 같다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려수도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던 잊었던 단어가 바로 여기였구나...
정말이 이 멋진 곳을 뛸 수 있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했다.
좋은 친구 덕분에 여수까지 뛰러 올 기회가 되고. 사람은 자고로 좋은 친구를 만나야 한다니까~
남푠도 막판 언덕에서는 걸었단다. 추월해 가던 사람들 결국은 다 따라 잡았단다. 마라톤이 장거리 달리기는 맞는것 같다. 30K 까지는 그럭저럭 뛰지만 막판에 결국은 연습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차이가 나는것 같단다. 남푠 기록 중 최악인 3시간 52분대. 나랑 또 -1 기록이다.
완주 후
먼저 들어와 굴떡국을 먹었다간 후환이 두려울것 같아 날 기다린 남푠. 헌데 늦어서 떡국이 다 떨어졌다. 맛있다는데 아쉽다.
주로에서 간식을 여러가지 먹어 별로 배고픈 줄을 모르겠다. 주변 식당도 마땅하지가 않다. 집에서 가져온 과일, 빵 등이 있으니 요기하고 휴게소에서 먹으면 될것 같다.
대회 기념품인 간고등어 트럭들
산이슬과 작별하고 셔틀버스를 탔다. 거의 1시간 만인 4;40 가까스로 출발.
이 차에 탄 관계자인 육상협회 심판장 때문에 아주 즐겁게 왔다.
매주 전국대회를 다니신단다. 아무튼 73세라는데 정말이지 즐거웠다. 특히니 부부주자들을 시기 질투하는 멘트로 다들 배꼽을 잡았다.
아주 멋진 심판장님
갈때는 6시간 반. 올때는 5시간 만에 올 수 있었다. 다들 간고등어 한 박스씩 들고 집으로~
집에 오니 청소를 하고 가 집이 깨끗하다.
씻고 빨래하고 물집이 생긴 발을 치료하고...
이번엔 왕물집 2개만 생겼다. 발톱도 멀쩡하고...
날 보고 발 모양이 이상해서 물집이 생긴단다. 헌양말, 헌 신발에 바세린을 발랐는데도 이렇다.
그래도 뛰는 동안 터지지 않아 다행이다.
아무튼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친구가 준 만두국을 끓이고 기념품 간고등어를 구어 아침 잘 먹었다.
대회후기를 오전에 한판 썼는데 다 날아가 점심먹고 새로 썼다.
여수까지 가 대회만 참석하자니 많이 아쉽다.
주로는 힘이 들지만 또 해 볼만한것 같다.
내년엔 아예 한차 만들어 미리 가던 대회 후 하루 더 묵든 해서 향일암도 보고 오면 좋을것 같다.
함께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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