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7 (토) 허화들의 밥상 - 박라연(1951~ ) 봄꽃가지에서 그렁거리던 눈부신 청색 꽃잎들이 가을까지 오래된 생각처럼 골똘하다 저 목숨은 山수국이 피운 허화, 향낭이 없어 자연사될 수 없다 이쯤이면 가짜도 진짜도 한 몸이라서 아플 텐데 山수국 저 가시나 (……) 문득 세상의 허화들은 무슨 죄로 가짜 생존의 .. 산 이외.../2011 일기 2011.09.19
일토 (9/3) 생명의 노래 - 김형영(1945~ ) 무심코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꽃잎이 오물오물 속삭이는 거예요. 뭐라고 속삭였냐구? 당신도 한 번은 들었을 텐데요. 언젠가 처음 엄마가 되어 아기와 눈을 맞췄을 때 옹알거리는 아기의 생각, 본 적 있지요? 그 기쁨은 너무 유쾌해서 말문을 열 수가 .. 산 이외.../2011 일기 2011.09.05
엄대장과 함께 하는 청소년 산악체험 학교 (8/27~28) 누가 우는가 - 나희덕(1966~ ) 바람이 우는 건 아닐 것이다 이 폭우 속에서 미친 듯 우는 것이 바람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창문을 때리는 순간 얼핏 드러났다가 끝내 완성되지 않는 얼굴, (……) 저 견딜 수 없는 울음은 빗방울들의 것, 나뭇잎들의 것, 또는 나뭇잎을 잃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 산 이외.../2011 일기 2011.09.05
산계 모임 (8/18)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1976∼ )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 산 이외.../2011 일기 2011.08.22
출신성분 같은 친구 만나기 (8/9) + 피아노 포엠 - 가장 오래 뜨는 별 하나 친구중 정숙이가 사위보는 첫 테이프를 끊었다. 어찌된 일인지 막상 결혼식에는 나를 포함해 아무도 못가고 재숙이만 참석했었다. 무지 많이 서운했을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우리 밥 사준다는데도 날 잡는게 힘들어 결국 참선을 또 빠지게 되었다. 낮에 나가 여.. 산 이외.../2011 일기 2011.08.15
둘레길가다 세검정으로 빠질뻔.. (7/2) 조금씩 이상한 일들 4 - 김경미(1959~) 사과에서 녹내나던 저녁, 한 사람의 숨이 멎었다 멎고 보니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숱한 끈과 붕대와 마개로 돌아간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시신의 무엇이 두려워 저토록 묶고 감고 메우고 막는 것일까 마지막 두 발 하염없이 묶일 때 화장실에 달려가 가.. 산 이외.../2011 일기 2011.07.05
철사모 (6/14) 편지 - 채호기 (1957~ ) 맑은 물 아래 또렷한 조약돌들 당신이 보낸 편지의 글자들 같네. 강물의 흐름에도 휩쓸려가지 않고 편안히 가라앉은 조약돌들 소곤소곤 속삭이듯 가지런한 평온함. 그러나 그중 몇 개의 조약돌은 물 밖으로 솟아올라 흐름을 거스르네. 세찬 리듬을 끊으며 내뱉는 글자 몇 개 그게 .. 산 이외.../2011 일기 2011.06.16
행주산성 국수를 염두에 두었으나... (5/27) 의미/서정윤 사랑을 하며 산다는 건 생각을 하며 산다는 것보다 더 큰 삶에의 의미를 지니리라 바람조차 내 삶의 큰 모습으로 와닿고 내가 아는 정원의 꽃은 언제나 눈물빛 하늘이지만, 어디에서든 우리는 만날 수 있고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는 잊혀질 수 있다 사랑으로 죽어간 목숨조차 용서할 수 있.. 산 이외.../2011 일기 2011.06.01
순한공주 Britday party (4/30) 풍경 달다/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내 탄신일에 5시쯤 고대농장으로 와라 케잌은 내가 내가 살테니 가구당 만원모아 썬크림을 선물로 사오도록해라. 참 쉽죠 .. 산 이외.../2011 일기 2011.05.02
송이회 모임 (4/9) 송인(送人) - 정지상 ( ?~ 1135) 비 그친 뒤 긴 둑에 풀빛이 어렸는데 (雨歇長堤草色多) 남포(南浦)로 임 보내니 슬픈 노래 일어나네 (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물이야 어느 때 다할 건가 (大同江水何時盡)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에 보태는데 (別淚年年添綠波)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임을 보내는 장면을 연.. 산 이외.../2011 일기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