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을 벗어나니.... (4/2) 보따리장수의 달 - 최승자(1952~ ) 시간 속에서 시간의 앞뒤에서 흘러가지도 않았고 다만 주저앉아 있었을 뿐 일월(日月)도 역사도 다만 시간 속에서 나는 다만 희미하게 웃고 있었을 뿐 먼 길 보따리장수의 달 흰 하늘 눈먼 설원(雪原) 보따리장수의 달만 흘러간다 흰 하늘 눈먼 설원 가도 가도 흰 하늘 .. 산 이외.../2011 일기 2011.04.05
1박 2일 나무천사 사진으로 보기 (2/18~19) 귀여운 내수리 - 김명순(1896~1951) 귀여운 내수리 사람들의 머리를지나 산을 기고바다를헤여 골속에 숨은 내맘에오라. 맑아가는 내눈물과 식어가는 네한숨 구을느는 나무닙과 서른춤추는 가을나비 그대가 세상에 업섯던들 자연의노래 무엇이새로우랴. 귀여운내수리 내수리 힘써서 압흐다는 말을말고 .. 산 이외.../2011 일기 2011.02.22
2월5일 (토) 무등茶(차) -김현승(1913∼1975)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 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십일월의 긴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 양 마음에 젖는다 갈가마귀 울음소리로 보아 겨울 문턱이다. 스산한 울음소리 속에 아직 당도하지 .. 산 이외.../2011 일기 2011.02.07
드디어 그섬을 떠나다 (1/21) 뻐꾸기 - 김성춘 (1942 ~ ) 갓 따온 싱싱한 상추 같은 오월 아침 개다리소반 앞에 두고 손녀와 마주한다 흙담 넘어 뻐꾸기 소리 놀러 온다 - 온유야 뻐꾸기 어떻게 울지? “뽀카 뽀카……” - 온유야 뻐꾸기 친구 어떻게 울지? “버까 버까……” 아, 흙담 넘어 놀러 온 이쁜 손.. 산 이외.../2011 일기 2011.02.06
행남해안산책로 (도동~저동, 1/19) 신춘문예 - 유재영(1948 ~ ) 강원도 횡성읍 읍하리 문방구를 겸한 작은 책방. 매달 25일 경이면 딱 두 권 꽂혀 있는 現代文學 한 권을 언제나 나보다 먼저 사가는 사람이 있었다. 벌써 10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신춘문예에 응모한다던 그 사람, 제대 후 어언 사십 년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까지 대한민국 문.. 산 이외.../2011 일기 2011.02.06
독도전망대 (1/18) 쥐꼬리에 대한 경배 -성선경(1960~ ) 삶이란 쥐보다 쥐머리보다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쥐꼬리만한 희망과 쥐꼬리만한 햇살과 쥐꼬리만한 기대에 매달리는 것 우리를 움직이는 건 신(神)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쥐꼬리 뻥튀기보다 얇은 쥐꼬리 뻥튀기보다 밥맛인 쥐꼬리 그 쥐꼬리에 매달.. 산 이외.../2011 일기 2011.02.05
울릉숲길 걷기 (내수전, 1/17) 탱자나무 여인숙 - 서규정(1949∼ ) 가시가 가시를 알아보듯 상처는 상처를 먼저 알아보지 맨살을 처음 감싸던 붕대가 기저귀이듯 쓰러져 누운 폐선 한척의 기저귀를 마저 갈아주겠다고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그 바닷가엔 탱자나무로 둘러쳐진 여인숙이 있지 들고 나는 손님을 요와 이불로 털어.. 산 이외.../2011 일기 2011.02.05
울릉도에 갇히다 (태하, 1/16) 歌人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그리고一絃琴들의 단 한 줄 시는 단 한 줄로 된 현악기다. 그 한 줄은 제목과 본문 사이에도 있고, 가인과 악기 사이에도 있다. 아니 사물과 꿈 사이에 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게 그 한 줄이라고 보는 게 낫겠다. 그 한 줄은 잘 벼린 수평선처럼 서늘하고 투명하게 가슴을 .. 산 이외.../2011 일기 2011.02.05
계론식 (1/11) ‘내 임은’-서정태(1923~ ) 내 마음 속에 그리던 임은 거울 속에도 아니 계시고 둥근 달 속에도 아니 계시니 풀밭 조용히 흐르는 은하수의 냇가 염소라도 한 마리 기르실까 그가 홀로 부르는 노래 바람결에도 아니 들리고 풀벌레 소리에도 없으니 내 마음 속에 그리던 임은 이 어둠이 걷히고 화안히 트.. 산 이외.../2011 일기 2011.01.12
2011 첫날에 (1/1) ‘늙은 항아리를 보며.2’ 중-문상재(1954~ ) 참 멀리도 왔구나. 빗살무늬 전설이 거북이등 갑골문자로 터진 표피에서 세월이 스쳐온 강줄기를 본다. 손 때 절은 배불뚝이 늙은 항아리 촌부의 애환이 배어있는 빛바랜 시간들의 이야기가 바람처럼 귓가를 맴돈다. 억새 하얀 머리채 흔드는 가을바람 뒷마.. 산 이외.../2011 일기 201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