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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소풍날, 주님부부를 만나다 (4/29)

산무수리 2007. 4. 30. 10:27
'더딘 사랑' - 이정록(1964~ )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그대에게 한없이 더딘 것이 내게 한없이 빠른 것이기도 하여 애간장이 탄다. 세상의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들 그대에게 다 보여주고 싶어, 그대 마음에 이슬 같은 지팡이 자국 찍어주고 싶어 미열이 난다. 그리움이 조갈증을 보탤 때, 사람들아 달의 윙크를 배우자.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을 들이는 사랑의 관록. 보긴 해도 한번에 다 봐버리면 그대가 너무 아까우니, 눈 뜰 수 있는 가장 조금씩, 눈 감을 수 있는 가장 더딘 속도로 그대를 조금씩만 보려네. 좋은 데만 발라가며 보는 거 말고 진 데 뼛속까지 서러운 데 그림자 속까지 아픈 데 골고루 다아 보려네. 그래야 사랑이 그대를 완전하게 하는 아침까지 보이리. <김선우·시인>


오늘은 애주가 봄소풍 정기대회 날.
은계언니가 대회 신청하면 미리 알려달라고 가급적 대회에서 만나자 했었다.
가평킹카님은 풀을 은계언니는 하프를 신청해 풀 신청한 날 지둘려 주신단다.
애주가에서는 이 대회가 아디다스 대회라 기념품이 좋다고 기념티를 애주가 단체티로 한다고 이왕이면 풀을 신청하란다.(싱글렛 민소매티에 반바지), 하프는 반팔티다.
그래서 풀 신청을 했다.

아침 6시 학운공원에서 만나 30분 출발. 한차가 꽉찬다.
아침 김밥 주고 절편주고 물 주고 바나나 주고...
오래 뛰어야 하니 주는대로 거의 다 먹었다.
헌데 풀 신청한 대부분 여자회원들은 풀 안 뛴단다.
거의 -4에 철인까지 하는 여자도 컨디션 봐 가면서 뛴단다.
난 대회 신청하면 기록을 떠나 완주를 하는데 고수(!) 들은 올인할 대회와 대강 뛸 대회 차별을 하면서 뛴다. 컨디션 조절의 노하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달 목표 운동량을 채우려면 풀을 뛰어야 한다.
내가 도착해야 출발할 수 있을거라 했다.

우리 텐트가 대회장이랑 너무 멀다.
화장실 다녀오고 반바지 바꾸러 또 갔다 오는데 은계언니의 전화.
텐트로 가지않고 언니 만나 옷 갈아입고 사진찍고 짐을 맡겼다.

 
모처럼 이번 대회티인 애주가 기념티를 입었고 사부님도 나시, 언니도 반바지 반팔이다..

 

 

 

배동성이 사회를 본다.
이 대회에 우리처럼 단체 참가팀이 많은것 같다.
오늘 날씨가 덥다. 지난대회까지 긴바지 긴팔입다 오늘은 반바자 나시티를 입었는데도 전혀 춥지 않다. 햇살도 무지 따갑다. 무쟈게 타겠다...

4시간30분 페매를 쫓아간다.  5시간은 너무 늦고 중간은 없다..
처음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한바퀴 돌아서 길로 나선다.
초장부터 고가도로를 올라가는 오르막. 다들 잘도 뛴다. 오바페이스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허리도 아프고 발목도 아팠는데 뛰면서 서서히 풀려간다. 이것도 병인것 같다.

젊은 여자가 남자와 둘이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간다. 나도 그 페이스대로 가려고 노력한다. 시야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15K 지점에서 내 뒤로 나뭇꾼 님이 오신다. 아니 왜?  LSD 주 하시나?
용가리님은 뛰다 말고 서서 날보고 빨리 뛰어갔다 오란다.
애주가 화백님이 돌아오신다. 1등도 안 지나갔으니 반환점 이전에 돌아오시나보다?

하프 선두가 지나가고 여자 1등 김영아가 지나간다.
코스는 팔당댐 지나고 양수리 지나고 아주 좋다. 그늘이 없지만 간간히 바람이 불어주어 견딜만 하다.
풀 선두 지나간다. 조금있다 애주가 바람이 지나고 몇몇 3시간 초반대가 지나간다. 반환점은 어딘가..
17K 지나고 기나긴 내리막이다. 이 길을 되돌아 올라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숨난다. 그래서인지 올라오는 사람들 중 걷는 사람도 보인다.
헌데 내리막이 너무 길어서인가? 내려가는데도 숨이 찬다. 왜 그러지?
다리를 건너고 24K 반환점이다.
도로 다리를 건너오면서 내리막이 숨 찬 이유를 알았다. 위에서 보기엔 내리막인줄 알았는데 아래서 올려다보니 내리막 오르막이 교차된다. 그나마 올려다보니 경사가 완만해 졌다. ㅎㅎ

점점 걷는 사람이 많아진다. 뛰기 민망할 정도다.
아무리 힘들어도 걷지 않고 뛰는게 내 목표이다. 그래서 천천히지만 쉬지않고 뛰었다.
한, 두명씩 추월하면서 지나간다. 간간히 날 추월해 가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추월한 사람이 더 많다.
코스는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주장각이 2005년 이 코스에서 풀 완주를 한것 같다. 그때 준비부족으로 힘겹게 완주했는데 이렇게 언덕이 계속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헌데 나도 몰랐는데 오르막은 물론 내리막에서도 사람들을 어느새 내가 추월해 간다. 이젠 내리막도 강해진것 같다. 정말 신기하다.

후반에는 내 주변에서 두, 세명 정도만 꾸준히 뛰고 대부분은 걷다 뛰다 하고 있다.
스펀지 주는데서도 날이 더워서인지 물통을 가져다 놓아 갈증해소에 도움이 된다.
간식 초코찰떡은 녹아 찐득찐득 하다.
35K 넘어서 회수차 타는 사람도 많다. 여기까지 와서 아깝지도 않은가?
드디어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보인다. 거의 다 온것 같다.
애주가에서 몇분이 깃발을 들고 서 계시다 막판에 함께 뛰어 주신다.
나만 들어오면 다 들어온것 같다.
헌데 나뭇꾼님 봤난다. 아직 안 들어오셨나?
여자 중 풀 뛴 사람은 나밖에 없단다. 더운데 고생했단다.
막판에 스팟을 해서 뛰어 들어오니 전광판 시계가 4시간27분.
동아대회랑 기록이 비슷할것 같다.
은계언니도 기다리고 계시다.
가평킹카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다.

 
광화문 김태선님 100회 완주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칩 반납하고 짐 찾고 옷 갈아입고 나와 은계언니랑 킹카님 기다리는데 여수에서 뵌 김태선님 100회 완주 기념하느라 사진 찍고 난리가 났다.
주로에서 인사를 했는데 자기네 마라톤 선전도 할 겸 여러 사람이 천천히 뛰는것 같았다.

 
가평킹카님 골인

 
모처럼 -5 를 하셨다.

사부님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신다.
-5다.
술도 절제하고 체중조절을 하시더니 역시나 기록이 향상되었다. 걷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르막에서 조금 걸었단다. ㅎㅎ
반환점 돌아오고 있는 날 봤는데 뛰는게 너무 힘들어 보였단다. 표정 관리 좀 해야겠다. ㅎㅎ

 
소금 잘 나오게 찍어달라신다. ㅎㅎ

 

 

 

옷 갈아입고 애주가에는 따로 간다고 기다리지 말라 연락을 하니 도시락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헌데 이미 우린 경기장을 떠났다.
셔틀버스 타고 주차장에 가서 언니네 차로 평촌에 와 목간부터 하고 사부님이 사주신 맛있는 고기에 밥을 배불리 먹었다.

역쉬나 물집이 몇군데 생겼지만 가끔이지만 이렇게 대회날 만나는 그 재미를 당신은 모르실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