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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산악마라톤 하프를 걷다? (10/7)

산무수리 2007. 10. 8. 23:55
‘시인’-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너는 내게서 멀어져 간다 시간이여
너의 날갯짓은 내게 상처를 남겨 놓는다
그러나 나의 입은 어쩌란 말인가?
나의 밤은 그리고 낮은?
집도 없으며
기거할 수 있는 조그만 곳도 없다
내가 나를 바치는 모든 사물들은
부자가 되어 나를 마구 써 버린다

날아가는 시간이 있네. 뛰는 것도 아니고 나는 시간을 보네. 그 날갯짓에 밤도 낮도 집도 다 흘러 가 버리네. 1904년 5월 9일자로 되어 있는 엘렌 케이에게 릴케가 보낸 편지가 생각난다. 시골에 양친의 집도 낡은 물건도 창이 있는 조그만 집도 없다고 적고 있는 릴케의 심각한 부재의 상실감은 실제의 시간이기보다 영감의 시간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시인일 것이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이여. 그대가 그대를 바친 사물들은 그대를 먹고 마구 그대를 써 버려 발몽 요양소서 눈을 감았나요. 그대 묘비명 위로 지금도 시간이 흐르네요. <신달자·시인>



10.6 (토)














퇴근 후 1시 경 여산과 만나 출발하기로 함.
퇴근길 중앙공원은 축제준비로 바쁜 모습.
여산이 오질 않는다. 전화를 해 보니 연락이 없어 취소된줄 알고 집에 가는 길이란다.
헐~
넷이 가기로 했다 셋이 가는것도 아쉬운데 재미 없어 안 가려는거 억지로 끌고 가는건가?
4시 겨우 출발.
막간을 이용해 하나로TV에서 센스 & 센서빌리티 영화 한편 보았다.

중앙고속도로로 내려가는데 너무 빨리 온것 같다. 치악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제천 산골주막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청풍과 7시반에 만나기로 했는데....
일단 차를 대고 시장구경을 나섰다. 내일 산에서 먹을 떡도 사고 오다 산골주막 옥자누님 드릴 만두까지 샀다. 헌데 만두가 너무 맛있다고 다음엔 족발 먹지말고 만두 먹자고 한다.
7시 경 청풍도 서둘러서 도착.
함께 저녁먹고 콘도로 이동.







810호 방을 주었는데 2층 침실은 공주방. 지난번 묵었던 방보다 더 좋다.
이 넓은 콘도를 셋이 쓰다니 너무 아까웠다.
산골주막에서 먹다 남은 약주를 조금씩 마시고 12시경 청풍은 집으로~
낼 산행 하자니 무릎이 아프다고 몸 사린다.
낼 비가 내린다더니 하늘에 별 쏟아지기만 하네...

10.7 (일)

6시 일어나 어제 해 놓은 밥과 찌개로 아침.
헌데 맛이 없다. 친구가 빠지니 부식도 정말 부실하다.
풀 출발이 7시반이라 나무천사를 먼저 여산이 태워다 주고 나머지 짐을 챙겨 8시경 나와 차로 정방사로 갔다.















청풍호에 운해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정방사에 지장전이 있는줄 몰랐다. 마애불도 있고 마이불 앞에 부처님까지 모셔다 놓았다.
부처님께 친구의 쾌유를 부탁드렸다. 들어주시겠지....

9시 경 대회장에 날 내려주고 여산은 말목산 산행을 하고 2시 경 만나기로 했다.
단축코스를 신청해 놓았는데 안 뛴단다. 오히려 날 보고도 마라톤 하지말고 함께 말목산이나 가자 유혹한다. 헌데 뛰어도 후회지만 안 뛰면 더 후회할것 같아 뛰어 보기로 했다.
함께 오기로 한 친구도 못 왔는데 나라도 뛰어야 할것 같았다.


붉은 표시는 풀코스, 하늘색은 하프, 파란색은 단축코스







올해는 주차장이 출발지점이라 초장부터 급경사를 안 올라와도 되게 해 놓았다. 작년에 비해 복장불량은 많이 줄어든것 같다. 아무튼 길의 오르내림이 심한데 초장부터 내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촌의 마라톤 클럽은 단체로 와서 유니폼 입고 함께 뛰면서 세를 과시한다.
5K 까지는 도로를 뛰고 여기서 단축과 하프의 갈림길.
하프 산길로 들어서는데 다들 걷는다. 나도 걸었다. 헌데 길을 잘못 들었다고 뒷 사람이 알려준다. 하마트면 초장부터 헤맬뻔 했다.
길 잃을까봐 앞 사람과 떨어지지 않고 가느라 기쓰고 걸었다. 내가 가는 타임은 거의 후미주자인지라 다들 걷는다. 길도 좁아 비켜주지 않으면 추월도 힘들다.

아무튼 길이 계속 오르내림이 심하다. 간간히 평지길이 보이긴 하지만 숨이 차 뛸 수가 없다. 초장부터 사람들이 지쳐한다. 걷지만 쉬지않고 올라가려니 몇명이 먼저 가라고 길을 비켜준다. 여자가 바짝 뒤를 쫓아가니 부담스러운가보다.
여자 세명도 추월했다.
마라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거의 모든 구간을 걸었다. 간간히 등산객들이 마라톤이라면서 왜 뛰지 않냐고... 걷기도 힘이 든데...
울트라 할때도 언덕에서는 힘을 비축하기 위해 걷는다고 했으니 산길에서 걷는거야 용서가 되겠지...

길이 갈수록 험해진다. 급경사 오르막에 급경사 내리막.
저승봉지나 신성봉에 가까이 갈 수록 길이 어찌나 험한지 소방대원이 출동해 밧줄을 새로 설치 해 놓았다. 정말이지 이 정도로 험한 코스인줄 몰랐다. 등산으로 와도 만만한 코스가 아닌곳을 누가 빨리 가나 시합을 하니 정말이지 죽을 맛이다.
그나마 온몸산악회 경력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팔, 다리 다 써가며 밧줄 몇구간을 올랐다.

4시간이 채 안되었는데 길로 나선다. 16K 쯤 뛴 구간이다. 나머지는 길인줄 알았다.
주로에서 미숫가루와 떡을 준다. 미숫가루 한잔을 단숨에 마시고 뛰는데 어라, 임도로 간다.
그러더니 임도를 오르내리더니 도로 산길로 들어선다.
동산은 가지않고 작은동산을 올라가나보다. 정말 죽겠다. 그나마 저승봉 구간보다는 높낮이 기복이 적은 편이지만 이미 다리 힘이 빠져 내려설때도 조심하면서 내려서야 한다.
풀은 하프보다 산 하나를 더 뛰어야 한다니 정말이지 아무나 할 짓이 아닌것 같다.

마지막 구간은 단축코스다.
경치가 좋은데도 즐길 여유가 없다. 제한시간 내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중간 체크포인트에서 여자 6등이란다. 다 해봐야 10명 남짓만 뛰지 싶다.
드디어 마지막 길로 나섰다. 여기서 2K 란다.
떨어지지 않을 발을 끌고 억지로 뛰었다.
골인지점. 여자 6등이란다.
사회자가 나와 악수를 한다. 그러더니 마중 나온 남푠보고 6등 해 보셨냐고 집에 잘 모시고 올라가란다. 헌데 6등 그냥 기분만 내는거란다. 뭐야...
고글만 잃어버렸다. 경품도 안되고....
남푠은 4시간 50분대에 35K 골인. 작년보다 뛰는 사람이 많은것 같단다. 아무튼 순위가 상위권인가보다. 작년 우승자가 올해도 우승했단다. 여자 하프는 진애자씨 수상.
여자 풀 1등은 부상당해 실려 나갔단다. 그나마 아직 차순위는 골인을 하지 않아 시상을 못하고 있었다. 남녀의 체력차이를 실감하는것 같다.

여산은 말목산에서 길 엄청 헤매다 겨우 내려와 바쁘게 합류.
대회장에서 준 육개장을 5분 만에 먹어치우고 출발. 아직도 후미주자들은 들어오고 있다.
청풍은 밥 먹고 가라 전화가 왔는데 시댁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기별이 와 집에 가자마자 상가집에 가야했다.
3시 출발해 평촌에 도착하니 6시반.
여산과 헤어지고 바쁘게 씻고 옷 갈아입고 시댁에 가 시부모님 모시고 상가집 까지 다녀왔다.
마음이 아프고, 온몸도 쑤시고 바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