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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가리왕산 마라톤 나들이 (8/18~19)

산무수리 2007. 8. 21. 20:41
‘저녁상’- 이문구(1941~2003)


멍석 펴고 차려 낸 저녁상 위에

방망이로 밀고 민 손국수가 올랐다.

 
엄마는 덥다면서 더운 국물을 마시고

눈 매운 모깃불 연기 함께 마시고,

아기는 젓가락이 너무 길어서

집어도 집어도 반은 흘리고,

강아지는 눈치 보며 침을 삼키고

송아지는 곁눈질로 입맛 다시고.

 
처마밑의 제비 식구 구경났구나.

둥지 밖을 내다보며 갸웃거리며

누가 먼저 일등 먹고 일어나는지

엄마 제비 아기 제비 내기하는구나.

가장 명천다운 동시를 골라 보았다. 우리 시대의 ‘문장’이라고 일컬었던 작가는 유해도 없고 문학비도 없다. 유언을 그리 했다 해도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의 저녁도 그립지만 무엇보다 마당과 강아지와 소, 처마 밑의 제비가 그립다. 한 지붕 아래 강아지, 소, 제비들은 한 가족이었다. 이 손국수의 저녁상을 한번 받고 싶지 않은가. <고형렬·시인>


애주가 정선 출신인 나뭇꾼님의 정선 가리왕산 마라톤 1박 2일 일정의 멤버 모집.
시한부 백수생활의 마지막을 말톤으로 지내는것도 나름대로 보람이 있을것 같다.
하프정도 뛰면 딱 좋겠는데 하프는 없고 10K와 풀만 있다. 
1박 일정으로 가서 10K만 뛰면 너무 아깝다 아이가...
그래서 욕심을 내 풀 신청을 했다. 신청하면 연습 좀 할까 하고....

막상 백수생활에 접어드니 여행 가야지, 산에 가야지... 더구나 때맞춰 내리는 비는 핑계가 되어 주었고..  뛸 새가 별로 없다. 그래도 연습에 대한 스트레스는 늘 갖고 살았다. 해외 여행, 1박 이상의 산행에도 늘상 운동화는 싸 가지고 다녔으니까....

8월 둘째 주 연 2일 산행을 하고 나니 무릎이 영 신경이 쓰인다. 이래가지고 풀 뛰면 어찌 될지 정말이지 걱정 무쟈게 했다.
8월 18일 7:50. 평촌 중학교 옆 버스정류장에서 7명이 만났다. 8명 가기로 했는데 실크님은 공적 일이 바쁜지라 못 가신다고...
핸들님이 평촌중을 못 찾아 조금 늦었고 아무튼 노척님 애마를 타고 인간 네비게이션 나뭇꾼님이 옆자리에서 안내.
야생화님은 차 막힐걸 대비해 얼음물, 포도, 옥수수 과자까지 바리바리 싣고 오셨고..
차가 좀 밀리는것 같았다. 아무튼 좀 비몽사몽 졸았다. 이 와중에 뒷자리 수리님은 독서삼매...
안흥에서 찐방을 한상자 사서 맛보기부터 시작.


휴게소에서 잠시-노척님 탈까봐 선크림 발라주는 닭살 커플


안흥찐방-먹어봐~

정선 시내 도착.
골목에 차 세우고 시장 구경.
야생화, 별천사님이 마를 사길래 나도 샀다. (아직 봉지 열어 보지도 않았다... )


왼쪽은 올챙이 국수,  오른쪽은 콧등치기 국수

시장 안에서 메밀전, 메밀부침, 콧등치기 국수를 먹어 보았다. 조금씩 시켰는데도 어찌나 많이 주던지 결국 남아 포장.
점심은 곤드레 나물밥을 먹어야 한다는데 현재로는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일단 화암동굴을 관람하고 나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화암동굴에서

화암동굴 도착. 동굴과 약수 주차비는 한곳만 내면 양쪽 다 주차 가능하다고 한다.
동굴 입장료 4천원, 약수 입장료 1500원.
나뭇꾼님 부부는 많이 봤다고 우리 5명만 관람 하기로...
2천원 주고 모노레일을 탈 수 있는데 1시간 후에나 탈 수 있다고 한다. 예약 해 놓고 약수터에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느니 걸어서 올라가보니 모노레일과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 아무튼 급경사 之자 700m 오르막을 올라가 표 사서 입장.
석회석 동굴인줄 알았는데 폐광된 금은광을 관광자원으로 만든거네?
길이 평탄하긴 한데 습기때문에 미끄러움을 조심해야 했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갈 수록 무쟈게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내리막 급경사 계단은 노약자는 관람을 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 학생들 체험학습용으로 오면 딱 좋은 코스.


먹다가 정신 차리고 찍어서 쫴매 부실합니다~

1시간 관람하고 나와 차를 타고 정선 시내에 있는 '동박골' (563-2211) 에서 돌솥 곤드레 나물밥 (6천원)과 황기막걸리 한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데도 정말 향이 좋고 기름 잘잘 흐르는 밥. 맛 좋았다.
배 터지게 먹고 이제는 한달 전에 예약한 레일바이크 타러가기.


산골가든에서 옥시기 먹기

가기 전 시골가든(033-562-3602) 에 들려 옥수수 먹기 (부부가 나뭇꾼님 초딩 동창이랍니다)
이곳은 매운탕을 잘 하는 집이라고 한다. 배가 부른데도 옥수수를 먹고 남은건 싸 가지고 레일바이크 타러 가는데 음주측정.
노척님 막걸리 딱 한잔 마셨는데 부니 나온다고 내리라고..
다행히 재검사를 하니 0.001 이였다나? 다들 가슴을 쓸어 내리는 순간이었다.


여치 카페

레일 바이크 타러 가는 길가의 요상한 바위를 잠시 보고 사진도 찍고 바쁘게 가니 예약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늦게 가 거의 후미에 4인용 바이크 두대에 나누어 탔다.
둘은 페달 밟고 둘은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모드. 2인용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길이 내리막이라 힘이 많이 들지는 않는것 같다. (편안하게 앉아서 가서 잘 모르지만...)
우리 앞팀은 세가족이 탔는데 중학생 아들이 주로 페달을 밟고 아버지와 오마니는 사진 찍느라 바쁘다. 아버지는 그나마 음주운전 같았다. ㅎㅎ











구절리역~아우라지 역까지 가는 6k 의 길. 강도 지나고 터널도 세곳 지나고 논밭도 지나고...
경치도 좋고 바람도 좋고 물도 좋고 기분도 좋고...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도 있다. 그곳에서 하드도 하나씩 사서 먹고...
선두를 잘 만나 빨리 앞으로 빼주면 신나게 달릴 수 있고 선두가 버벅대면 재미가 적다고 한다.
별 기대 하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의 백미였던것 같다.
출발지점에는 여치카페가 있더니 종점에는 얼음치 카페.
중간 사진 서비스까지...
종점에서는 기차를 타고 거기에 레일바이크를 매달아 끌고 올라갔다.


막간을 이용해 잠시 들린 오장폭포-위의 수로를 모아 흘러내리게 한 반인공 폭포?



다시 차를 타고 오늘의 숙소인 옥산장 도착.
옥산장은 나뭇꾼님 은사님 댁이었다. 그 덕에 한갓진 방에 자리를 잡고 저녁은 황기백숙과 메밀로 만든 떡, 전에 궁금한 감자 옹심이까지 특별히 맛보게 해 주셨다.



진수성찬 저녁을 먹고 8:15부터 황옥매 여사님의 돌이야기와 정선 아리랑.
수십년 동안 정선에서 �은 돌은 나름대로 의미와 사연이 들어 있었다.
유홍준씨가 다른건 몰라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인해 정선과 옥산장이 유명해 져서 관광지가 되도록 한 공로는 인정해야 할것 같다.
아무튼 1시간 넘게 진행된 구수한 이야기와 노래마당은 정말 색다른 체험이었다.
남자들은 낼 말톤이 있는데도 은사님과 한잔 더 마시는듯...
난 일찍 푹 잘 잤다.

8/19


옥산장 앞에서의 기념촬영

아침이다.
잠도 잘 잤고 아침도 잘 얻어 먹었다. 날씨도 흐릴것 같다.
이래놓고 못뛰면 쪽 팔린다 아이가...
인사를 드리고 사진도 찍고 수리취떡에 옥수수까지 두자루 차에 실어 주셨단다. 
옥수수 매니아 야생화가 젤로 좋아했다. ㅎㅎㅎ


대회장에서 홀로 온 삐사님과 함께

차로 가리왕산 휴양림 도착.
이곳에서 배번과 기념품 받고 소형버스로 행사장까지 덜컹거리며 50분 정도 이동.
다 좋은데 화장실이 하나다.
아무튼 짐 맡기고 준비운동도 하고 기념촬영까지 잘 했다.
마지막 버스도 무사히 도착해 10시 출발.
배번 없이 참가한 야생화와 별천사는 10K만 뛰기로...

초장부터 내리막이다. 임도는 걷기도 힘들지만 뛰는것도 쉽지는 않을것 같다.
포장도로와 달리 돌이 있고 길이 평탄하지 않아 자칫 넘어질 염려가 있어 땅을 보고 뛰어야 한다.
내리막인데, 그늘인데 속도가 나질 않는다. 아무튼 천천히 뛰었다.
나뭇꾼님이 패메를 해주신다는데 영 부담스러워 혼자 뛰겠다고 했다.
이 대회에 의외로 여자가 많은 편이다. 국토종단을 한 최란씨도 참가 했다고 한다. 고수들만 오는 대회인가 보다...

5K 지점에서 10K 반환해 가니 정말 내가 꼴지인가보다.
오르막은 거의 없고 내리막이 더 많고 그늘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니 땡볕이 더 많았다. 더구나 비가 올것 같던 날씨가 화창해져 버리니 그야말로 더위와의 싸움이 될것 같다.
연습부족한 티가 확실하게 나 초장부터 힘이 들었다. 초장부터 걷는 사람들이 나온다. 함께 걷고 싶다. 그래도 처음엔 아주 천천히지만 뛰었다.

중간중간 물을 주는데 물이 밍밍하다. 15K 즈음인가 보다. 간식을 주는것 같은데 간식은 다 떨어져 없고 물도 얼마 안 남았나보다. 그나마 내 후미는 물도 못 마실것 같다. 정말이기 기가 막혔다.
물을 두컵이나 마셨다.
그때부터 걷는 사람이 있어 나도 걷다 뛰다 했다. 하프도 못 갔는데 왜 이리 뛰기 싫은지 모르겠다. 회수차라 오면 타고 싶었다.
더 기가 막힌건 앞으로 가니 여긴 물도 떨어졌단다. 황당했다. 이 더위에....
입이 마르는데 참고 갔다. 걷다 뛰다 하면서... 헌데 이렇게 가다 언제 골인 지점에 가려나?
내가 들어가야 집에 갈 수 있는데? 이렇게 초장부터 걔기면 안되는거 아니가? 회수차는 보이지도 않는데?
걷는 사람 몇명 추월하고 다음 급수대에 가니 다행이 물이 있었고 바나나도 얻어 먹었다. 물도 세컵이나 마셨다. 성미 급한 남자들은 물 흐르는 물가에 가서 물도 마시고 머리고 감고 하나보다. 헌데 거기 기에 들어갈 기운도 없었다. 작년 수해때문에 계곡이 많이 망가져 물 흐르는 곳도 많이 줄어든것 같다.

안되겠다. 정신 좀 차리고 뛰어보자.
마음을 다잡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를 하면 두고두고 후회할것 같았다. 천천히지만 걷는 사람들을 추월했다. 하프지점에서 이미 2시간 반을 넘겼다. 제한 시간 안에 가는걸 목표로 삼고 힘들지만 천천히 뛰었다. 거리가 그래도 조금씩 줄어 들었다. 간간히 시야가 트이면서 조망을 볼 수 있는 곳도 나왔다.
산행할 때라면 이럴때 황홀해 하며 사진을 찍고 행복해 했을텐데...
담에 등산으로 꼭 다시 와야겠다 다짐을 했다.

거리가 줄어 들었다. 거의 40 다 왔는데 나뭇꾼님이 걷고 계신다. 아니 왜?
날 기다리셨다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것 같다. 얼마 안 남아 천천히지만 뛰어 간다고 했다. 안부 전하란다. ㅎㅎㅎ
거의 결승점에 왔나보다. 삐사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바로 뒤 노척, 야생화, 별천사님이 반겨 주신다. 야생화님은 결승점까지 함께 뛰어 주셨다.
막판에 기운을 내 제한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애주가와 함께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완주 못했을거다. 내가 들어가야 집에 갈 수 있다는 그 이유로 뛰었으니까....


애주가 기대주 노척님

혹서기 뛴 수리님 왈 혹서기 보다 더 힘이 들었다고... 특히 올해가 젤로 더운 날이었다고...
훈련 코스로는 최적인것 같다. 울트라, 철인 대회를 앞 둔 사람들이 훈련차 참석을 했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연습은 공주처럼 하고 용감무쌍하게 풀을 신청했으니 걔긴것도 당연하지...
그래도 길이 울퉁불퉁 한거에 비하면 발에 물집은 별로 안 생겼고 무릎도 큰 지장은 없는것 같다. 다만 내리막 경사가 많아서인지 다른 대회보다 허벅지가 많이 아팠다.
하긴 다른 풀 대회보다 한시간 더 걸렸으니 다리가 아플만도 하지... ㅉㅉㅉ


고글 탄 삐사님

들어오니 추첨을 하란다. 좋은건 폴라 심박계 한개 남았다고...
헌데 진짜 심박계 당첨.( 모델명 RS 100 TM)
후미로 뛴 죄로 물 못 마시고 간식 못 먹고 한 속상한 감정이 다 날아갔다. ㅎㅎㅎ
완주 후 감자, 고구마, 우유, 빵을 주는데 옥수수도 다 떨어졌는지 감자를 하나 더 준다. ㅎㅎ
진작 들어온 수리님과 핸들님이 고생했다고 핸들님도 -4 못했고 간간히 걷기까지 했단다.
수리님은 겨우 -4 했는데 여자 1등을 쫓아와 겨우 추월했다고 한다. 노척님 성적이 젤로 좋아 3시간 40분대로 6등 이라고...
나뭇꾼님이 제한시간 맞춰 들어오시고 짐 찾고 셔틀버스 타고 내려오니 거의 파장.
휴양관 앞에서 내려줘 샤워를 하고 식당으로 가라고 한다.
꺼비님은 진작부터 와서 우릴 기다리고 계셨단다.
씻고 옷 갈아입고 차로 식당으로 가니 준다던 산채정식이 아니라 급식판에 밥을 받아먹는 급식수준.
산채정식이 아니라 배추정식이라고 꺼비님 웃긴다. ㅎㅎ
아무튼 점심을 거의 5시나 되어 먹으니 입맛이 없다. 그래도 구겨넣고 갈 길이 먼지라 밥만 먹고 꺼비님과 헤어졌다.

경품으로 고글 받은 삐사님은 새벽 차로 혼자 왔다고 하니 역시나 따로 올라가야 하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녀자 셋이 과묵한 수리님한테 질문을 퍼부으니 영 불편했는데 삐사님 차로 도망을 가 버렸다. ㅎㅎ
어찌나 과묵한지 차 타고 있는데도 안 탔다고 찾을 정도였다.
가는데 횡성 즈음에 소나기가 한시간 정도 퍼부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문막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너무 목이 말라 시원한 식혜로 갈증을 식히고 야생회가 운전대를 잡았다. 길이 밀렸지만 그래도 그래도 평촌에 오니 10:45.


평촌에서의 뒷풀이

오늘 젤로 큰 경품에 당첨되어 생맥주를 쏘기로 해서 무수리네 집 앞으로~
마침 전화가 와 실크님 부르고 집에 들어간 수리님도 불러내고 무수리 남푠도 불러내고...
9명이 앉아 조촐하게 뒷풀이.
남자가 -4도 못했다고 훈련에 문제 있다는 훈련부장 다운 말씀에 다들 폭소를 터뜨리고...
무수리 남푠 따라 온 테니스 멤버들이 애주가 회원들 몸매를 보고 배 나온 사람이 아주 많이 부러워 했고....
테니스 멤버들한테 애주가 들어오려면 토익 800점 이상에 미모가 선발기준이라고 웃기는 무술 남푠.
실크님, 다른건 몰라도 미모는 본다고 또 한번 웃기고....

낼 출근 하는 분들이 있는지라 과음은 자제.
회비도 남았다고 만원씩 환불까지 받고....
옥수수를 골고루 나누어 주시는 별천사.
가는 김에 집까지 택배해 주는 야생화.
나뭇꾼님 덕분에 테마관광에 마라톤까지 하는 즐거운 이벤트가 되었고 노척님 부부 덕분에 아주 편안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가고 오는 차 안에서의 대화로 서로간의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었다.
여러분들 덕분에 즐거운,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