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산이 없던 향로봉(진부령~향로봉10/2~3)

산무수리 2004. 10. 4. 22:26
1. 때: 2004.10.2 23:00 사당역
2. 누가: 바람꽃, 무수리, 까만돌, 오발탄, 정과묵, 무만킹, 이슬비
3. 어디를: 백두대간 마지막 구간인 진부령~향로봉
4. 왜: 두 대간파 격려차
5. 날씨: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보통 대간의 마지막을 진부령에서 끝낸다.
왜?
향로봉 구간은 군 부대지역으로 민통선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헌데 마침 이 구간을 가는 산악회가 있단다.
그래서 주님때문에 일요산행을 못하는 까만돌도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간단다.
다른 대간 구간에 비해 길지않고 길도 비교적 평탄하단다.
까만돌, 또 여기저기 쑤셔서 멤버를 만들어 놓았다.
등산의 비기너인 무만킹까지도......

23:00 사당역 1번 출구에 가 보니 우리 멤버들 이미 다 도착, 자리까지 맡아놓았다.
한참 어수선하다. 서초구청 앞에서 마저 태우고 회장이 인사말을 한다.
향로봉의 일출은 평생에 걸쳐 잊을 수가 없을거란다.
그리고 향로봉에서 대청, 신선대, 안산, 이북까지 볼 수 있단다.
무만킹 왈, 신원조회까지 해야 올 수 있는 산이니 얼마나 폼 나냔다.

헌데 출발시간부터 30분이 지체되었다.
우리차 뒷좌석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나보다. 중간에 화장실에 잠깐 들린다더니 그대로 노상방뇨.
한번 더 섰는데 역시나 노상방뇨?
세번째 서서야 겨우 휴게소다.
회장이 아는 체를 하며 불편한게 없냔다.
나, 노상방뇨로 시작하는 산악회는 처음 본다고 하니 그러게나 말입니다....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신새벽에 체조 후 출발준비 완료

도착예정시간도 역시나 늦어 3:30 도착.
달밤에 준비체조도 한단다.
3:40 출발.
차 세대 110명을 부려놓았다. 혹시나 향로봉에서 일출을 볼 소방으로 다들 부지런히 올라간다.
우리팀은 까만돌은 진작에 앞서서 갔고 나머지 친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슬비는 중간부터 후미로 처져서 오고...

헌데 길은 계속 도로다. 경사도 완만한데 계속 한구비 한구비 돌아서 간다.
군데군데 물 구덩이도 있어 빠지기도 하고......
유인물에는 중간에 무슨 봉우리를 지나고 어쩌고 써 있지만 길은 계속 산길이 아닌 신작로.
스틱을 하자니 그렇고 안 하자니 그런 완만한 길, 길.



여명

중간에 쉴 곳도 없다. 잠깐 서서 물 마시는 정도다.
헌데 향로봉은 뵈지도 않는데 날씨가 희부염하다.
랜턴은 어느덧 배터리가 방전되어 켜나마나고. 그냥 달빛에 의지해서 올라간다.



운해의 모습

해가 그냥 사정없이 떠 오른다.
운해도 보인다.
아쉬운대로 사진을 찍고 올라가려니 무만킹, 오발탄, 정과묵, 바람꽃이 날 기다리고 있다.
이미 해 다 떴다고 아쉬워하면서.
그냥 뜬 해를 배경으로 한장 찍었다. 해 이외에는 찍을만한 경치도 없다.
그래도 친구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좀 덜 심심하다.



향로봉 근처에도 못가고 중간에 떠오르는 해

몇시간을 온것 같은데 초소가 나타난다. 헌데 여기서도 1시간을 더 가야 향로봉이란다.
길은 내내 찻길이고......
멀리 군사시설이 보이고 그 끝이 향로봉인가보다.



일출을 배경으로. 누군지 함 맞춰 보시라?

향로봉 아래 군부대가 있다.
이곳을 지나 향로봉에 도착해보니 1시간 전에 도착한(6:50) 까만돌은 추워서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있다.
이곳에서 대위님이 사진을 찍어 주신다.
왼쪽은 민통선지역이라 사진 촬영을 하면 안된단다.
단체사진을 찍고 까만돌 독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오늘의 출석부. 이슬비 대신 김대위~

이슬비에게 얼마나 왔나 전화를 해도 전화가 터지질 않는다.
까만돌과 둘이 선배를 기다리다 추워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일단 내려가기로 했다.
헌데 조금 내려가려니 이슬비가 화가 나서 올라온다.
기다리지 않고 함께 오지 않아 무지 섭섭했나보다.
결국 다시 끌려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이곳은 두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단다.



이 사진 찍히려고 끌려 올라오다....

친구들은 식당에 앉아 싸 가지고 온 빵, 떡, 과일, 커피 등을 마신다.
우리도 늦게 내려가 싸 가지고 온 음식을 먹었다.

9:20 하산.
멋 모르고 올라왔던 그 길을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진짜 한숨난다.
봉현 산악회 뜻이 뭐냐고 하니 봉우리 峰, 고개 峴(?).
대간을 하려면 수없이 많은 봉우리와 고개를 넘어야 하므로 지은 이름이란다.
헌데 어떤 사람은 이 산악회를 봉천동 현대아파트 산악횐줄 안단다.
까만돌과 만나니 그야말로 대간 예찬에 둘이 신이 났다.
이 코스를 왜 하냐고 하니 대간꾼들이 이 구간을 안하면 그야말로 껄적지근 하단다.
그래도 두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길이다.





하산길에서. 사진상으론 그러듯 해 보이네.... 완죤히 군사도로인데.....

어느덧 또 오발탄은 선두고 그냥 가 버리고 꾸물대는 이슬비와 내가 후미로 쳐지고 나머지 친구들이 중간그룹으로 가는데
무만킹의 전화, 내심 선두가 다 도착했나 싶어 다행이다 싶더니 바로 아래에서 오발탄을 뺀 나머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오발탄을 뺀 친구들이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데 무만킹이 걷는게 영 시원치 않다.
평소 무릎이 약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고관절이 아프다고 한다.



2차 출석부. 한명 또 빠졌네?

하긴 무만킹만 아픈게 아니다.
나도 종아리가 땅기고 발바닥도 화끈거린다.
등산길과는 달리 계속 오르막, 계속 내리막을 가니 같은 근육을 계속 써서 발의 피로가 더한가보다.
더구나 길이 편도로 18 Km. 왕복 하면 30Km 가 넘는 길이다.
완만한 경사지만 하산길이 좀 수월할 줄 알았는데 다리가 아파서 인지 오히려 속도가 더 쳐진다.

무박이 아닌 당일 등산객들은 지금 올라가고 있다.
무만킹은 다리를 절뚝 거리고 이슬비도 종아리가 쥐가 난다고 죽는 소리다.
가끔 차가 내려오는데 대부분 환자가 타고있어 그나마 얻어 탈 자리도 없네.

이젠 정말 다 왔나 싶었는데 5Km가 남았단다.
진짜 그 맥빠짐이란......
롱다리 친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진짜 안스럽다.
차를 타고 올때도 다리가 앞 의자에 닿아서 무지 불편해 보이던데.

올라갈 때는 어두워 보이지 않던 길이 내려갈 때 보니 더 못 가겠다.
그래도 올라왔으니 내려가야 한다.
역시나 지루한 이 길도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다.
까만돌이 짧지만 도로 올라와 무만킹의 배낭을 지고 조금 먼저 내려가고.
13:10 하산완료.
무만킹이 10분 쯤 늦게 하산.

오발탄은 벌써 밥을 다 먹었다. 의리없게스리....
산악회에서 끓여 준 김치찌게와 밥, 반찬. 음식은 그래도 풍성하다.
다들 배가 고파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린다.

14:20 출발.
무만킹 자리에 까만돌이 앉으니 자리가 많이 남는다고 정과묵이 재미있어 한다.
오늘 과묵은 절대 과묵이 아니라는 무만킹와 까만돌.
우리 차에서 몇명이 앞차에 간 덕분에 무만킹은 혼자 두 자리를 차지했는데도 좁아 보인다.
다들 피곤해 뻗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고 난 후 역시나 뒷자리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우리뿐 아니라 대간꾼들도 오늘 산행은 몹시 힘들었나보다.
힘이 들어서 인지 힘들이 남아서인지 오는 내내 어찌나 떠드는지 미치는 줄 알았다.

우리팀 한 명도 차 타지 않고 걸어 내려왔으니 대단한거라는 까만돌의 자평.
무만킹 다시는 산에 안 올것같다는 정과묵의 염려.
허나 아니란다. 어찌 되었던 대간 마지막 구간을 했단다. 이만한 일에 포기할 사람으로 보이냐는 무만킹.
그럼 내년에 대간 첫구간인 지리산종주도 마저 해야겠네?

발바닥에 하도 불이 나 어찌 된 줄 알았다는 오발탄.
새끼 발 발톱이 빠질것 같다는 바람꽃.
산을 질이 아닌 양으로 다닌 나도 오늘은 종아리 근육이 너무 아프다.
정과묵은 다리 아파 산행을 별로 안 해봐서인 줄 알았단다.
이슬비는 내려와 다리를 파스로 도배를 하고......

아무튼 무사히 완주를 했다.
차는 막히는 길로 골라서(!) 왔는지 무지 막힌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해서 이나마 덜 힘들었다.
궁금한 청풍은 이친구, 저친구에게 문자를 날리고.
못 온 청풍 약 오르라고 무지 재미있었어야 한단다.

각설하고 산행길이 하도 힘들어 음악이라도 멋진 음악을 넣었다.


노래-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김동규, 금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