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꽉 찬 가을의 춘마를 뛰고 (10/28)

산무수리 2007. 10. 29. 22:56
'가을길'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 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길

희다. 흰빛의 가을은 명상과 수용의 가을이다. 바람이 희고 슬픔이 희고 모자를 털고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도 희다. 안녕이란 말은 희다. 떠난다는 말도 희다. 이별은 모든 빛깔까지 슬쩍 꿀꺽 하는 것일까. 희디 흰 안녕이 가을 길에 부시다. ‘안녕’ 하는 입술도 하얘진다. 혼자 가는 가을 길은 너도 나도 희다. <신달자·시인>



가을 농사 마무리인 춘마.
산이슬과 은계언니 부부를 만나는 즐거움이 더해야 할 대회가 친구의 병으로 인해 쓸쓸한 춘마가 되었다. 가평 컨별에서 1박 하기로 했었지만 기분이 나질 않아 당일 새벽에 출발.
찰밥이라도 싸 갔어야 했는데 늦은 귀가도 있고 작년에 밥 싸가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과일, 떡, 빵 등만 싸 가지고 출발.
6시 좀 넘어 출발해 7시 좀 넘어 아침식사. 군데군데 휴게소에는 마라톤 단체 버스가 있어 그득하다.
그중 한가한 식당에서 설농탕을 반 정도만 먹었다.
헌데 길이 막힌다. 막히는 정도가 아니라 서있다. 이러다 늦는거 아닐까?
앞에서 사고가 나 처리하느라 차가 막혔었나보다.

여산의 전화. 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집에 놓고 온것 같다. 은계언니도 이러다 못 만날라....
그나마 큰 사고는 아닌것 같다. 다들 급한 마음에 접촉사고가 몇중으로 난것 같다.
강촌 화장실 들렸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9시가 넘어 차를 노상에 대고 도착하니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찾아볼 엄두도 못내고 부랴부랴 선크림 바르고 옷 벗어 사진 한장 찍고 옷 맡기고 나오는데 낯익은 모습이 지나간다.
은계 언니다.
안 그래도 전화를 몇번 해도 받지 않아 사고난줄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안도하신다.
사부님도 잠깐 얼굴 뵙고 화장실 다시한번 들렸다 대회장에 들어가니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작년보다 더 많은것 같다.


은계 언니를 찾아보시라~

 

내가 속한 그룹에 가니 애주가 여자회원 둘이 아는체를 한다. 언니 잘 뛰시라고...
두 사람 얼굴이 많이 탔다. 연습 많이 했나보다 했더니 원래 때깔이 안 좋단다. ㅎㅎ
배동성이 사회를 보는데 사람이 너무많고 시끄러워 잘 들리지도 않는다.
은계언니랑 출발 직전까지 함께 있다 내가 조금 먼저 출발.

F그룹~I그룹까지









그룹 하나 앞으로 갔는데 초장부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너무 빠른듯 하게 내 달리는게 겁난다.
계속 뒷그룹 4시간 패메가 날 추월해 간다. 이거 쫓아가다 완주도 못할것 같다.
페이스를 조금 늦추니 계속 뒷사람들이 추월해 간다. 다들 연습 정말 많이 했나 보다.
정말이지 기 죽는다...
그래도 두번째여서 인지 마음의 여유는 좀 있는지 경치가 보인다.
작년에 비해 올해가 가을이 꽉 찬것 같다. 단풍도 멋지고 호반에서 올려다보는 삼악산 경치가 정말 그림같다.

이번 주로에서는 급수를 양쪽에서 주어 훨씬 덜 복잡하다. 급수대는 모두 여학생들인데 어찌나 귀엽게 응원을 해 주는지 멋쟁이라느니, 찜 했다느니...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뭐 싫지는 않은 멘트다.
날이 비교적 흐린 날씨고 바람도 심심치 않게 불어주어 달리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전혀 페이스를 늦추지 않으니 불안한 마음에 늦출 수가 없는게 문제이다.
기록 달성은 이제는 힘든것 같고 30분 이내 들어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언덕을 올라가니 10K. 지점. 1시간쯤 걸린것 같다. 작년에 비해 언덕이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호수가 조금만 보이는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오래 볼 수 있는것도 좀 위로가 되었다. 문제는 주변에 뛰는 여자들이 너무 잘 뛴다는것.
호수를 돌고 보니 후미는 거의 끝나가나보다.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k지점도 생각보다는 페이스가 늦춰지진 않은것 같다. 2시간 조금 지난것 같다.  이 지점을 지나니 초코파이와 물을 준다. 초코파이는 한개를 다 못 먹겠어더 먹다 나머지는 버렸다.
20을 지나니 보이는 회수차.
마을을 지루하고 힘들게 지났다. 25에서 파워젤 하나 짜 먹었다.

30에서 바나나 하나 먹었다.
 작년엔 춘천댐 지나고 서서히 추월해 갔는데 올해는 추월을 당하게 생겼다. 한참 기운없이 뛰는데 어디서 본듯한 뒷모습. 대구 교육달 차회장님.
D 조인데 계속 추월당했다고 한다. 잠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시내에 들어선것 같다. 작년보다 퍼진 사람도 적다.
뛰기 싫었다. 허나 걷고나면 후회를 하는거 알기에 끝까지 뛸 수 밖에 없다. 이 힘든 일을 왜 또 한다고 신청했나 후회도 되었고...
35에서 파워젤 마저 하나 먹고 이젠 힘이 날거라 자기 최면을 걸었다.
군부대에서 주황색 추리닝 입은 군인들이 10여명 나와 응원을 한다. 도치 생각이 났다.
계급은 이병부터 병장까지 다양했다.
소양2교 지나 소양강 처녀 동상도 보고 방울토마토 몇개 집어 먹고 이젠 정말 남은게 얼마 안 남았으니 그동안 뛴게 아까워서라도 마저 뛰자.

작년보다는 그래도 조금 빨리 뛰었나?
작년엔 차량이 통제가 풀려 차를 피해 뛴 구간이 올해는 아직은 통제가 안 풀렸다.
마지막까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 힘을 쥐어 짰다.
운동장이 보인다. 진입로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마지막 힘을 내어 끝까지 뛰었다.
작년보다는 좋은 기록인것 같았다.



바로 뒤 뒷그룸 애주가 회원이 들어온다.
패메해 준 건달님이 아는체를 해 주신다.
포카리 한잔 마시고 물도 받고 메달도 받았다.
칩을 푸는데 구부리기가 힘이 들었다.
기념품 받고 나오니 남푠이 기다리고 있다.
옷위에 그냥 덧입고 아침에 은계언니를 만났다고 하니 재주도 좋단다.
언니가 함께 저녁 먹고 가라 했더니 너무 늦을것 같단다.
회수차 타고 오셨으면 벌써 도착했을텐데 아직 안 오신거보니 완주를 하시나 해서 안 기다리고 나왔다.

이마트에서 초밥과 아이스크림 사서 15;20 출발. 차에서 오는 짬짬히 먹었다.
춘천에서는 잘 빠져 나왔는데 가평근처에 오니 완전 서행이었다.
더구나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먹을게 그나마 많이 있으니 배 고플 일은 없는데 온몸이 쑤셔 앉아 있기도 힘든다. 뒷자리에서 좀 누워있으면 안되냐고 하니 양심불량이란다. ㅎㅎ
엄청 막히고 집에 오니 5시간이 걸렸다.
집 근처에서 냉면 먹고 집에 와 은계언니한테 전화하니 가평킹카님은 술을 끊으시더니 4.36에 들어오셨단다. 언니는 회수차 타고 들어와 짐을 못 찾아 시간을 빼앗기고 났는데 들어왔다고 전화가 와 깜짝 놀래셨단다.
목간 하고 킹카님 동생 만나 저녁 먹고 이젠 좀 덜 막히려나 하고 나섰더니 길이 완전히 주차장이라 아직 집에 못 가셨단다.
다음엔 사부님과 손 붙잡고 뛰면 될것 같다.
씻고 정리하고 사진을 보니 ㅍㅎㅎ 남푠이 찍은 내 사진 뒤로 은계언니가 지나가고 있었다.

올핸 우리들만 뛰었지만 내년엔 산이슬 완쾌 해 함께 즐겁게 달렸으면 좋겠다.
아울러 셀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