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5년

설경으로 황홀했던 북한산(2/16)

산무수리 2005. 2. 17. 21:57
거의 20년이 다 되가는 산계와의 2박3일간의 여행을 다녀오자 마자 하게 된 오늘의 산행.
바람꽃이 오늘까지만 쉬고 출근한다고 해서 좀 무리가 되지만, 집에 눈치는 보이지만 하게 된 산행.
화요일 오후부터 찌프린 날씨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헌데 산행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진눈깨비 인가 보다. 길이 미끄럽다.
잘하면 산에 가 눈을 보겠구나.....

지난번 산행에 늦은지라 좀 부지런히 나섰더니 역시나 오늘도 심심이가 1등이다.
곧 송죽, 죽순 오고 바람꽃 오고 하스민까지 정시에 도착.
1번 출구로 나와 정릉 청수장 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

관리소 화장실을 들려서 혹시나 싶어 짧은 스패치를 하고 산행 시작.
표를 사려는 날 밀치고 하스민이 표를 산다. 한 번도 표 안 사봐 오늘은 자기가 꼭 사야 한단다.

산은 예상대로 비가 아니라 눈이 제대로 내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눈다운 눈이 올 겨울에는 내린적이 없는지라 설경에 기대가 되네.....
오늘 산행기 담당 바람꽃은 초입부터 디카 꺼내 포즈 취하라고 한다.
위에 올라가면 좋은데 많으니 가면서 찍자....
산행기 뿐 아니라 산행도 선두에 서서 열심히 가는 바람꽃.

북한산에 눈이 왔답니다~~

미모가 되는 바람꽃을 대신해 무수리가 사진을 찍기로 한다.
앞서 간 사람들이 별로 없고 눈이 계속 내려 발이 자꾸 눈에 빠진다. 그나마 짧은 스패츠라도 한 무수리가 앞서서 올라간다.

친구 셋이 앉아있던 의자. 누구 평수(!)가 제일 클까?

눈이 쌓인, 아무도 앉지 않았던 의자에 친구 셋이 앉았다 일어나니 자국이 난다.
누구 평수가 제일 크냐?
이 말을 들은 송죽, 얼른 그 자국을 막 지우네?
그럼 송죽이 당첨?

보국문까지 멀지 않은 길인데도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이 길은 중간 중간 약수터도 몇군데 있어서 좋다.
드디어 보국문이 보인다. 1차 목표 달성.

눈에 쌓인 보국문



보국문이 보이네....

보국문에서

문 안에 눈을 피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밥을 먹자는 심심이. 헌데 아직 12시도 안되니 대성문에서 먹기로 한다.
보국문에서 대성문까지의 능선이 눈이 쌓여 장난이 아니다. 선두에 선 바람꽃이 고군분투 한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 신발은 좋건 나쁘건 고어신발인데 송죽 신발만 안 고어네.
앞 서지 말고 뒷사람 발자국을 밟고 오려고 해도 눈이 자꾸 밀려내려와 그것도 여의치 않다.
다들 아이젠을 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하기로 한다.

너무나 멋진 설화

대성문 가는 길의 설경



잘생긴 소나무를 그냥 못 지나치는 쌍죽

이렇게 눈 제대로 온 북한산을 만날 기회가 얼마나 되랴....
조금 염려가 되는 바는 있지만 다들 우리의 행운에 행복해 한다.



대성문 가는 길

헌데 대성문 위는 물론 문 안쪽에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이곳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바람이 부는 곳이라 더 그런것 같다. 그렇다고 문 위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갈 수는 없지.
우린 사회생활은 안해 봤지만 바른생활은 하고 있으니.....

이왕 내친 걸음, 대남문까지 가 보기로 한다.
대남문에 가니 그곳 바람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문수사 쪽 문 밖에 성벽을 방패로 삼아 눈 위에서 밥을 먹기로 한다.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배도 더 고프다.
막 밥을 먹고 있는데 설경이 좋으냐는 관계자의 안부 및 미끄럼 조심하라는 염려의 전화.
다들 스패츠도 없고 신발에 눈이 들어가고 바람은 세고 걱정이 되나보다.
그만 대남문에서 하산해 찜질방이나 가면 어떠냐고 한다.

헌데 문제는 이슬비가 비봉에서 올라오기로 했단다. 진짜 여러가지로 속 썩인다.
오지 말라고 전화를 했더니 막 비봉 매표소 통과해서 그렇게는 못한단다.
우리보고 사모바위까지 1시간 이면 올 수 있으니 사모바위에서 만나자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 가다 얼어죽기야 할라고.....

청수동암문 가는길

동암문 가는 길도 버벅거리며 간다. 다행히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있어 따라 가는 데도 군데군데 눈이 쌓인 곳이 있어 빠지면서 간다.



청수동암문 앞 눈이 얼마나 쌓여있나 스틱을 꽂아보는 심심이

청수동암문 도착. 다행히 이곳이 바람이 안 부는지 바람이 좀 잦아진건지 바람이 덜 분다.
이 길로 오기로 잘한것 같다.
그동안 뿌옇던 조망도 트이면서 멋진 설경과 어울어진 경치를 보인다.
다들 도중 하산하려던 말 취소란다. 잘하면 목표했던 하산지점 진관사까지도 욕심 낼 수 있겠다....



청수동암문에서 문수봉 우회하는 길

날이 개면서 드디어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승가봉 가는 길에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우리들이 보국문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니 산을 무지 좋아하나보다고 대단하단다.
남자가 하면 당연하고 여자들이 하면 대단한가?
산에 대한 사랑에 남녀구분이 어디 있다고?

 

 

 

 

 

 

 

 

구름에 쌓인 삼각산

 

 

멀리 사모바위에 서 있는 사람이 이슬비 같다. 우리를 보았는지 야호 소리를 지른다.
역시나 이슬비 맞다.
만나자 마자 사진에 찍혀야 하는 우리 아작산들.



사모바위

사모바위 좀 지나서 조망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도 점심을 굶은 이슬비를 위해 잠시 쉬기로 한다.
 
 

사모바위와 비봉 사이 안내판 앞에서

비봉 우회길 앞에서 잠시 쉰다.
바람이 자고 눈도 그쳐서 조망이 아주 그만이다.
모처럼 비봉에 올라가자고 하니 아무도 협조를 안 해준다.
다같이 비봉을 우회해서 향로봉 릿지 끝나는 곳으로 간다.

 

향로봉 릿지 끝나는 곳 즈음

지난번 독바위역에서 올라왔던 길을 반대로 해서 하산을 한다.
불광동 쪽으로 가다가 진관사, 기자촌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기자촌 갈림길 쪽으로 올라서면 조망이 좋은 곳이 나온다.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진관사 계곡길이 아닌 능선길로 갈 수 있다고 지난번 정보를 입수한 지라 이 길로 꼭 내려가보기로 했었다.



진관사 능선길의 잘생긴 바위 앞에서-헌데 그려놓은 십자가가 매우 거슬린다 


위에서 내려다 본 경치가 사막같은 분위기를 띄어서 꼭 가보기로 한 이 능선.
헌데 역시나 눈이 내린 사막(!) 경치 진짜 좋다.
다들 북한산에도 이런 황량한 경치가 있나 감탄을 한다.
넓은 암반의 조망이 그만이다.

 

 

조망좋은 암반 위에서

이곳에서 하산길이 여러군데다. 될수있으면 진관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쪽으로 길을 가니 길도 비교적 평탄하다. 어느덧 눈도 아랫쪽은 다 녹아서 아이젠을 빼도 산행에 무리가 없다.

드디어 진관사 옆 계곡으로 무사히 하산.

 



진관사에서 올려본 북한산

진관사는 벌써 초파일 준비인지 12월에 안 보이던 연등을 많이 달아놓았다.
이곳에서 5분 정도 내려가 지난번 저녁을 먹은 짱구식당에 갔다.
파전, 버섯전골, 빈대떡, 동동주, 막걸리, 소수 등으로 뒷풀이를 했다.
헌데 커피 가지러 간 하스민이 어느새 계산까지 다 해 놓았네?

여러번 같이 다녔는데 한번도 못 냈다고 신고식으로 쳐 달단다.
아니? 입당도 안하고 신고식?
뇌물까지 받아 먹었으니 가입 시켜야겠네?

산행 잘 하고 식당에서 구파발역까지 태워다 주어 전철을 탔다.
한강 이남에 사는 심심이, 이슬비는 가는 길에 이수역에서 산나리 퇴근시간이 맞춰서 기다렸다 2차까지 하고 집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