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5년

동해바다가 너무 가까웠던 겨울 설악산(2/11)

산무수리 2005. 2. 12. 20:40
지리산 종주를 1월에 무사히 했다.
추석 연휴에 한번 다녀온 설악산. 이번 구정에도 설악산을 갈까 생각중.
헌데 산 욕심 많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바람꽃과 이슬비가 또 바람을 넣더니만 이번 구정에도 설악산을 가기로 했다.
문제는 차편, 콜밴을 불러도 5명 밖에 못 탄단다. 아예 멤버를 10명을 더 확보해 두대로 가자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해서 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느니 안내산행을 따라가는게 낫지.....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자리가 부족한걸 아신 마님이 양보하신 덕분에 산타페에 6명이 꽉 차서 가기로 했다.
주최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차주인 남푠이 운전을 하고 맨 뒷자리엔 내가 앉아 가기로 했다.
아예 누워 가려고 오리털 침낭까지 챙겼다.

송죽이 좀 일찍 딸과 함께 차를 우리집에 대 놓고 함께 출발 해 범계역에서 바람꽃과 이슬비를 태우고 영동 고속도로로 출발한 시간이 20:10.
뒷자리 앉은 나, 생각보다 무지 불편하다.
앉아서 가자니 차 진행방향과 역방행이고 누워 있으려니 바퀴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앞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불편한 속을 누르고 자는체 하면서 진짜 어렵게 갔다.
중간 휴게소에 잠시 쉬었다 오색에 도착하니 23:45.
남푠과 함께 백두대간 완주를 함께 한 분이 이곳에 내려와 민박집을 하고 계신다.
오색주전골쉼터 ( 김문권) - 산이좋아 만나는곳 -
Tel : (033) 6722 - 265 H.P : 017 -232 -3312
설악 산행 시 민박을 원하거나 정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

한계령 막걸리를 준비해 놓고 방도 따뜻하게 데워놓고 우릴 기다리신다.


 
특이한 벽의 그림의 정체는 호프집을 하려고 그려놓은 작품이란다.

 
이슬비와 너무 잘 어울리는 그림, 한잔 쭉~~

난 너무 어지럽고 속도 메시꺼운지라 실례를 무릎쓰고 그냥 누워있었다. 그러다 속이 좀 나아져 주인이 구워놓은 군고구마를 먹으니 그나마 살것 같다.
그리고 나서 벽화를 보니 장난기가 발동된다.
그래서 여기, 저기에서 장난스런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흉내내기?

사진도 찍고 막걸리도 다 마시고 따뜻한 방에서 잠을 청한다.
헌데 생각보다 잠이 잘 온다.
어느덧 새벽이다.

5:30 기상.
씻고 짐을 챙겨 식당으로 이동.
요즘은 겨울이라 6:00 부터 영업을 한단다. 점심도 주문하면 도시락을 싸 주는데 우린 다 보온 도시락에 점심을 준비한 지라 아침만 황태 해장국과 된장찌개로 산행을 위해 열심히 먹었다.
MBC 남설악식당 (김경호) Tel : (033)672 -3159 , 3592

7:10. 오색 매표소 통과 . 산행 시작.
간간히 산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연휴 뒤끝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한가하다.
길은 얼어있지만 그럭저럭 갈만 하다.
중간에 안전을 위해 우리도 아이젠을 챙겨서 올라간다.

초장에는 좀 쌀쌀 하더니 추운 날씨 치고는 바람이 안 불어서 체감온도는 견딜만 하다. 오히려 산행을 하다 보니 땀이 나 한 껍데기씩 벗었다.
처음 산행을 하는 송죽 딸네미도 생각보다 너무 잘 간다.
이슬비도 나날이 산행 실력이 좋아져 쫓아가기 힘이 들 지경이다.
에구, 무늬만 대장노릇도 이젠 못해 먹겠네.....

 
모처럼 함께 찍은 사진

일찌감치 내려오는 학생들은 어디서 오나 궁금해 했더니 중청대피소에서 자고 대청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거란다.
오늘 날씨가 좋아 일출 좋았겠다고 하니 환상이란다.
부럽다~~~


오색에서 본 풍경

 
아작산과 어작산?

오색에서 대청으로 올라가는 길은 가까운 대신 경사가 급한 편이고 그래서 유난히 계단, 철계단이 많은 길이다.
헌데 눈이 쌓여 있어서 오히려 길은 먼지도 안나고 보기에 낫다.

 
애고 힘들어~~~

설악폭포까지가 반, 그리고 대청까지가 나머지 반.
위로 올라갈 수록 하늘은 어찌 그리 파란지 모르겠고 조망은 또 그리 아름다운지....

 
정상 가기 전 대피소 흔적

예상시간 4시간 좀 덜 걸려서 대청에 도착.
후미조인 송죽모녀도 10여분 지나니 바로 도착.

 

 
정상에서 아작산끼리

헌데 파란게 구름인줄 알았는데 바다네?
아니 바다가 이렇게 가깝게 보이다니?
대청에 몇번 와 봤지만 이렇게 시야가 좋은 대청도 태어나 처음이지 싶다.
그리고 겨울 치고는 오늘 바람도 비교적 적게 부는 편이다.
하늘은 우리 아작산 편인가보다.

 
정상에서 손에 닿을 듯 보이는 동해바다



정상의 조망


중청대피소

정상에서 중청도 가깝고 공룡능선이 어찌나 가깝게 보이는지 공룡 아닌줄 알 았다.
우린 중청에 내려와 밥을 먹기로 한다.
원래 대피소 안에서 먹기로 했는데 햇살이 너무 따뜻하다.

 
넘의 사진 찍을 때 방해하는 전형적인 포즈

 
대청을 배경으로

 
공룡을 배경으로 오늘의 출석부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앉아 있으니 바다만 보인다.
우리, 산에 온거 맞냐?
혹시 동해바다에 온거 아니냐?
앞에는 대청봉, 옆에는 동해바다를 끼고 먹는 식사.
상상이 가시나?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다.

 
즐거운 점심식사


중청에서 본 동해바다

12:00 하산 시작.
소청으로 가는 길도 눈이 쌓여 있지만 그래도 등산로가 생각보다는 미끄럽지 않게 나 있다.
한 초등 2학년 학생이 아빠랑 한계령에서 올라온다. 장하네....
중청에서 소청 가는 길


소청에서 보이는 대청

어느덧 소청.
소청에서 손에 잡힐 듯한 공룡의 모습.
진짜 오늘 설악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다. 황홀하다.

 
소청에서 공룡을 배경으로...

소청에서 휘운각으로 내려서는 길.
눈이 쌓여 있으니 장난이 아니다. 안 그래도 급 경사인데 양폭 위에서 부터 대청까지의 길은 초행인 송죽 왈, 이길 그나마 내려가는게 낫지 올라오려면 죽을 것 같단다.
그리고 처음 간 대청봉, 와 보지 않고는 절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단다.
천왕봉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나 어쩐다나....

길에 눈이 쌓여있는데 중간에 엉덩이 썰매를 탄 흔적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남푠이 시범으로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헌데 내 바지 빌려입은 송죽도 엉덩이 썰매를?
설마 아끼는 내 윈드블럭을 입고?
괘씸한 지고....

 
희운각에서

어느덧 희운각.
후미도 생각보다 빨리 도착.
이곳 밥 먹을 곳이 없어 중청에서 식사를 했는데 오늘 정도의 날씨라면 희운각에서 식사를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뻔 했다.
수세식 화장실인 이곳은 물이 얼어 사용금지, 간이 화장실을 설치 해 놓았다.

지리산 종주팀은 대부분 아마추어 팀들이 대부분이고 설악산 산행객들은 전문 산악인이 많은 것 같다.
산행 자체보다는 훈련산행을 하는 팀들이 간간히 보인다.

희운각 지나서는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
험한 길은 없고 비록 겨울이라 얼었지만 환상적인 폭포가 이어지는 계곡 길.
얼어붙은 천당폭포


미끄러울까 염려했던 철계단은 생각보다 길이 잘 나 있다.
오히려 눈이 쌓여 어떤 계단은 계단이 아니라 다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울통불퉁한 길이 눈이 쌓여 평평해 진 곳도 많아 길이 쉬워졌다.


눈 쌓인 계곡

지리산 산행은 1박을 하는지라 자연 짐이 무거워 지는데 설악산은 무박으로 오니 짐도 상대적으로 가벼워 훨씬 발걸음도 가볍고 눈이 쿠션 노릇을 해 발도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

 
양폭 지나서 하산길에

천당폭, 오련폭, 양폭, 귀면암 다 지나고 문수담도 지나니 어느덧 비선대.
비선대만 온 사람들은 아이젠도 대부분 없다. 이젠 미끄러운길 지났나보다.
남푠은 차를 가지러 먼저 하산.

 
어느덧 비선대

우리는 방아간 그냥 못 지나가는 이슬비가 시킨 동동주와 파전으로 간단하게 한잔. 남푠의 전화.
오색의 김 산악인 차를 타고 오색으로 차를 가지러 출발했단다. 우리는 버스 타고 대포항으로 오란다.

 
계곡에서 날씨 관계로 목욕을 못하니 나뭇꾼도 없네?

비선대에서 아이젠을 풀고 내려가는데 간간히 미끄럽다.
이곳에서 넘어지면 그야말로 쪽팔린다. 그래서 조심조심 간다.
신흥사 바로 전 계곡

어느덧 신흥사 지나 소공원.
아주 추워하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많은가 보다. 관광버스도 많이 주차해 있다.

 
소공원 얼음조각에서

17:40 산행 완료.
소공원 입구

버스 승차. 대포항에서 남푠과 설악인을 만나 대포항으로 간다.
헌데 그곳 호객이 아주 재미있다.
일인당 무조건 만원이란다. 산에 다녀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해 주는 거란다. 믿거나, 말거나...
남푠이 흥정에 걸려들어(!) 이 집으로 들어갔다.
난 잠시 착각 해 일행이 6명 이라고 했다.

아무튼 새우튀김을 먹어야 한다고 부르짖는 이슬비를 위해 새우튀김, 오징어 튀김까지 사다 배가 불러 먹다 먹다 회를 남겼다.
설악인과 작별하고 차를 탄 시간이 20:00.
뒷자리에는 이슬비를 재우기로 했다.
음악을 틀더니 곧 코고는 소리가 난다.

지남철의 문자, 무지 궁금한가보다.
날씨가 끝내줬다고 하니 기원을 했단다.
길 하나도 안 막히고 바람꽃 강동에 내려 주고 23:45 평촌에 무사히 도착.
송죽네 집에 잘 가고 호프집 간 두 남자들 호프 싸 가지고 집으로.
아니 왜?
호프집이 집안 사정으로 문을 일찍 닫아야 한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씻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