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화이트 데이 단상

산무수리 2008. 3. 14. 23:10
‘꽃사태’ - 이경교(1958~ )

지상의 모든 무게들이 수평을 잃기 전, 다만
햇빛이 한번 반짝하고 빛났다

저 꽃들은 스스로 제 안의 빛을 견디지 못하여
그 광도(光度)를 밖으로 떼밀어 내려는 것
야금야금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스스로 빛의 적층을 이루던,
빛도 쌓이면 스스로 퇴화한다는 걸 알고 있는지
도대체 누가 그 붉은 암호를 해독했을까
이웃한 잔가지 한번 몸을 떨 때마다
일제히 안쪽의 문을 두드려 보며
더운 열꽃처럼 스스로 제 체온을 덜어내려는
꽃들의 이마 위엔 얼음주머니가 얹혀있다

체온의 눈금이 떨어질 때마다 연분홍 살 속에 꽂혀있던
눈빛들은 다시 컴컴한 안으로 되돌아 가야한다
몸을 흔들어 수평을 허무는 꽃들이
어두운 고요 속에 일제히 틀어박힐 때

문을 닫기 전, 다만
햇빛이 한번 반짝하고 빛난다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가득하다지요. 빛이 비쳐도 빛나지 않는 별들. 우주나 식물,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사랑도 제 안의 사랑을 못 견뎌 타인에게 흘러나왔듯, 꽃도 그렇잖아요. 이미 빛이 있는 거예요. 사랑도 제 안의 것이 다 흘러나오면 추억이 되어버리죠. 지기 전 한번 반짝하고 빛나는 햇빛, 그게 연분홍 봄꽃의 짧은 사랑, 영원의 떨림인 게지요. <박형준ㆍ시인>


레자미를 들렸다.
대목인것 같은데 오후에 내린 비 때문인가?
바깥에 상도 안 차려놓았고 알바를 쓰지않고 친구와 공주님 셋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아침 나절에는 장까지 봐 오느라 바빴다고 한다.
저녁 사 준다고 김밥, 라볶기를 사다 먹는데 손님들이 간간히 들어온다.

오마니들, 초등생 자녀것 챙기러 온다.
학교에 가져갈건 아니고 학원 팀원, 선생님에게 하나씩 돌리는 거란다.
그냥 지나자니 서운하고 해서 사탕까지 오마니가 챙긴다. 자연 가벼운 가격으로 여러개를 사간다.
중학생, 대부분 돈이 없으니 아예 구경만 하거나 용돈이 좀 있는 친구는 그중에서도 조금 가벼운걸로 산다.
청춘들은 폼 나는걸로...
한 새댁은 아기를 안고 왔는데 큰 바구니에 쿠키, 초코렛, 양갱을 추가해서 아주 근사한 바구니를 두개나 포장해 간다.
누구 주는거냐고 하니 시어머니 드린단다.
좋으시겄다. 돈 아끼지 않는 며느리가 부럽다.
조금 작은건 친정 오마니건가?

50대 중 ,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오빠 둘이 들어와 꽤 여러개를 산다.
큰 바구니 사려는 동료인지 친구에게 큰 바구니 사봐야 먹지도 않는다고 작은 인형 있는게 좋다고 한다. 작은 인형은 핸드폰 고리, 조금 큰 인형은 가방에 달고 다니는거라나?
어찌 그리 잘 아세요?
딸 많이 키워보세요, 저절로 다 알아요~
헌데 우리가 이런거 사가는 사람 중 최고령자죠?
아니요? 어르신들도 사가세요.

정말 신기했다.
발렌타인 데이에 연계해 일본 상술이 만든 날이라는걸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어느새 특별한 날로 자리잡은것 같다.
하긴 드라마에서도 큰 바구니를 주는걸 일반화 하고 있는 추세이니..
신기해 하는 날 보고 역쉬나 구세대란다.
이런 날만 있으면 레자미 떼돈 벌겠네?
그러게요. 매일 매일 날을 만들까요?

안 받는것 보다는 받는게 기분 좋겠지.
그래서 이런 날이 없어지지 않고 점점 더 유행이 되는거겠지.
아니 완전히 정착된 날인것 같다.
연 이틀 레자미에서 구경도 하고 바쁠땐 좀 돕기도 했는데 남녀는 있어도 노소는 없었다.
여친거, 오마니거, 마눌님거, 공주님거.....



못 받으신분.
이 케� 나눠 먹어요~
혼자 먹으면 살찌니 같이 찝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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