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봄비를 핑계로 사찰순례하기 (3/23)

산무수리 2008. 3. 25. 21:06
‘빗방울 길 산책’-김기택(1957~ )

비 온 뒤
빗방울 무늬가 무수히 찍혀 있는 산길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빗자루가 한나절 깨끗이 쓸어놓은 길
발자국으로
비질한 자리가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디뎌 걸었다
그래도 발바닥 밑에서는
빗방울 무늬들 부서지는 소리가
나직하게 새어나왔다
빗물을 양껏 저장한 나무들이
기둥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 그친 뒤
더 푸르러지고 무성해진 잎사귀들 속에서
젖은 새 울음소리가
새로 돋아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빗방울 길
돌아보니
눈길처럼 발자국이 따라오고 있었다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걷기 속에는 사유와 경험과 도착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완전한 걷기란 이 3가지가 어우러져 있어야 한다. 시인은 마음의 풍경을 걷는 행위를 통해 몸으로 풀어낸다. 당신은 빗방울 무늬가 부서질까 조심조심 걸어본 적 있나. 자신의 발자국 밑에 우주의 물빗자루가 깨끗이 쓸어놓은 행성이 빛난다는 생각 해본 적 있나. <박형준·시인>

비가 밤새도록 내렸나보다. 아침 혹시나 갤까 했는데 계속 부슬부슬 내린다.
오늘은 좀 천천히 출발하기로 하고 6시 기상.
일단 목간통에 다녀왔다 어제 해 놓은 밥과 남은 두루치기로 아침을 먹으려고 내실에 가니 그곳에서 자는 사람들이 문을 잠가놓아 주방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남은 밥을 처치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방에서 누룽지만 끓여서 아침을 먹었다.

오늘 일정은 사찰순례.
여산은 쌍계사 많이 와 봤다고, 입장료도 아깝다고, 그곳에 가면 그나마 산의 조망을 볼 수 없다고 안 가겠다고 해 나무천사 혼자 다녀오라고 하니 혼자는 가기 싫은것 같아 동행.

 

 

 

 

 

 

 
쌍계사 경내

비가 내려서인지 절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았다. 단체 답사팀들의 교태섞인 청춘들 때문에 절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 기본 예의가 없는것 같다.
비 내리는 차분한 절 분위기. 앞산에 운무가 끼어 나름대로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바퀴 휭하니 둘러보고 나오니 여산이 안 보인다. 그새 절 앞 민박집에 끌려 들어가 담배연기만 쐬고 왔다고 기침을 해 댄다. ㅎㅎ

 

 
칠불사 가는 계곡길

이름만 들던 안쪽의 칠불사를 가보고 싶다 했다.
칠불사 가는 길의 산의 야생차밭과 매화, 계곡의 어울어진 경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쪽에도 물론 팬션도 있고 카페도 있지만 쌍계사쪽 보다는 그래도 조용하고 그윽하다.
몇번 내려 사진을 찍고 칠불사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댔다.

 

 

 

 
칠불사 경내

절터는 아주 좋고 조망도 좋은데 절은 불타 버리고 새로 지은 절이라 특별한 운치는 없었다.
亞자 방이 유명하다는 여산의 설명. 물 떨어지는 물받이를 정갈하게 해 놓은게 인상에 남는다.
법당에서는 천도제를 지내고 있어 기도발이 좋다는데 절만 얼른 하고 나왔다.
물까지 떠서 이젠 어디로 가나.....

 
삼보일배 하며 찍은 경치?

차 막히기 전에 빨리 가자던 나무천사, 막상 경치 좋은 곳만 나타나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대는 두 남자들. 헌데 어찌나 자주 세우는지 삼보일배 하냐고 했다. 이래 가지고 언제 가냐고...
안 내리고 차 안에 있으니 무수리가 왜 안 내리냐고 놀리는 여산.

 

 

 

 
사성암 경내

사성암이 있는 오산은 차로 사성암까지 갈 수 있다고 해서 이 역시 초행이라 이곳에 가자 했다. 조망이 아주 좋은 산인데 오늘같이 비가 내리면 조망은 기대할 수 없단다.
사성암까지 차로 가지 않고 걸어 올라가면 40여분 소요. 헌데 차를 타고 가니 입장료를 2천원씩 받는다. 절까지 가는 길도 어찌나 급경사고 길도 좁아 교행에 어려움이 있고 비가 내린지라 길이 미끄러워 운전 미숙한 사람은 가지 말아야 겠다.
절 주차장에 의외로 차도 많도 사람도 많다. 비가 내리니 다들 답사 모드로 다니나?

 
사성암 초입 오산 정상 가는 길

관악산 연주대처럼 지어진 사성암 약사전에는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불이 계시다.
입구의 큰 바위에는 동전을 붙여 소원을 빈다.
우리도 동전 하나씩 붙였다. 다음엔 드림팀이 같이 오게 해 달라고...
왼쪽 계단을 돌아 올라가면 네분의 성인이 수행했다는 (그래서 사성암이라던가?) 굴도 보이고 여기저기 기와불사한 기와 자체로 장식을 해 놓은 특이한 모습.
비는 거의 내리지 않는데 구름이 걷힐듯 하면서 걷히질 않는다.
이곳에서 작년 제천에서 만난 대전 불자산악회 사람들을 또 만났다.


산수유 마을

사성암 지나 집에 가는 길에 산수유마을에 들리기로 했는데 주차장에 사람도 차도 꽉 차 복잡해 질린다. 그냥 차를 돌려 나와 길가의 산수유만 잠깐 구경하고 집으로 가기로...
전주에서 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는데 점심을 임실의 유명한 순대국이 있다고 그걸 먹고 가자는 나무천사.
헌데 찾아간 임실시장의 순대국집이 두개가 있어 유명하냐고 하니 2개 밖에 없다나?
순대 속에 밥알이 없고 선지로 채워진 순대국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두 남자들은 돼지냄새가 난다고 별로인가 보다. 돼지고기에서는 돼지 냄새가 나는게 사실은 정상이라는 나무천사. 그래놓고 남긴다.

비는 그치는것 같더니 도로 내린다.
차는 좀 밀리는것 같고 난 뒤에서 취침모드로 누워서 오고...
중간에 여산이 운전을 좀 교대해 줘 그래도 많이 막히지 않고 7시 좀 넘은시간 평촌에 무사히 도착.
저녁 먹고 가라 하니 점심 먹은게 아직 소화도 안 되었다고 여산은 집으로~
무릎 아픈 여산을 위해 비가 내린건가?
오늘 산행을 못해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비는 내려야겠다.
진달래는 이미 피기 시작했고 이 비가 내리면 이젠 벚꽃이 앞을 다투어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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