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운동 못하는 이유?

산무수리 2008. 3. 12. 23:30
'복자수도원' - 이진명(1955~ )

내 산책의 끝에는 복자수도원이 있다
복자수도원은 길에서 조금 비켜 서 있다
붉은 벽돌집이다
그 벽돌빛은 바랬고
창문들의 창살에 칠한 흰빛도 여위었다
한낮에도 그 창문 열리지 않고
그이들 중 한 사람도 마당에 나와 서성인 것 본 적 없다
둥그스름하게 올린 지붕 위에는 드문드문 잡풀이 자라 흔들렸고
지붕 밑으로 비둘기집이 기울었다
잠깐이라도 열린 것 본 적 없는 높다란 대문 돌기둥에는
순교복자수도회수도원(殉敎福者修道會修道院)이라 새겨진 글씨 흐릿했다
그이들은 그이들끼리 모여 산다 한다
저녁 어스름 때면 모두
성의(聖衣)자락을 끌며 긴 복도를 나란히 지나간다고 한다
비스듬히 올라간 담 끄트머리에는 녹슨 외짝문이 있는데
삐긋이 열려 있기도 했다
숨죽여 들여다보면
크낙한 목련나무가 복자수도원, 그 온몸을 다 가렸다
내 산책의 끝에는 언제나 없는 복자수도원이 있다


바슐라르가 그랬지. 램프의 별로 밝혀진 외딴집이 아무리 우주적인 이미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스스로를 고독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녹슨 외짝문이 삐긋이 열려 있는, '복자'라는 이름을 가진 수도원. 우리들 삶의 산책에는 복도에서 성의(聖衣) 끌리는 소리만 들리는, 상상력의 파동을 방사하는 이렇듯 고독한 침묵의 소리가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박형준ㆍ시인>



어중간한 시간에 식당에 가니 한가하고 한팀만 거의 다 먹어가는 모드.
한 사람이 새신자.
착임계 쓰러온 날 일직이었는데 이 새신자 등산복 차림으로 와서 좀 호기심이 들던 사람이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위인것 같고 산에 다니냐고 하니 지금은 무릎 망가져 삼각산은 잘 안가고 청계산 정도 짧게 다닌다고만 들었다.

이번주 토욜이 영등산악회 산행이 있는 날인데 날보고 가냐는 채부장.
일욜이 D-day 라 못 간다고 하니 총무가 못가면 어쩌냔다.
이 새신자, 자긴 아직 하프도 못 뛰어봤다면서 날보고 풀 뛰어봤냐고...
산행 하는건 알고 있지만 마라톤도 하시나봐요?
발 뒤꿈치가 망가져 못한단다.
테니스를 20년 해서 그렇다나?
이 이야기 들은 테니스 동호회 회장님인 채부장 반색을 한다.

등산도 테니스도 못해 이젠 골프로 바꾸었다고...
헌데 골프를 하니 이번엔 어깨가 아파 그것도 못하고 있단다.
다들 웃었다.
옆에 앉아 있는 개량한복 입은 박샘보고 독실한 불교신자인줄 안다.
그런거 아니라고 한다.
참선 공부하고 싶으면 금강선원에 오시라고 저도 허리아파 자세 교정할겸 다닌다고 하니 허리 반듯하게 하려면 춤을 추란다.
자기 아는 사람이 춤 배우고 나서 허리가 젓가락처럼 꼿꼿해 졌다나 뭐라나?

스포츠 댄스도 하시나요?
스포츠는 아니고 사교댄스는 한단다.
그럼 동호회 하나 만들라는 채부장.
자긴 이미 카바레로 진출해서 안된다나 뭐라나?
다들 뒤집어 졌다.
여러가지 운동을 했는데 운동 못하게 된 이유도 참 여러가지다....
괴짜가 한명 온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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