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한표 찍고 남한산성 가기 (4/9)

산무수리 2008. 4. 11. 00:01

‘더딘 슬픔’- 황동규(1938~ )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봄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것임을 비로소 알겠다. 눈뜨면 어젯밤까지 입술을 꼭 다물고 있던 목련이 활짝 피어나 순식간에 저 스스로 봄이 온 듯한데, 아직 겨울의 중력마저 놓치지 않으려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가 쓸쓸한 소리를 내고 있구나. 죽고 나서도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는 것들, 그 더딘 발자취가 바로 봄, 봄의 형체로구나. 그래서 우리들의 늙은 부모가 무심결에 내뱉는 말씀인 ‘덤의 인생’이란 말을 함부로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로구나. 우리에겐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 봄도, 너무 빨리 피어난 꽃도, 거기에 무언가 지나가 버리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랑의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박형준·시인>

 

 

 

 

 

 

 

 

 

 

 

 

 

 

 

 

 



코스개관: 사기막골-황송공원-검단산 (우회?)-뒷동산 헤매기-남문-수어장대-서문-북문-종로-남문-백련사-남한산성입구 (11:10~16:00)
날씨: 오전 흐리다 오후  3시 무렵부터 비가 내리다....

국회의원 선거날.
온몸팀 남한산성 가기로 진작부터 약속해 놓은날.

헌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다 빠지고 여군과 둘만 달랑 남았다.
어제 못한 청소하고 걸레 빨아놓고 한표 찍고 떡 하나 사서 만나기로 하 백영고 정류장에 가니 막 길 건너오는 쫀누나.
여군바지 입은 날 보고 패션 죽인단다.
이 옷 사 놓고 입을 기회가 없는지라 오늘 같은날 아니면 언제 입어보리...
괴롭더라도 좀 참아 달라 했다.
더 부지런한 쫀누나 새벽부터 1차 운동 한바탕 하고 집에 와 서서 밥먹고 화장하고 나오다 한표 찍고 오는 길이라고.
역쉬 여군은 다르다니까? 나라는 여군이 지킨다니까....

333 버스 타고 원래 만나기로 한 남한산성 입구역 지나 오늘은 이 버스 종점인 사기막골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는데 사람들이 저쪽으로 올라간단다.
종점 바로 앞 올라가는 길이 보여 그 길로 올라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 길로 올라가도 남한산성 나오고 이 길이 더 넓고 좋단다. 그래서 이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가니 바로 공원. 공원 윗쪽으로 길이 나 있고 사람들도 많다. 가다보니 검단산 이정표가 보인다. 검단산 방향으로 올라갔다. 헌데 한참 가다보니 공군부대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그쪽으로 가야 검단산 정상이 나오나본데 갈림길에서 물어보니 왼쪽으로 가야 동문이 나온다고 해 왼쪽으로 길을 잡았다.
바로 찻길이 나오고 사람들은 아래쪽 산책로로 가는데 우린 길을 횡단해 숲길로 들어서니 약수터 나오고 길이 없어져 사면을 치고 올라가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낙엽쌓인 길이 나온다. 신발이 불량해 미끄러저 할 수 없이 산신령 지팡이 하나씩 주워서 더듬거리며 내려오니 작은 계곡이 나오고 또 길이 나온다.
주말농장 하는 공터가 나오고 왼쪽으로 올라가니 비로소 아는 남한산성에 겨우 닿은것 같다.

잠시 쉬었다가 가니 남문이 나온다.
남문에서 지난번과 반대로 서문쪽으로 돌았다. 날이 흐린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산책모드, 등산모드, 데이트 모드....
우리도 약수터모드로 넘어가는데 멀리 삼각산 인수와 만경대가 보인다. 신기했다.
이미 남문 닿기 전에 2시간 정도를 헤맸나보다. 북문에서 하산하기로 했는데 3시가 되니 비가 내린다.
북문에서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남문으로 해서 백련사 길로 해서 내려갔다. 북문에서 동문, 벌봉 코스는 다음을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비가 내리니 여군바지자 길을 쓸고 가는게 옥의 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