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밧줄과 개구멍이 많았던 묘봉, 상학봉 (6/15)

산무수리 2008. 6. 16. 22:25
‘돌아가는 길’ - 문정희(1947~ )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이것 참. 뭐라 할 말이 없으니. 부질없이 두 손을 모으지도 말고 물러서 있으라 했으니.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으니. 몸을 그치고 말을 그치고, 마음에 깊은 침묵을 지킨 고요함을 받아 유상(有常)과 무상(無常)을 넘어 진아(眞我)에 이르고 있는 인각사 부처. 생사를 끊었으니 이것저것이 없고 허공에 걸리는 바가 없도다. 이미 가고 돌아옴이 없으니,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죽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으니 그저 본연만이 있을 뿐이다. 완성이라는 말을 하지 마라. 생사의 윤회를 얻어 대적(大寂)을 이루었으니 부처도 감옥이고 돌도 감옥이다. 오직 자재(自在)만 있을 뿐이다. <박주택·시인>



코스개관: 운흥2리 용화버스정류장 (용화 보건진료소)-미타사-북가치-묘봉-상학봉-토끼봉우회-운흥1리 마을회관
날씨: 맑고 더운 날씨였는데 바람은 정말 시원하였다.

6/15 (일)

늦게 잔 어제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인데 어제는 일찍 잤으니 더 일찍 일어나 5시에 벌써 깨는 모습이다.
여산이 나가 밥 한다하고 오늘 찌개는 산이슬표 묵은지꽁치조림.
아침 다 됐다고 불러 모텔 비상구에 앉아 돗자리 깔고 밥을 먹으니 캠핌 나온 기분이다.
밥 잘 먹고 도시락 싸고 짐 챙기고 정리하고 나와 오늘 산행지인 용화보건진료소 앞에 차를 대고 출발한 시간이 7:30. 어제보다 조금 빠른걸?


7:20 폐가가 된 용화 버스정류장


등산로 표지석 (7:45)

이곳에서 포장된 도로를 가다보니 묘봉 안내표지석이 보이고 미타사 표지판을 따라 급경사를 한참 올라간다.
가다 우측 계곡쪽으로 산행 표지기가 아래, 위 두군데 보였다.


미타사에서

일단 절 구경을 하는데 소박이 지나쳐 절 같지가 않고 살림집에 산신각이 있는것 같다. 절에 어울리지 않게 계단은 새로 잘 만들어 놓아 소박미도 부족하다.


절에서 되돌아 내려와서 보이는 산행 기점

조금 걸어 내려와 계곡쪽 표지기가 많은 곳을 따라 산행시작. (8:30)
길은 좁은 오솔길. 오늘도 사람 하나도 못 만날것 같다는 여산. 늘상 그래오지 않았나?
좀 평평한 안부에 올랐다. 이곳이 북가치인가?
헌데 이곳 지나서 급경사 오르막이고 군데군데 철끈으로 길을 표시해 놓은건지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 놓은건지 잘 모르겠다. 이곳도 소나무가 많은걸 보니 송이때문에 그렇게 해 놓은건가 싶었다.
오늘 난코스가 있다고 해 혹시나 해 보조자일도 챙겼다. 비는 내릴것 같지 않은 쾌청한 날씨.


조망이 트이고...

올라서니 넓은 바위에 조망도 짱. 여산 신이 났다. 이곳에서 쉬면서 간식도 먹고 놀았다. 내심 오늘 산행이 너무 빨리 끝나는거 아닌가 걱정아닌 걱정도 해 가면서....
올라가니 문장대가 점점 가까이 보이고 관음봉도 보인다. 관음봉 갈림길이 북가치라는데 이쪽 등산로는 폐쇄 되었다고 했으렸다?


멀리 문장대가 보이고...

군데군데 커다란 암릉이 있는에 올라가는 곳은 아닌것 같다.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와 아까 그곳이 아니고 이곳이 북가치 인가? 하면서 우리들은 묘봉을 향해 우측으로 진행.


거의 2시간 산행 후 보이는 이정표를 보고 황당해 하다...(10:12)

헌데 2시간 이상 산행을 했는데 우측으로 미타사 이정표가 나온다. 헐~ 그럼 우리들은 먼 능선길로 돌아온건가? 참으로 허망한 순간이다. 이곳이 그럼 북가치?
어쩐지 산행기에서 무덤 2기가 있다는데 안 보인다 싶었단다. 헌데 이곳에서 묘봉쪽 길은 평탄한 흙길은 아닌걸?
미타사 반대쪽 하산길도 있는데 짧게 올라올 수 있는 길인것 같단다.


그나마 조망이 끝내줘 위로가 되고...

아무튼 올라가다 보니 우측으로 넓은 암반이 보인다. 그곳이 조망처라고 해서 쫓아 올라가 조망을 보니 정상으로 보이는 곳에 한떼의 사람들이 앉아 떠들고 갈 생각을 안한다.
사진 찍고 진행하다 비탈진 작은 슬랩. 버벅대며 올라가니 코끼리 코 처럼 생긴 이상한 바위. 사진찍고 놀다 올라가니 바로 위가 묘봉 정상. 고상돈 기념 나무표지판이 소박하게 세워져 있다.




묘봉 정상에서 (10:55)

묘봉 정상은 생각보다 아주 멋지고 넓고 조망도 끝내 주었다. 사람들이 왜 가지않고 이곳에서 앉아있나 이해가 되었다. 이곳에서 코끼리 모양을 한 바위가 바로 눈 아래 있었다. 뭐야~
이곳에 반대쪽에서 올라온 한팀이 있어 사진을 서로 찍어 주었다. 이 팀은 청주에서 왔다는데 빨리 내려가 삼겹살 구워 먹어야 한단다. 여산은 이 팀에게 청주 주면 군자산, 남군자산 정보 묻느라 바쁘다 바빠....
우리도 따라 내려가면 삼겹살 주냐고 하니 준단다. ㅎㅎ


우회 하라는 길을 내려서며.. (11:22)

묘봉에서 상학봉쪽으로 가는데 길은 점점 험해져 가는것 같다. 한곳에 밧줄이 내려져 있는데 여자들은 우회 하란다. 자기 마눌도 한 등산 하는데 올라오느라 낑낑 댄다고...
우리는 무늬만 녀자인지라 우회하지 않고 직진 하기로...
나무천사 먼저 내려가 뒤를 봐 주었고 내려가는데 그럭저럭 내려갈만 했다. 산이슬이 전과는 달리 겁을 좀 냈지만 그래도 철녀 출신이라 별 어려움 없이 내려갔다. 여산은 막 뛰어 내려온다. 산 무너질라....
한군데 암릉이라는 정상석 모습의 이정표를 세워놓아 참 쓸데없는데 세워놓았다 싶었는데 여기부터 본격적 암릉 코스였는데 미처 몰랐었다.


묘봉을 바라보니 새삼스럽게 멋진걸?

헌데 이곳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계속 밧줄 구간이고 기어 올라오고 개구멍처럼 생긴 바위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좀 무서워 보이는 곳도 있고 만만해 보이는 곳도 있었다. 사람은 점점 많아져 간다.


여기가 개구멍?

어제 청주에 내려와 인순이 콘서트 보고 친구 집에서 잔 푸르름은 우리 하산지점에서 만나러 온다 연락이 왔다. 산행 함께 못하면 일부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도 얼굴이라도 본다고 온단다. 덕분에 속리산 드라이브 한다면서...
문제는 우리가 예상시간 내에 산행을 마치지 못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 초장에는 여유 부리며 안 올라가도 되는 바위까지 오르내려머 사진찍고 놀며 왔는데 갈 길은 아직 멀고 길은 갈수록 험해지는것 같다.


밧줄구간에 계속 나타나고...


상학봉 정상 직전의 난코스 (12:13)


협소한 상학봉 정상 (12:23)

묘봉 지나 상학봉에 가니 사람들이 피크. 점심시간 인지라 여기저기 단체에 밥 먹는 사람들로 버글거리는데 상학봉 정상이라는 어금니처럼 생긴 바위에 올라가는 사다리가 불안하게 설치 되어 있는데 정상은 무쟈게 좁은데 사람들이 자꾸 올라와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어금니 위에 해 놓은 정상석은 누군가 훼손시켜 자리만 있다.  참 별 인간이 다 있다 싶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득하게 보이고...


상학봉도 되돌아 보니 멋진걸? (12:47)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푸르름. 산이슬 기차표 시간도 맞춰야 하고 해서 점심도 먹지 않고 간식만 막고 진행을 하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개구멍도 몇개 지나고 개동굴까지 지나고 한곳에 오르는데 교행이 안되 조금 정체. 한 여자는 오다 무서워 홀로 되돌아 가는 길인가 보다. 두 남정네도 남자라도 홀로 온 여자한테 관심을 보인다. 흥~
나중에 호구 조사 다 했냐고 하니 언제 물어보는거 들었냐고 막 웃는다. ㅎㅎ

반대편에서 올라온 사람들 말이 아까 만난 사람도 올라오는데 한시간 반, 지금 만난 사람도 한시간 반.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
이쪽 길도 험하냐고 하니 이쪽은 난코스에 밧줄이 없어 대부분 길은 우회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상태로 내려가면 2시까지 하산도 어려울것 같다. 내려가다 큰 암릉이 나오는데 여산과 산이슬은 왼쪽 하산길로 내려가는데 표지기도 안 보이고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나무천사는 암릉쪽으로 올라가 버리고 난 암릉 바로 옆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고... 졸지에 3팀으로 나뉘어져 버렸다.

내가 선택한 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주 등산로 같다. 내려가다 보니 암릉으로 올라가는 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데 올라갔다 오도 가도 못할까봐, 그리고 나 때문에 늦어질까 포기하고 하산하는데 나무천사가 하는 말이 그 봉우리가 토끼봉 (모자바위)인데 올라가는건 올라가는데 내려가는건 하강기가 있어야 한단다. 밧줄을 걸 수 있는 구조물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안 가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모자바위를 못 본 건 아쉽다. 또 가게 될것 같진 않은데...


세팀을 뿔뿔히 헤어지고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가 없고...

하산길 넓은 마당바위로 추측되는 암반도 나오지만 여기부터는 비교적 순한 길이다. 하산하는 사람 안 보이다 여자 셋이 내려오는게 보인다. 갈림길이 나와 물어보니 왼쪽 길이 맞다고 한다. 나무천사와 통화 하고 왼쪽 길로 내려오다보이 이정표가 보인다. 운흥리 800m. 헌데 산이슬 전화. 운흥이 600m 이정표를 지난다고...
푸르름한테 전화를 하니 용화 보건진료소 앞에 세워놓은 우리 차를 보았다고 한다.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나무천사의 전화. 왼쪽길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직진길로 가다보니 표지기가 안 보이는데 되돌아 가자니 늦어질것 같아 그 길로 하산해 나보다 먼저 하산을 했단다. 어디인가 물어보니 마을회관 앞. 푸르름한테 전화 해 마을회관으로 오시라 했다.


하산길의 망초밭 (14:20)

다 내려와 보니 좌측 계곡건너편쪽으로 상학봉 표시가 되어 있다. 직진하는 코스는 암릉코스로 토끼봉 (묘봉)을 올라서는 위험로고...
산이슬과 여산이 내려온 길도 시간은 빠른데 급경사의 무너져 내리는 길로 장난이 아니었다고....

마을회관 바로 아래 두부마을. 주차장에 버스도 있고 단체 팀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쉬고 있다. 곧 푸르름 차도 도착. 우리 차 있는곳까지 푸르름 차를 이용하면 될것 같아 막간을 이용해 늦은 점심 먹기.
두부와 비지장 정식을 시켜 싸 온 밥을 해서 점심을 바쁘게 먹었다. 푸르름은 우리 준다고 아이스께끼까지 사 가지고 왔다. 더구나 지인이 만든 수제 부채까지 하나씩 선물로 주고 점심값까지 냈다. 밥 사주러 왔다면서...
그러면서 산행에 함 붙여 달라고... 언제든 환영한다고 산행 약하다고 염려 해 덕분에 웰빙산행 하면 더 좋다고 했다.
우리 대신 산이슬을 상주까지 태워다 준다는 푸르름. 마음씨가 너무 고맙다. 허나 우리도 상주에서 중부내륙을 타는게 편하다고 감사함만 받았다.

바쁘게 늦은 점심 먹고 푸르름 차로 오니 5분도 안 걸리는 곳이네?
이곳에서 헤어지고 우리들은 상주를 향해 출발.
속리산 IC 로 들어가 북상주로 나와 16:20 무사히 상주역 도착. 오히려 시간이 남는걸?
산이슬과 이곳에서 헤어지고 우리도 갈 길이 먼지라 출발.
난 뒤에서 혼수상태. 두 남자들은 중간 운전 교대 해 가면서 무사히 3시간 채 안 걸려 무사히 안양 입성.
저녁으로 칡냉면 한그릇씩 먹고 여산은 일산으로~

친구 생일도 축하하고 산행도 본의아니게 빡세게 한 즐거운 6월의 놀토였다. 7월 놀토엔 산이슬이 수도권으로 올라오기로~
이덕 저덕으로 두루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