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전문- 고두현(1963~ )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바다에 비 내립니다. 보리밭인 줄 알았습니다. 하늘거리는 몸짓. 그 연하디연한 허리 아래 매운 뿌리 뻗는 줄 모르고 푸르게 보이는 게 다 보리인 줄 알았습니다. 발밑에서 그토록 단단한 마디로 맺혀 밭고랑에 뜨겁게 출렁이는 마늘을 보리인 줄 알았습니다. 매운 뿌리로 땅을 휘감아 온몸을 단단한 옹이로 박힌 그것이 슬픔인 줄 몰랐습니다. 마늘잎 끝에는 고요보다 깊은 적멸. 저 바다 비내리는 거 보세요.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시간을 팽팽하게 당기는데 단감 빛은 휘어져 머리를 풀고는 빗소리에 젖었다 풀리고, 접혔다 펴져 마음의 울혈은 피고지고 합니다. 땅속 마늘처럼 여름이 익어갑니다. 그 깊이로 그리움의 별이 뜨고 힘줄 하나 내려와 땅속 깊이 박히는데 오늘은 목젖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견디다 뜨거운 저 핏줄을 타고 부르며 잠이 들겠습니다. 남녘에 장마 진다 합니다. 뼈마디 건너오는 소리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괜찮다 비가 내리는 여기는 홀로 젖는 집만이 온몸으로 흐느낍니다. 그리움들 젖어 매운 적멸을 건너갑니다. <박주택·시인>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바다에 비 내립니다. 보리밭인 줄 알았습니다. 하늘거리는 몸짓. 그 연하디연한 허리 아래 매운 뿌리 뻗는 줄 모르고 푸르게 보이는 게 다 보리인 줄 알았습니다. 발밑에서 그토록 단단한 마디로 맺혀 밭고랑에 뜨겁게 출렁이는 마늘을 보리인 줄 알았습니다. 매운 뿌리로 땅을 휘감아 온몸을 단단한 옹이로 박힌 그것이 슬픔인 줄 몰랐습니다. 마늘잎 끝에는 고요보다 깊은 적멸. 저 바다 비내리는 거 보세요.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시간을 팽팽하게 당기는데 단감 빛은 휘어져 머리를 풀고는 빗소리에 젖었다 풀리고, 접혔다 펴져 마음의 울혈은 피고지고 합니다. 땅속 마늘처럼 여름이 익어갑니다. 그 깊이로 그리움의 별이 뜨고 힘줄 하나 내려와 땅속 깊이 박히는데 오늘은 목젖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을 견디다 뜨거운 저 핏줄을 타고 부르며 잠이 들겠습니다. 남녘에 장마 진다 합니다. 뼈마디 건너오는 소리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라 괜찮다 비가 내리는 여기는 홀로 젖는 집만이 온몸으로 흐느낍니다. 그리움들 젖어 매운 적멸을 건너갑니다. <박주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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