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비때문에 산에 못 갈 뻔? (관악산, 7/5)

산무수리 2008. 7. 6. 20:59

‘구성동(九城洞)’ - 정지용(1902~50)

골작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곳,


절터ㅅ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산(山)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구성동은 금강산에 있다 했겠다. 골짜기가 하늘을 향해 트이고 폭포 소리가 가득한 기슭에 약초들의 향기에 옷깃이 맵다는 옥류동도 품고 있다 했겠다. 초보 운전자가 너덧 번을 왔다갔다한 끝에 간신히 주차를 시킨다. 애를 많이 썼겠다. 오늘 하루는 조심스러운 저 초보운전자처럼 물소리에 이가 시린 구성동에나 가자. 구성동 깎아지른 절벽에 서서 탕탕한 호연지기를 길러나 보자. 마음의 저편 유배지에 모여 있는 물집 잡힌 마음들을 불러 모아 꽃도 귀양 하는 구성동에나 가서 사슴의 잔등이나 쓸어나 보자. <박주택·시인>


만나는곳: 2008.7.5 (토) 13:00 정부과천청사역 6번 출구
코스개관: 국편뒤-문원폭포-케이블카능선-연주암-과천향교
날씨: 말짱했던 날씨가 산행 시작하니 비가 내리다... 하마트면 산행도 포기할뻔?

 

 

 

 

 

 

 

 

 




모처럼 마님이 산에 오신단다.
점심때까지 날씨 멀쩡했다. 모자에 고글까지 착 끼고 만났다. 헌데 비가 조금씩 내린다. 설마 그치겠지....
국편 뒤로 걸어 가는데 젊은언니 세분이 잔디에 앉아 비가 오는데 산에 가냐고 걱정해 주신다. 그래도 지나가는 비일거라 생각했다.
헌데 비가 조금 더 많이 내린다. 오늘 마님, 박과일은 우산도, 비옷도, 잠바도 없단다. 뭘 믿고....
그나마 쫀누나는 양산, 일회용 비옷이 있고 나도 우산, 일회용 우비, 바람막이 잠바가 있었다.

하산하는 사람이 주고 간 비옷을 얻어 그럭저럭 한개씩 걸쳐 입긴 했는데 다리를 건너자마자 천둥 번개까지 친다. 비도 많이 내린다.
일단 철수. 취사장이라고 지어놓은 간이 건물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빵도 먹고 관악산 지도 놓고 공부도 하고...
헌데 관악산 지도인데 관악산은 안 보이고 청계, 바라, 광교산만 보인다. 막 찾으니 비를 피해 온 다른 팀 아자씨가 뒷면에 있다고..
양면 지도인데 나도 몰랐다. ㅠㅠ 하도 아끼느라 안 들고 다녀서....

모처럼 산에 오셨는데도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그만 하산하는데 어떠냐는 마님, 박과일도 은근히 하산 했으면 싶은것 같다. 비가 많이 내리니 사람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헌데도 이 비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보고도 왜 안 올라가냐고 걱정 아닌 걱정까지 해 준다.
2시다. 비가 약간 잦아든것 같다. 여기까지 와 그냥 가긴 너무 억울하다 아이가...
일단 약수터까지만 가 보기로...
내 새 신발은 속수무책 물 묻은 바위의 쥐약. 스틱 하나는 혹시나 싶기도 하고 한손에 우산을 들었으니 쫀누나에게 대여. 오늘 내 신력이 딸려 산행 널널할거라는 쫀누나.

약수터에 가니 한팀이 있고 내려오는 한팀도 있다. 이 좋은델 놔두고 컴컴한데서 불 켜고 밥을 먹었다나 뭐라나....
여기서 하산하자니 또 아쉽다. 비도 더 내리지는 않는것 같다. 삼거리까지만 가보자 했다. 이미 각본이 이렇게 될 줄 눈치챘다는 박과일. ㅎㅎ

최대한 빨리 능선에 붙는 길을 선택하니 오늘도 안 가본 길로 올라간것 같다. 아무튼 무사히 케이블카 능선에 붙으니 운무에 쌓인 6봉이 환상이다. 비가 내리는 날씨 치고는 시야가 나쁘지는 않다.
비는 좀 잦아드는것 같다. 날씨가 도와주니 할 수 없이 연주암까지 가야 겠는걸? 하산 길이 그래야 젤로 짧으니...

무사히 연주암에 가니 툇마루에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산미인, 산미남이 점점 늘어나는것 같다.
헌데 큰 고사목을 베어 버렸다. 웬지 서운타. 나름대로 운치가 좋았었는데....
툇마루에 앉아 과일도 먹고 빵도 먹고 농사지은 오이도 먹고.....

비는 거의 그친 모드. 그래도 나의 신발이 도와주질 않으니 과천길로 하산.
하산길 족욕도 잠시 하고...
오늘 습식 사우나 찐하게 하셨다는 마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이야...
산행이 예정보다는 좀 짧았지만 이만큼이라도 산행을 하고 하산하니 기분이 개운타.
그냥 갈까 하다 어영부영 저녁 먹을 시간인지라 하산주와 감자전, 도토리묵, 콩국수로 마무리~
풍요로운 대화로 몸도 튼튼 정신도 튼튼?

오늘의 어록
오늘 내가 쓴 돈만 내 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