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장’- 최금진(1970~ )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죽은 아버지 부르는 소리
얘야, 오늘은 마을에 제사가 있구나
목구멍이 빨대 같은 풀들이
피 묻은 꽃들을 혓바닥처럼 밖으로 꺼내어놓을 때
빠드득 빠드득 이빨 갈며 풀벌레가 울고
소년의 굽은 어깨 위로 뛰어내리는 나무그림자
귀를 틀어막아도 따라오는
얘야, 아비랑 가서 실컷 먹고 오자
어둠이 허방다리를 놓아주는 늦은 귀갓길에
배고플까봐, 배곯고 다닐까봐, 소년을 올라타는 소리
아비랑 가자, 아비랑 함께 가자
우리가 잊고 있는 것.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여 남을 잊고, 남의 아픔에 무감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세상의 명약(名藥)을 기다린다. 자신 전체로써 다른 존재를 느끼는 것. 그러므로 연민은 인간 속에 있는 신.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죽은 아버지가 부른다. 얘야, 오늘은 마을에 제사가 있구나. 풀벌레 울어 곯은 배를 비빌 때, 굽은 어깨 위에 내리는 눈물보다 더 큰 서러움. 얘야, 아비랑 가서 실컷 먹고 오자. 귀를 틀어막아도, 입을 틀어막아도, 아비랑 가자, 아비랑 함께 가자! <박주택·시인>
8.18 (월)
새벽이 되니 잠이 깨 진다. 산이슬과 눈이 마주쳤다. 그만 일어나 노느니 밥이나 할까?
비가 내린다. 어제 안개비는 비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정도인데 오늘 비는 맞으면 젖을것 같다. 바람이 불긴 하는데 그나마 찬바람은 아닌게 다행이다.
날씨도 안 좋은데 새벽녘 일찍 길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취사장의 대다수 사람들의 패션이 비닐 비옷에 추리닝 패션. 언제부터 지리산 패션이 이렇게 되 버렸을까?
지리산 종주가 너무나 대중화가 되 버렸나 보다. 심지어는 코펠 여벌이 없어서인지 참치캔에 물 끓여 커피 마시는 백성까지 보인다.
비 내리는데 밀집모자도 있네?
정말 한숨 난다.
나무천사 나와 일찍부터 설친다는데 잠도 오지 않는데 밥이라도 해야지 뭘 할까?
밥 다 되고 산이슬표 청국장찌개까지 다 익어가니 여산 내려오고 관계자를 데릴러 갔다. 일찍 잠이 깼는데 그냥 누워 있었다고 한다.
밥 먹고 짐 챙기고 이까지 약식으로 닦고 물 받고 출발한 시간이 6:40.
다행히 비가 그치고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에 여산이 아주 신나한다.
처음에 추운듯 해 얇은 잠바를 입었는데 더워 벗어버렸다. 그랬더니 정말 시원하고 좋았다.
길은 질어 군데군데 벼 심어도 될 정도이지만 오늘 산행이 짧으니 부담이 적다.
바람이 머리 벗겨질 정도로 시원해 여산은 아주 신이 났다~
조명발이 좀 부족하긴 하기만 이런 분위기도 생각하기 나름
두번째 포토 라인
오늘도 한, 두 팀씩 추월해 가면서 촛대봉 오르고 장터목 가는 길의 바람에 날리는 풀과 야생화를 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사진에 찍히지 않으면 어떤가? 마음에 담아 가면 되고 보이지 않지만 산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걸.
고사목 앞에서 사진도 찍고 즐겁게 땀도 나지 않게 장터목에 오니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장터목에서
취사장 앞 바람을 피해 잠시 쉬면서 여산표 군것질인 미르꾸를 먹고 제석봉을 향해서 출발.
바람이 세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다.
제석봉의 고사목은 안개 속에서 보니 나름대로의 운취가 있고 시계는 아주 흐렸다 조금 나아졌다를 반복한다. 전설의 고향 찍는것 같다.
제석봉은 정말이지 분위기 짱~
한팀이 너무 신이 나는지 자꾸 야호도 외치고 떠들어 댄다. 어제 연하천에도 햇반, 도시락 등의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간 사람들이 눈에 띄던데 지리산 민도가 문턱이 너무 많이 낫아진걸 다시한번 실감한다.
정말이지 아니간듯 다녀가면 안되는 걸까? 소리없이 조용히 다녀가면 안되는 걸까?
아예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고....
통천문 가는길
통천문에서
장터목에서 1시간 좀 안 걸려 드디어 정상 도착. 여산과 관계자는 진작에 도착해 있는데 생각보다 정상 바람이 세지 않다.
문제는 체육관에서 한떼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 어찌나 떠들고 정상석을 독차지 하고 있는지 정상사진 포기하고 내려왔다.
하긴 어린 마음에 여기까지 어거지로 올라왔을텐데 좋기도 하겠지. 그래도 어른들에 산에 데려올 생각만 하지 말고 산에 대한 예의도 함께 가르쳤으면 좋겠다.
하긴 어른들도 정상석 차지하고 앉아서 쉬는 사람 종종 본다.
정상에서
정상 바로 아래에서 이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할 수 있다. 남은 간식도 먹고 관계자에게 이왕 하신거 화대종주를 하시라고 하니 지금도 충분하다고.
전에 종주를 시도했다 동행이 퍼지는 바람에 도중하산 한 경험이 있다며 종주는 처음이라고 한다.
내공이 상당히 있어 보이는데 겸손한가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철계단을 내려오는데 멧돼지들이 산오이풀 뿌리를 먹고 지나갔는지 여기저기 파헤친 흔적과 뽑힌 오이풀이 누워있다. 오이풀 뿌리가 구근이라는 여산. 그래서 멧돼지가 좋아하나 보다.
산이슬, 뽑힌 오이풀을 보더니 군침 삼킨다. 그래서 비닐봉지에 한가득 챙겼다. 배낭 큰 나무천사가 배달하기로 했고.
천왕샘
개선문
천왕샘에서 물도 마시고 개선문에서 사진도 찍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하는데 법계사 가기 전 조망터에 가니 드디어 날이 갠다. 덤으로 조망을 좀 볼 수 있을것 같다.
여산 어제 벽소령 이후 첨 디카 꺼내 작품활동. 지금쯤 천왕봉에 있는 사람은 조망을 보지 않을까 아쉬워 한다.
도로 올라갈까?
됐단다. ㅎㅎ
2일 동안 처음 보는 햇살
법계사에 내려서니 그새 공사를 해 일주문을 새로 만들었다. 햇살이 제법 따가워져 선크림도 발라야 겠는걸?
시간도 이르고 해 모처럼 널널하게 법계사 사리탑 있는 윗쪽까지 올라가 다들 작품활동하고 하산하는데 도로 날이 흐려져 간다.
법계사에서
그러더니 비까지 내리네?
비옷을 입으면 그치고 벗으면 오네?
이젠 기운도 빠지고 미끄러운지라 천천히 다치지 않게 겨우겨우 내려온다. 하산길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몇번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중산리 통제소.
앞서서 진작 내려간 여산과 관계자는 세수도 하고 옷을 물에 짜 입었단다.
포장도로 내려가는건 지겹지만 넘어질까봐 조심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12:25인데 중산리 나가는 버스 시간이 12:50.
점심은 원지에 가서 먹기로 했다. 헌데 버스타러 내려가는데 비가 제대로 내린다. 산에서 비 안 맞는게 정말 다행이었다.
버스엔 우리 밖에 없다. 우리 행색을 보더니 배낭을 짐칸에 넣으랐단다. 아이스크림을 우리것만 사서 한개 사다 드린다고 하니 됐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기사님.
헌데 이 기사 은근히 웃겼다.
맨 앞자리에 동네 어르신이 탔는데 휴대폰 소리가 어찌나 큰지 전화 안하고 그냥 소리쳐도 다 들릴거라 웃긴다. ㅎㅎ
산 중간에 흰 깃발이 꽂혀있어 여쭈니 밤나무 약친거 표시한거란다.
목소리 큰 어르신 내리고 한 사람이 탔는데 옆에 흐르는 강이 뭐냐고 하니 덕산강이란다. 알고 보니 마천에서 팬션을 하고 계시단다. 명함 달라고 했다.
여산이 버스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하면 잘 해주냐고 하니 잘 해주신단다. ㅎㅎ (지리산 트윈 황토팬션& 연수원. 055-974-0909)
원지에 내리니 2시가 좀 안 된 시간.
서울 가는 차표 15:20 예매하고 막간을 이용해 목간하고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목간통이 수리중. 21일 부터 다시 개장한다고.
할 수 없이 점심을 길게 먹어야 할것 같다. 버스매표소에서 소개받았던 청하식당 (055-972-0713) 에 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퉁명스럽다.
몇번 왔다고 나무천사 아는체 해도 처음이란다.
시간도 많이 남아 할 수 없이 흑돼지 삼겹살을 시켰다. 오늘 점심을 관계자가 쏜다고 했는데 바가지 씌우는 감이 있는데 전혀 고의는 아니다. 시간이 너무 남고 배는 고파서...
막상 주인은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음식 인심은 후했다.
점심 잘 먹고 여산은 냉면까지 한그릇 시키고 된장찌개에 밥까지 먹고 식당에 놀러온 사람들 접대용인 고구마와 감자까지 얻어오더니 다른 손님까지 나누어 준다.
졸지에 식당이 반상회 분위기가 되었다. ㅎㅎㅎ
남자들은 약식이지만 화장실에서 샤워도 가능했단다.
밥 잘 먹고 서울 차가 먼저 와 출발하고 산이슬은 진주에서 대구로. 우리보다 거리는 짧았겠지만 시간은 비슷하게 걸렸을것 같다.
넘의 나라에 20일 헤매다 우리산이 그리웠는데 드림팀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어 몸은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9월엔 제천에서 만납시당~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죽은 아버지 부르는 소리
얘야, 오늘은 마을에 제사가 있구나
목구멍이 빨대 같은 풀들이
피 묻은 꽃들을 혓바닥처럼 밖으로 꺼내어놓을 때
빠드득 빠드득 이빨 갈며 풀벌레가 울고
소년의 굽은 어깨 위로 뛰어내리는 나무그림자
귀를 틀어막아도 따라오는
얘야, 아비랑 가서 실컷 먹고 오자
어둠이 허방다리를 놓아주는 늦은 귀갓길에
배고플까봐, 배곯고 다닐까봐, 소년을 올라타는 소리
아비랑 가자, 아비랑 함께 가자
우리가 잊고 있는 것.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여 남을 잊고, 남의 아픔에 무감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세상의 명약(名藥)을 기다린다. 자신 전체로써 다른 존재를 느끼는 것. 그러므로 연민은 인간 속에 있는 신.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가는데 죽은 아버지가 부른다. 얘야, 오늘은 마을에 제사가 있구나. 풀벌레 울어 곯은 배를 비빌 때, 굽은 어깨 위에 내리는 눈물보다 더 큰 서러움. 얘야, 아비랑 가서 실컷 먹고 오자. 귀를 틀어막아도, 입을 틀어막아도, 아비랑 가자, 아비랑 함께 가자! <박주택·시인>
8.18 (월)
새벽이 되니 잠이 깨 진다. 산이슬과 눈이 마주쳤다. 그만 일어나 노느니 밥이나 할까?
비가 내린다. 어제 안개비는 비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정도인데 오늘 비는 맞으면 젖을것 같다. 바람이 불긴 하는데 그나마 찬바람은 아닌게 다행이다.
날씨도 안 좋은데 새벽녘 일찍 길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취사장의 대다수 사람들의 패션이 비닐 비옷에 추리닝 패션. 언제부터 지리산 패션이 이렇게 되 버렸을까?
지리산 종주가 너무나 대중화가 되 버렸나 보다. 심지어는 코펠 여벌이 없어서인지 참치캔에 물 끓여 커피 마시는 백성까지 보인다.
비 내리는데 밀집모자도 있네?
정말 한숨 난다.
나무천사 나와 일찍부터 설친다는데 잠도 오지 않는데 밥이라도 해야지 뭘 할까?
밥 다 되고 산이슬표 청국장찌개까지 다 익어가니 여산 내려오고 관계자를 데릴러 갔다. 일찍 잠이 깼는데 그냥 누워 있었다고 한다.
밥 먹고 짐 챙기고 이까지 약식으로 닦고 물 받고 출발한 시간이 6:40.
다행히 비가 그치고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에 여산이 아주 신나한다.
처음에 추운듯 해 얇은 잠바를 입었는데 더워 벗어버렸다. 그랬더니 정말 시원하고 좋았다.
길은 질어 군데군데 벼 심어도 될 정도이지만 오늘 산행이 짧으니 부담이 적다.
바람이 머리 벗겨질 정도로 시원해 여산은 아주 신이 났다~
조명발이 좀 부족하긴 하기만 이런 분위기도 생각하기 나름
두번째 포토 라인
오늘도 한, 두 팀씩 추월해 가면서 촛대봉 오르고 장터목 가는 길의 바람에 날리는 풀과 야생화를 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사진에 찍히지 않으면 어떤가? 마음에 담아 가면 되고 보이지 않지만 산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걸.
고사목 앞에서 사진도 찍고 즐겁게 땀도 나지 않게 장터목에 오니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장터목에서
취사장 앞 바람을 피해 잠시 쉬면서 여산표 군것질인 미르꾸를 먹고 제석봉을 향해서 출발.
바람이 세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다.
제석봉의 고사목은 안개 속에서 보니 나름대로의 운취가 있고 시계는 아주 흐렸다 조금 나아졌다를 반복한다. 전설의 고향 찍는것 같다.
제석봉은 정말이지 분위기 짱~
한팀이 너무 신이 나는지 자꾸 야호도 외치고 떠들어 댄다. 어제 연하천에도 햇반, 도시락 등의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간 사람들이 눈에 띄던데 지리산 민도가 문턱이 너무 많이 낫아진걸 다시한번 실감한다.
정말이지 아니간듯 다녀가면 안되는 걸까? 소리없이 조용히 다녀가면 안되는 걸까?
아예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고....
통천문 가는길
통천문에서
장터목에서 1시간 좀 안 걸려 드디어 정상 도착. 여산과 관계자는 진작에 도착해 있는데 생각보다 정상 바람이 세지 않다.
문제는 체육관에서 한떼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 어찌나 떠들고 정상석을 독차지 하고 있는지 정상사진 포기하고 내려왔다.
하긴 어린 마음에 여기까지 어거지로 올라왔을텐데 좋기도 하겠지. 그래도 어른들에 산에 데려올 생각만 하지 말고 산에 대한 예의도 함께 가르쳤으면 좋겠다.
하긴 어른들도 정상석 차지하고 앉아서 쉬는 사람 종종 본다.
정상에서
정상 바로 아래에서 이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할 수 있다. 남은 간식도 먹고 관계자에게 이왕 하신거 화대종주를 하시라고 하니 지금도 충분하다고.
전에 종주를 시도했다 동행이 퍼지는 바람에 도중하산 한 경험이 있다며 종주는 처음이라고 한다.
내공이 상당히 있어 보이는데 겸손한가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철계단을 내려오는데 멧돼지들이 산오이풀 뿌리를 먹고 지나갔는지 여기저기 파헤친 흔적과 뽑힌 오이풀이 누워있다. 오이풀 뿌리가 구근이라는 여산. 그래서 멧돼지가 좋아하나 보다.
산이슬, 뽑힌 오이풀을 보더니 군침 삼킨다. 그래서 비닐봉지에 한가득 챙겼다. 배낭 큰 나무천사가 배달하기로 했고.
천왕샘
개선문
천왕샘에서 물도 마시고 개선문에서 사진도 찍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하는데 법계사 가기 전 조망터에 가니 드디어 날이 갠다. 덤으로 조망을 좀 볼 수 있을것 같다.
여산 어제 벽소령 이후 첨 디카 꺼내 작품활동. 지금쯤 천왕봉에 있는 사람은 조망을 보지 않을까 아쉬워 한다.
도로 올라갈까?
됐단다. ㅎㅎ
2일 동안 처음 보는 햇살
법계사에 내려서니 그새 공사를 해 일주문을 새로 만들었다. 햇살이 제법 따가워져 선크림도 발라야 겠는걸?
시간도 이르고 해 모처럼 널널하게 법계사 사리탑 있는 윗쪽까지 올라가 다들 작품활동하고 하산하는데 도로 날이 흐려져 간다.
법계사에서
그러더니 비까지 내리네?
비옷을 입으면 그치고 벗으면 오네?
이젠 기운도 빠지고 미끄러운지라 천천히 다치지 않게 겨우겨우 내려온다. 하산길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몇번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중산리 통제소.
앞서서 진작 내려간 여산과 관계자는 세수도 하고 옷을 물에 짜 입었단다.
포장도로 내려가는건 지겹지만 넘어질까봐 조심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12:25인데 중산리 나가는 버스 시간이 12:50.
점심은 원지에 가서 먹기로 했다. 헌데 버스타러 내려가는데 비가 제대로 내린다. 산에서 비 안 맞는게 정말 다행이었다.
버스엔 우리 밖에 없다. 우리 행색을 보더니 배낭을 짐칸에 넣으랐단다. 아이스크림을 우리것만 사서 한개 사다 드린다고 하니 됐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기사님.
헌데 이 기사 은근히 웃겼다.
맨 앞자리에 동네 어르신이 탔는데 휴대폰 소리가 어찌나 큰지 전화 안하고 그냥 소리쳐도 다 들릴거라 웃긴다. ㅎㅎ
산 중간에 흰 깃발이 꽂혀있어 여쭈니 밤나무 약친거 표시한거란다.
목소리 큰 어르신 내리고 한 사람이 탔는데 옆에 흐르는 강이 뭐냐고 하니 덕산강이란다. 알고 보니 마천에서 팬션을 하고 계시단다. 명함 달라고 했다.
여산이 버스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하면 잘 해주냐고 하니 잘 해주신단다. ㅎㅎ (지리산 트윈 황토팬션& 연수원. 055-974-0909)
원지에 내리니 2시가 좀 안 된 시간.
서울 가는 차표 15:20 예매하고 막간을 이용해 목간하고 점심 먹으려고 했는데 목간통이 수리중. 21일 부터 다시 개장한다고.
할 수 없이 점심을 길게 먹어야 할것 같다. 버스매표소에서 소개받았던 청하식당 (055-972-0713) 에 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퉁명스럽다.
몇번 왔다고 나무천사 아는체 해도 처음이란다.
시간도 많이 남아 할 수 없이 흑돼지 삼겹살을 시켰다. 오늘 점심을 관계자가 쏜다고 했는데 바가지 씌우는 감이 있는데 전혀 고의는 아니다. 시간이 너무 남고 배는 고파서...
막상 주인은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음식 인심은 후했다.
점심 잘 먹고 여산은 냉면까지 한그릇 시키고 된장찌개에 밥까지 먹고 식당에 놀러온 사람들 접대용인 고구마와 감자까지 얻어오더니 다른 손님까지 나누어 준다.
졸지에 식당이 반상회 분위기가 되었다. ㅎㅎㅎ
남자들은 약식이지만 화장실에서 샤워도 가능했단다.
밥 잘 먹고 서울 차가 먼저 와 출발하고 산이슬은 진주에서 대구로. 우리보다 거리는 짧았겠지만 시간은 비슷하게 걸렸을것 같다.
넘의 나라에 20일 헤매다 우리산이 그리웠는데 드림팀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어 몸은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9월엔 제천에서 만납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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