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철마-천마산에서 가을을 만나다 (9/21)

산무수리 2008. 9. 24. 00:01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1. 모이는곳: 2008.9.21 (일) 7:00 범계역
2. 코스개관:팔야리-광릉퍼블릭CC-팔야리고개-철마산(786.8m)-과라리고개-괄아리고개-천마산(812.3m)-마치터널 (9:40~19:10)
3. 멤버: 당나귀 산악회와 그 관계자 15명
4. 날씨: 햇볕 따가웠지만 능선에서의 바람은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번 주금산 산행에서 하산했던 그 자리에 가기 위해 아침 7시 범계역에서 만나 1650 버스를 타고 강변역 하차. 이곳에서 11번 버스를 타고 퇴계원으로간다. 종점에 도착하니 팔야리 들어가는 버스는 9:30 인데 너무 일찍 도착했다.
다행히 환승시간 30분은 지나지 않아 환승성공. 일찍 오신 심회장님은 환승이 아니 된다고...

오늘 멤버는 동안미인 친구 2명에 오랫만에 강사장, 이작가님도 오셨고 원래 산에 다니던 한분이 오셨는데 산행이 오랫만이라고. 몸집도 얼마나 가냘픈지 이총무가 울고 갈 지경이다. 성사장도 오랫만에 산행에 오는 거라고...

지난번 하산한 지점에 버스를 내리니 9:40. 나올땐 먼것 같은데 다시 가니 가깝다. 오늘은 골프장을 가로지르지 않고 오른쪽 골프장 입구 산쪽 능선을 타고 가니 지난번 씻은 계곡이 나오는데 결국 이 계곡을 건너 지난번 하산한 능선을 타고 가야 하는것 같다.
계곡 내려오다 성사장 밟은 바위가 흔들리며 홀랑 뒤집어 졌다. 아프지 않냐고 하니 왜 안 아프겠냐고... 그나마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부지런히 치고 올라가는데 땅에 떨어져있는 농익은 으름. 여기저기서 줏어 까 먹느라 바쁘다. 잘 익은건 키위보다 달다. 좀 작아 많이 먹어야 양이 차는거 빼고는...




팔야리 고개에서

팔야리고개에 오니 1시간 남짓.
이곳에서 동안총무표 더덕슬러쉬 배급.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인지 서로서로 먹겠다고 컵 들이대고 난리도 아니다.
2월 도봉산 산행에 이어 두번째 산행에 참가한 동안미인 친구인 순이씨는 다른건 모르는데 컵은 들고 왔다고...
한잔씩 먹고 컵을 물로 행구어 먹으니 불쌍타고 좀 더 주란다. ㅎㅎ
마눌님과 함께 올때는 투덜대던 부회장님, 오늘 산행 필 받은것 같다. 선두에서 너무 잘간다.

사람이 많으니 한꺼번에 다 모이기도 힘들고 간식을 다 먹을 수가 없다. 먹다보면 후미 사람들 나누어 줄 양이 안되 아예 먹어치우고 시치미 떼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발목때문에 산행을 가나마나 고민을 하긴 했지만 산에 가고싶은 욕심이 결국 이겼다. 파스 붙이고 아대도 하고 목 긴 등산화를 단단히 매고 조심스럽게 산행을 한다. 자칫 민폐 될까봐 죽기살기로 후미에 처지지 않으려고 기쓰고 갔다. 그래도 내리막에서는 더 조심스럽다.

선두주자로 늘 산행하던 박형이 오늘은 무릎보호대를 하고 왔다. 아니 왜?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무리를 해서 어제 하루 푹 쉬었는데도 조심하느라 그렇다고.. 몸짱도 몸 상태 안 좋을때가 있구나...
원래 날렵하던 이총무가 앞에서 나른다. 나중에 알고보니 하산시 무릎 통증때문에 힘들어했는데 오늘은 아예 시작부터 파스붙이고 했더니 몸이 가벼워 힘든 줄 모르고 산행 했다고...

지난번 오전수업 너무 조금하고 점심을 일찍 많이 먹어 오후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지라 오늘은 점심을 최대한 천천히 먹기로 했다. 헌데 오늘을 일찍 집을 나선지라 배고픈 백성이 있단다.
다행히 오늘은 반찬도 많이 가져오지 않아 많이 무겁지 않다고.








철마산 정상에서

팔야리고개에서 올라가니 드디어 철마산 정상 (11:35). 거리로는 1.65K 인데 생각보다 멀었다. 중간중간 도토리 줍는 사람들,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철마산 정상은 작고 땡볕이라 앞팀은 그늘에서 간식을 먹다 후미팀 오기도 전에 출발해 버려 정상 사진조차 함께 찍을 수가 없다.

특별히 처지는 사람이  없는데도 15명이란 함께 이동하기엔 많은 인원같다. 더구나 산행이 길게 되면 자연 선두, 중간, 후미그룹 셋으로 나누어 지는것 같다. 다같이 찍은 사진도 오늘은 한장도 없다. 점심 먹을 때 이외에는 다 모여지지 않았다.

이대장님 도착 기다렸다 직진 방향으로 가니 선두팀이 기다리고 있다. 밥 먹기 아주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하는데 조금만 더 가다 먹기로 했다.






즐건 식사시간


순이씨는 공연중~

조금 더 진행하니 넓은 공터가 나와 이곳에 앉아 15명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려니 반대쪽 사람들과는 전혀 교감이 되질 않았다.
초장 소주한잔을 완샷하고 두번째 매실주를 마시고 세번째 더덕주까지 쉴새없이 먹고 나니 밥 먹기도 전해 취한것 같다.
밥 먹고 나서 순이씨가 휴대폰 음악에 맞춰 잠시 율동을 보여주는데 입심을 물론이고 끼가 어찌나 넘치는지 다들 웃다 넘어간다. 오직해야 회장님 오늘 강의 휴강해야 한다 놀렸다.

천마산을 향하는 진벌리 방향. 갈림길에 우측은 진벌리 직진은 표시가 없다. 앉아 쉬는 분들께 여쭈니 진벌리는 하산방향이고 많이 험하다고 한다.

빨리 먹고 빨리 깨려고 했는데 결국 1시간 정도 밥 먹고 일어나는데 취기가 가시질 않는다. 결국 한번 넘어졌다.
대간할때 산 땅은 어쩌고 여기까지 땅을 사냐고 회장님 놀리신다. 그때 산 땅 팔아 등산화 새로 장만해 최근엔 넘어지지 않았는데... ㅠㅠ
도도리도 많아 조심스러운데 취기까지 있어 그야말로 조심조심 발을 디딘다. 여기다 발목까지 꺾이면 그야말로 치명적이니 몸조심 해야지..


13:40 철마봉에서 (이작가님 사진)


철마부대 때문에 철마봉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점심 먹고 철마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철마봉에서 사진 한장 찍었다.


과라리 고개 내려가기 전 더덕차를 마시며...

선두는 벌써 내 달리고 내리막 가기 전 쉬며 동안총무가 꿀차를 한잔씩 준다. 이걸 본 순이씨 왈, 뭔가 먹을걸 주면 그 다음 코스는 힘들거라나 뭐라나.. ㅎㅎ




과라리 고개에서


과라리 고개에서 (이 작가님)

천마산과 철마산, 이름이 비슷해 아주 가까운줄 알았다. 헌데 천마산 정상은 보이지 않고 이제야 과라리고개가 나온다.
선두팀은 아예 이곳에서 전을 펴고 이대장은 양말까지 벗고 쉬고 있다. 여기서 회장님 숨겨놓은 맥주피쳐를 따서 한잔씩~
이곳에서 천마산 정상은 1시간 이면 간다는데 웬걸 1시간이 거의 대부분 오르막을 끝없이 치고 올라가다 또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니 괄아리 고개가 이제야 나온다.
젤 앞서가던 이총무는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 이곳에서 쉬고 남은 간식을 먹었다. 헌데 다들 물이 떨어져 가는 모드다. 바람은 불어 시워했지만 그래도 기온은 높은지라 물이 많이 먹혔다.
오늘 게스트들이 후반에 올수록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후미 기다리는데 힘 딸리는 우리들 먼저 출발해 선두팀을 바짝 쫓아가는데 보구니 바위 지나고 돌핀샘 바위를 지났다. 이 근처에서 물을 떠야 하는건 알고 있지만 위치도 잘 모르고 떠올 기운도 없어 그냥 선두팀 쫓아 부지런히 올라갔다.


멀고도 먼 천마산 가는 길

헌데 이곳이 정상이 아니라 이곳에서 건너다 보이는 곳이 천마산 정상. 천마산 정상이 이리 멀었나?
내려갔다 올라가는 길은 우회로도 있고 험한 암릉길도 있었다. 정상은 거의 암릉인것 같다.
치고 올라가니 잘생긴 소나무도 있고 사람도 많이 이곳이 정상인줄 알았더니 정작 정상은 이곳에서 한번 더 올라가야 했다.




16:40 천마산 정상에서

정상에서 선두조에 껴 배를 하나 나누어 먹고 기다리는데 후미팀이 영 오질 않는다. 소나무 있는곳을 정상인줄 알고 쉬는것 같다.
선두는 먼저 하산하자고 하고 후미조는 기다리라고 하고... 그 와중에 이 총무는 휴대폰 산에다 흘렸다고 찜찜해 하고..
정상에는 사람들도 많고 가족단위 등산객이 많아 내심 하산길은 편안한줄 알았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니 이정표가 보이는데 좌측은 관리사무소, 우측은 마치터널. 처음엔 관리사무소쪽으로 내려가라더니 이쪽이 아니라고 도로 올라오란다. 제일 앞서서 하산하던 강사장님, 모처럼 선두 서나 했더니 아니라고 힘겹게 내려간 길을 되집어 올라오신다. 배낭엔  도토리를 줒어 넣어 꽤 무겁다는데....
게스트 한분은 스틱이 없어 나무가지를 짚고 오는데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 스틱 한짝 대여.

마치고개 하산길도 만만치 않았다. 잔돌이 아주 많고 한곳은 제법 험했다.
동안총무가 떠 온 돌핀샘 물도 한모금씩 얻어 마셨다.
넓은 공터가 있어 후미 기다리려니 동안총무가 와 한분이 무릎이 많이 아파 다리를 끌고 오고 있단다. 
모처럼 산행에다 원래 체력이 약해 힘들어 하는것 같다. 무릎보호대도 한짝 대출. (장비가 많으니 나누어 쓸것도 생겨 좋은걸? ^^)


일몰을 산 위에서 보면 안되는데...

이곳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되는줄 알았는데 길은 완만해 졌지만 정말 하산길이 너무 길었다.
석양이 되 가고 아파트도 빤히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곳에서 10분이면 하산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30분 꼬박 걸렸다.이미 해는 져 깜깜해 졌다.
이작가님이 목마른 백성을 위해 비장해 놓은 물을 주셨다. 특히나 게스트들이 많이 목말라 하고 힘들어 했다.


마지막 휴식터 (18:40)

그나마 조금이라도 환할때 하산하는게 나을것 같아 먼저 출발. 왼쪽 천마산 스키장 경계선을 지났다.
깜깜한데 선두팀에서는 나만 랜턴을 가져왔나보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후미도 안오고 앞에 간 이대장도 보이지 않고...
기다리다 우측으로 가니 두 길이 만나는 방향인것 같다.
야간산행이 되 버린 산행이 9시간이 넘겨 19;10 겨우 하산 해 포장도로에 섰다.

후미팀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하산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내려가 만나야 하나보다. 다행히 조금 걸어가 만났다.
이곳에서 찻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아파트 단지 근처 식당이 보였다.

녀자들은 추어탕을 먹고 남자들은 메밀막국수를 먹었다.
시간도 늦었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던지라 퍼진 한사람 빼고는 다들 맛있게 늦은 저녁을 먹었다.
부랴부랴 밥 먹고 강변역 가는 버스를 타고 21:40 강변역 도착. 피곤한데도 잠은 잘 오지 않았다.
강변역에서 1650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11시가 조금 안 된 시간.
기나 긴 하루였다. 그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