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풀은 역시나 힘들어~ (중마를 뛰고, 11/2)

산무수리 2008. 11. 3. 11:18
‘주소가 없다’ - 유안진(1941~ )


주어에도 있지 않고

목적어에도 없다

행간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낟알 같은, 떨군 채 흘린 줄도 모르는, 알면서도 주워담고 싶지 않은, 그런 홀대를 누리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틀에도 어떤 어휘에도 담기지 못하고, 어떤 문맥 어떤 꾸러미에도 꿰어지지 않는, 무존재로 존재하며

시간 안에 갇혀서도

시간 밖을 꿈꾸느라

바람이 현주소다

허공이 본적이다.


인간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완성이란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 보자. 그곳에는 뜨거움, 빛, 사랑, 증오, 고통, 후회 등이 끊임없이 유전(流轉)한다. 하여,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 붙잡고 있는 것을 버린다는 것. 그것은 무명(無明)을 깨는 생의 지혜. 시간 안에 갇혀서도, 시간 밖을 꿈꾸는, 주소 없는 무애(無碍)의 영혼. 바람이 현주소요, 허공이 본적(本籍)인 영혼. <박주택·시인>


가을 숙제를 하는 날이다.
추석때 삔 발목 때문에 20일 연습을 하지 못했다.
흥, 평소 열심히 하면서?
그래도 그게 불안심리로 작용하고 국제 평화말톤 날 자봉을 하고 보니 정말 정말 뛰고 싶었다.
불완전하나마 달리기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다행히 운동 하고 나 더 아프지는 않았고 거리도 점점 늘려도 괜찮은데 속도를 좀 내면 아픈것 같았다. 그래서 그야말로 양으로라도 승부하려고 그 어느때 보다 뛴 거리는 긴것 같다.

뛰다 발목에 발목잡힐까봐 촉박하지만 Lsd 까지 나름대로 거의 걷듯이 하고 나니 완주는 할 수 있을것 같았다.
2005년 중앙마라톤에서 풀 머리를 올렸고 그 다음 2년은 주님부부도 뵐 겸 춘마를 2년 뛰었다. 헌데 춘마 뛰면 집에 올 때 너무나 막혀 막상 끝나고 얼굴도 못 뵙고 오는지라 올해는 중앙을 뛰기로 했다.

평화 마라톤에서 하프로 머리올린 박 작가가 중앙 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가서 뛰면 안 되냐고...
왜 안되겠어요? 연습은 하셨나요?
별로 하지 않았다는데 마라톤이란 매력에 푹 빠진것 같다.
애주가에 배번도 부탁해 놓았다.

 

 

아침 전철에서 애주가 만나는 시간과 딱 맞아서 여럿이 만나 함께 운동장에 갔다.
역시나 메이저 대회인지라 평화 때 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게 엄청 복잡하고 사람도 많다.
애주가 텐트에 나무천사 함께 안 간다더니 물품 맡기는것 보다는 편하고 나도 이럴때 얼굴 보여야 그나마 월 1회 출석이라도 하니 함께 가자 했다.
지난번 안면도에서 안면 익힌 회원들이 반가워 해 줘 덜 쑥스러운가 보다. 파워젤도 나무천사까지 하나 챙겨준다. 그래놓고 이거 받으면 회원 가입 해야 한다고.. ㅎㅎ

보통 대회에는 배번이 많이 남는데 중앙은 그렇진 않은가보다. 그래도 여기저기 안면으로 다른 팀 배번도 얻어오고 박작가님 배번은 J 님에 회사 동료가 갑자기 상가집 가야 한다고 해서 받아왔다고 챙겨 주신다. B 그룹 배번이다. (4시간 이내). 난 C인데...
두루 고맙다.
전근 간 나샘도 와서 일부러 찾아와서 인사하고 간다. 역시나 고맙다.
평마클 정숙경씨는 우리한테 배번 얻으러 와 인사를 했다. 안양에서는 유명인사라 여기저기 인사 받느라 바쁘다.

화장실 다녀오고 준비운동 하는데 껴서 스트레칭 하고 오니 박작가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갔나...
못 만나고 출발지점에 가니 후미에 선것 같다.
대포 쐈다는데 뒷쪽이어서인지 쏘는것 보지도 못했다.
동아는 광화문에 ㄷ 자로 둘러서서 세종문화회관 앞쪽에서 출발하는데 중앙은 골인은 운동장 안에서 하고 출발은 운동장 밖에서 하니 개회식을 볼 수 없다.

앞사람이 밀려 나가면서 바로 출발인것 같다.
출발지점 체크를 하고 뛰는데 후미여서인지 아주 느린 느낌이다. 초장 무리하면 안된다지만 너무 느린것 같다. 조금씩 앞으로 사람들 피해 나가야 했다.
5시간 페매가 보인다. 가까스로 추월해 한참 가니 4:40 페매 겨우 만났다.

15K 수서역에 응원단이 많다. 전철로 이동이 편해 이곳에서 자리를 잡은것 같다. 헌데 아직 반도 안 달렸는데 발바닥은 불이 나고 오른쪽 무지쪽 발에 통증이 온다. 물집에 잘 생기는 자리인데 물집이 생길것 같다.
물집 생겨도, 생긴 물집이 터져도 완주 했는데 뭐 하면서 그냥 속도 줄이지 않고 나름대로 달렸다.
여기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제법 분위기가 좋다. 그래도 처음 중앙 뛸 때보다는 가을도 아직 덜 왔고 분위기가 덜 난다.
동대문 마라톤 언니는 여기서 내가 앞선것 같다. 전 같으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아예 안 보인다.

금요일까지 추운것 같아 반바지에 긴팔을 입을까 했는데 토욜에는 날씨가 푸근해 오늘 빤주에 짧은 반팔 입길 잘 한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는 날씨이지만 가끔씩 땀 식혀 줄 정도의 바람은 불어준다.
곧 선두차량이 지나고 한참만에 선두가 지나가는데 거의 다 흑인이다. 한참 뒤 한국 1위가 지나간다. 다들 화이팅 외쳐주고 한 남자는 계속 남자 1등, 여자 1등 해 가면서 등수까지 알려준다. 그거 구경하러 온것 같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다른 대회와는 달리 계속 주변 사람들이 달라져 가는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눈에 띄다 다시 안 보이다....
내가 빠른것 같진 않고 남들이 빠른가 보다.
건너편에서 나무천사가 보고 화이팅 외쳐주고 간다. 나는 못 봤는데 목소리는 알아 듣겠네?

하프 지점 전광판 시계를 보니 2시간 7분. 느려도 너무 느린것 같다. 이러다 4:30 안에도 못 들어오는거 아니야?
30분 안에 들어오는 사람이 밥 사기로 했는데? 이왕 사는거면 좋은 기록 내고 사야 하는데?
20K 지점에서 파워젤을 나누어 주어 파워젤을 먹었다. 힘내자 힘~

점점 반환점 돌고 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 내심 반환점이 가까워 진 줄 알고 좋아했다.
애주가 꿈나무는 진작 반환점 돌고 갔다. 헌데 가도가도 반환점이 안 보인다. 25K 좀 더 되는 위치의 반환점. 정말 싫다.
처음 코스는 분당까지 갔다 되돌아 오는거라 여재뭉보고 응원 나오라 연락했는데 분당까지 안가고 성남에서 되돌아 오네? 괜히 나와 허탕 치겠네?

드디어 반환점.
반환점 돌고 바라보는 풍경은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헌데도 기운은 빠졌다.
그나마 내 속도에서 뛰는  사람들이 다 잘 뛰진 않는다는것. 그리고 중간중간 쥐 나서 누워있는 사람, 걷는 사람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난 끝까지 걷지 않을거라는것은 알고 있다.

30~35 구간이 젤로 힘이 빠지는 구간인데 30까지 가는데도 사실 힘 많이 빠졌다. 한 아자씨가 날 보고 뒤쫓아 왔는데 못 쫓아 가겠다고 잘 뛴단다.
헐~ 잘 뛰는 사람들 진작 앞서서 갔는데 못보셨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놓고 이 아자씨 어느 순간 내 앞에 서 있다.
뭐야, 기분 나쁘자나?
결국 내가 재쳤다. 끝까지 못 본것 같다.
가끔 내 앞을 추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추월한 사람이 조금은 더 많았다. 수서역에 오니 35. 여기가 골인 지점인양 아주 장터다. 동호회에서 꿀물에 파워젤 주는 곳도 많다. 조금 부럽다.

수서 지나고 잠실에 오니 2K 남았다는데 그때 4:20 페매가 추월해 간다. 잘 하면 4:20 안에 들어갈 수 있을것 같았다.
이 페매가 시간이 남는지 운동장 안 들어가고 빨리 들어가라 격려를 해 주네? 그래서 막판에 하니처럼 달렸다. 운동장도 질주했다. 목동마라톤 한 언니는 나보다 더 빨리 질주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결국 추월 당했다.
나보다 뒷심이 더 좋은것 같다.
골인~ 20분 내 확실하게 들어온것 같다.
처음 뛰는게 아니것만 그래도 풀은 너무 힘겨웠다.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나무천사가 찍다. 너무 빨리 뛴것 같다. 앞 모습을 못 찍고 뒷모습이 찍혔으니.. ㅎㅎ

 

 
사진 한장 찍고...

칩 풀고 반납하고 기념품 받고 나오니 나무천사가 기다리고 있다. 들어오는것 봤단다. 난 못 봤다.
사진 찍고 애주가 텐트에 오니 박작가가 안 보인다. 회수차를 찬건지 없는데 가 버린건지...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밥 먹고  집에 가자 하는데 박작가가 안 오시니 기다릴 수 밖에...
한참 만에 오셨는데 완주했단다. 4:27 에...
몸 풀고 오느라 좀 늦었다며 걱정했다고 하니 미안해 하신다.
첫 풀을 연습도 많이 안하셨다면서 아주 좋은 기록에 들어오셨다.
내덕이라는데 청출어남인것 같다.

 
기분 좋게 점심을 드셨다. 뭘 먹었는지 메뉴를 찍어 달라신다...

 
자봉천사들~ 이들이 있어 편안히 달리고 맛있게 먹고... 늘 고맙다.

 
100회가 진작에 넘은 나뭇꾼님 부부

 
박작가와 사이비 정작가

박작가까지 점심 잘 먹고 자봉천사들, 회장단께 감사 인사 드리고 나왔다.
전철 타고 오는데 사람이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내내 서서 왔다. 밥 먹으면서 마신 막걸리 탓인지 속 부대껴 혼났다.


평촌의 가을~

목간통 들려 사우나에서 한숨 자고 냉탕 하고 집으로.
물집은 굳은살 자리에 한개 생겼는데 터지지도 않았다. 이만하면 양호하다.
나무천사는 상가집 간다고 저녁에 나가고 도치도 헬스장 가고 없고..
점심 잘 먹었는데도 헛헛해 저녁을 한바탕 먹었다.
뒤늦게 기록이 문자로 왔는데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다. 미사리 기록보다 8초 앞선 2번째 좋은 기록이다.
기분좋게 초저녁 아주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