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2’ -김종해 (1941~ )
풀이 몸을 풀고 있다
바람 속으로 자궁을 비워가는
저 하찮은 것의 뿌리털 끝에
지구라는 혹성이 달려 있다
사람들이 지상을 잠시 빌려 쓰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을
풀은 흙을 품고 있다
바람 속에서
풀이 몸을 풀고 있다
볕 좋은 가을날, 7부 능선쯤에 있는 묘지로 인사를 간다. 부들이니 억새니 키 큰 풀들 누렇게 우거졌다. 무덤가에 웃자란 잔디도 여물어 반짝이고. 인사를 마치고, 스스스 불어오는 바람에 땀 식히며 아래를 굽어보면, ‘지상을 잠시 빌려’ 쓴 사람들 잠자리 아늑하고, 아득하다. 그 위로 풀풀풀, 풀들이 몸을 풀 것이다. ‘바람 속으로 자궁을 비워’갈 것이다. 지구라는 이 초록 행성의 주인은 인류가 아니다. 하찮을 정도로 작디작은 풀들이 착실히 뿌리털을 뻗어 지구가 푸른 생명으로 가득 차는 것이다. 인류는 그곳의 단기 세입자에 불과하다. 이런 생태주의적 깨달음을 ‘풀.2’는 노래하고 있다. <황인숙·시인>
애주가 나뭇꾼님 마라톤 100회 째 되는날.
나도 풀코스를 신청 했는데 9월 산행에서 발목을 다친게 그럭저럭 산행은 하겠는데 주로에서는 무리가 간다.
애주가 가입해 한번도 못 해 본 자봉을 하기로 한 날.
전철에서 알비백, 화백, 용가리, 아더왕, 주막집 님을 만나 함께 운동장까지 왔다.
오늘은 동업자 박작가 하프코스 입문 하는 날이고 고천사 남푠도 10k 마라톤 입문 하는 날.
아침 달리기 친구 만나 인사 나누고 박작가는 전화연락이 안되 못 보고 라샘과 고천사부부 만나 사진 한장 찍어주고 커피 대접했다.
새벽부터 와 텐트 치신 분들, 어제 장 보고 음식장만 한 운영진이 고생이다. 피어나는 완죤히 자봉의 달인. 부회장인 꽃망울도 본인은 운동도 못하면서 이런날 늘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오늘은 대부분 풀 주자들은 나무꾼님과 4:30 페이스로 동반주를 하기로 했단다. 다들 등에 100회 마라톤 축하 배번을 붙이고 깃발을 들고 뛴단다. 그냥 뛰기도 힘든데 깃발까지 들고...
얼굴 보기 힘들던 별천사님도 오늘 100회 축하를 위해 일찍부터 나와 100회 기념타월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100회 중 90회 정도는 2년 동안 채운거니 그 고생이야 말 할 필요도 없지 싶다.
경제적인 비용지출도 만만치 않지만 가정파탄 날 지경이라고 한다. ㅎㅎ
대회장에서 기념사진 찍고 온 김에 출발하는 장면을 보니 나도 뛰고 싶었다. 힘들지만 즐거운 고통을 맛보고 싶은 이 심정. 뛰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심정 잘 모를거다.
배번 없이 뛰는 사람에게 다음엔 돈 내고 뛰라는 배동성. 말도 참 재미나게 잘도 한다. 오늘 대회에는 주한미군들이 특히나 많다.
그래도 메이저 대회가 아니인지라 많이 복잡하지 않아 좋다.
출발장면 보고 텐트에 와 보니 늦잠 자 이제 도착한 길잡이님과 곰탱이님 등이 벌써 주님을 영접하고 있다.
곰탱이님은 직장 마라톤 동호회 회장님으로 우리 텐트 바로 뒤에 텐트가 있어 마이크잡고 무게잡고 계셨다고...
시간을 보니 10k 들어올 시간인것 같아 혹시나 하고 나가니 애주가 회원 몇분이 널널하게 들어오고 그 뒤로 고천사가 환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도로 텐트에 가서 놀다 하프 들어올 시간이 되어 가니 박작가님도 거뜬히 완주를 하고 들어오신다.
하프주자들 들어와 점심 먹고 놀고 있는데 바람님이 어느새 들어와 있다. 알고보니 뛰다 건달님께 1000원 빌려 지하철 타고 들어왔단다. 그나마 100원이 모자라 몰래 나왔다던가?
동업자 2명도 애주가 텐트에서 점심 맛있게 먹고 가셨다.
잔차 타고 사진자봉 나갔던 건달님 들어와 서브3 주자들이 들어오는데 애주가도 몇명 나올것 같단다.
쫓아 나가보니 나찾서, 슈렉, 실크님이 -3를 했다. 특히나 나찾서님은 2005년 중앙에서 첫 풀을 뛰었고, 슈렉님은 작년 춘마에서 처음 풀 코스 완주를 하고 오늘 두번째 풀 도전이라던가? 괴물 맞단다. ㅎㅎ
슈렉의 기록달성에는 피오나의 전폭적인 내조도 한몫 하는것 같다. 애주가 대표 부부주자인 슈렉&피오나, 노척&야생화. 거의 모든 스케줄을 부부가 함께 하는것 같다.
이젠 100회 주자를 맞으러 갈 시간.
토끼굴을 지나니 목동 마라톤 클럽 사람들이 연신 북치고 꽹과리 치고 분위기를 띄워 준다.
안 보이던 한사랑, 햇살, 제이님을 여기서 만났다. 후일담이지만 27K 까지 뛰다 힘들어 아이스케기 장사한테 외상으로 께끼먹고 돈까지 만원 빌려 택시타고 오다 택시비도 모자라 택시도 외상으로 타고 그 돈으로는 맥주 사 마시고 오는거라던다? 졌다~ ㅎㅎ
곧 애주가 회원들에 둘러싸인 나뭇꾼님이 오신다. 보는 우리들도 감격스러운데 본인은 그 감회가 어떨까?
헌데도 매우 침착하시다. 사진 한장 찍고 다같이 열맞춰 100회, 완주, 애주가~ 등을 연호하며 골인 지점까지 천천히 달렸다. 다들 축하해 주신다. 앞에서는 건달님, 마방님이 사진 찍느라 바쁘시다.
골인지점에서 별천사 꽃다발 받고 축하 받고 헹가레도 치고 기념사진 찍고 텐트에 돌아와 축하의 장을 마련.
맨날 밥만 먹고 일찍 사라졌던 나도 오늘은 텐트 걷을때 까지 함께 있었다.
짐 다 싣고 별천사님이 차를 태워다 주셔서 집까지 편안하게 왔다.
2차는 애마님 가게에서 하는데 몸도 피곤하고 집안일이 밀려 1차만 참석.
나뭇꾼님, 다시한번 100회 축하 드립니다~ 축하에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브3 하신 분들도 축하드리구요.
자주 나가지는 못해도 늘 애주가 회원임이 자랑스럽답니다~
자봉 하느라 애쓴 피오나, 꽃망울, 건달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늘상 준비하느라 수고하시는 회장단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전합니다~
즐, 신, 우 아자~
-건달님 멋진 사진 몇장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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