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김정환 (1954∼ )
이젠 내 눈 앞에서
인생의 좌우가 보여
처음의 끝과 끝의 더 끝이
그 끝에서 보여 내 인생은
밤늦은 골목길
귀가하는 그림자
비틀거리는 그림자
아 여생이
비틀거리면 안 되지
이젠 내 눈 앞에서
역사의 좌우가 보여
10년으로 보면 끊어지는
30년으로 보면 역동하는
백년으로 보면
거대한 이어짐이
보여 아주 가깝게
아 여생이
너무 가까우면 안 되지
이 시에서 좌우는 정치적 좌파·우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좌우’는 세상사의 이치를, ‘역사의 좌우’는 공동체의 운명을 뜻한다. 젊어 서는 일희일비했는지 몰라도, 이제는 매사 멀리, 길게 본다는 화자. 그러나, 거대하게 이어지는 백 년이 보이는데, 그 백 년을 내가 살까? ‘아 여생이/ 너무 가까우면 안 되지’ 유머러스한 결구가 눈물겹다. 김정환은 젊은 시절 대부분을 좌파운동으로 보낸 시인이다. 제 몸으로 역사를 만들어온 시인의 페이소스와 의연함이 뭉클하도록 아름답다. <황인숙·시인>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단체로 신청하면 빤주를 준다고 한다.
올해는 멤버보강이 되 박작가와 마눌님까지 함께 신청.
라샘은 연수 시험 날이라 신청 하지 않았고 고천사 담당 학생 한명도 10K 처음 뛰기로 한 날.
전 영등산악회 회장님인 이샘도 10K 머리 올리는 날.
박작가는 지리학회 관계자인데 이날 학회가 있거 부득이 불참. 바늘이 안오니 실도 안 오신단다.
남은 배번은 애주가 즐달님이 접수.
금욜 이샘 주관 동창회가 있어 내일 혹시 못 뛸 지도 모른다고...
토욜 날도 무쟈게 춥고 아침 출근하는데 장난이 아니다. 괜히 신청했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샘 오늘 못 뛴다고 연락. 칩 가져오셨냐고 하니 집에 있다고. 그럼 우편으로 반납해야 한다 했다.
헌데 알고보니 이 추운날 뛴다고 가족들이 하도 걱정을 해 안 뛰기로 했다는 정보.
헐~ 영랑마라톤, 산악회에 이어 여성마라톤으로 이름 바꿔야 겠네. 뭐야, 녀자들도 뛰는데 남자들이 비겁하자나.
11시 땡 되 일찍 점심을 한그릇 가득 먹었다.
식당에 온 이샘이 몇시까지 가면 되냐고. 2시 출발이니 그 전에 오시면 된다고. 짐은 어쩌냐고. 보관 해 주는데 있다고 했다. 우리들을 보더니 마음이 바뀐 눈치다.
밥 먹고 12시 출발. 전철 2번 갈아타고 신천역에 가니 날이 추워서 전철역에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큰산님 사진 빌려옴
신천역에서 한강으로 내려서니 햇살이 따뜻해 생각보다는 견딜만 하다. 그래도 두꺼운 티만 입고 뛰려던 계획을 바꿔 얇은 잠바를 하나 덧입고 뛰기로 했다. 대부분 사람들도 나 정도의 두께인것 같다.
이 추운 날에도 장갑도 없고 모자도 안쓴 사람이 가끔 보인다. (경험부족 때문인듯)
외국인 여자 몇몇이 보이는데 별로 두껍지 않은 긴팔, 긴바지 패션. (나중에 이 두 녀자 하프 1, 2위로 들어오더라...)
사진 찍고 짐 맡기고 둥굴레차 한잔 얻어 마시고 체조 하는데 추우니 다들 동동거리다 출발.
하프는 왼쪽 10k는 오른쪽. 하프가 먼저 출발하고 10K는 10분 후 출발한다고 했다.
초장부터 주로가 좁아 앞으로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1k 지점 지나니 탄천, 양재천, 한강 갈림길 다리를 건넌다.
후미에 선것 같아 조금씩 틈이 나면 앞으로 나간다. 추월 당하고 하고....
이 추운날 급수는 자주도 해 준다. 거의 2.5K 마다 물을 주는것 같다. 5k 에서 한번씩 물 주면 물 마시고 포카리 주는 곳에서는 포카리 마셨다.
날이 추워 물을 함부로 버리면 얼어버리는데 사람들 참 생각도 없다.
계속 주변 사람들은 바뀌어 가고 몇몇만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환점 돌고 오는 사람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안 보인다.
드디어 8k 지점 지나니 보이는 선두주자. 애주가 고수 4명이 출전해 1등~ 4등 한다더니 아무도 안 보인다.
선두 주자들 패션도 참 다양하다. 모자, 장갑, 잠바 입고 땀 뻘뻘 흘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니나 나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는 영 적응이 안되나보다. 감각도 떨어지고....
반포대교 지나고 동작역 가기 전 드디어 반환점.
이젠 새기분으로 뛰는데 계속 한 사람이 추월하면 쫓아오고 또 쫓아오고...
한 젊은오빠 추월했는데 녀자한테 추월당해 기분이 나쁘신지 계속 신발소리 텅텅내고 숨소리 거칠게 따라오는데 저러다 사고 날까 겁나는데 추월까지 하신다. 그래도 막판에 재끼니 결국은 못 쫓아오신다.
간간히 추월당하고 추월하고 페이스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름대로 힘겹게 뛰었다.
헌데 이런 날 비웃기라도 하듯 주로에서 못보던 자그마한 여자 한명이 막판에 날 추월해 앞서서 가 버렸다.
막판 2k 남겨놓고 나도 마지막 스팟. 결국 처음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사람은 따라 먹었다. 아싸~
골인지점에 들어오니 고천사 기다리고 있다.
학생 광중이도 무사히 잘 뛰고 본부에서 주는 순두부 먹여 먼저 보냈단다.
헌데 진작에 들어왔을 낭만장, 이샘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단다. 원래 날이 추워 낭만장한테는 어디 따뜻한데 자리잡고 전화 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먼저 갔나보다 했다.
헌데 왜 전화도 안 받는거야?
둘이 걸어 신천역 가고 있는데 한 젊은언니가 오늘 한강에서 무슨 행사를 했냐고 묻는다. 마라톤 대회 했다고 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서 박작가 마눌님꺼 칩 반납하고 받은 메달과 간식을 주고 왔다.
신천역에서 화장실 다녀왔는데 낭만장 전화.
하프 줄을 잘못 쫓아가 하프뛰고 들어왔다고.. 헐~
10K 도 연습 못했다고 죽는 소리하더니 얼떨결에 하프를 뛰었다고라? 정말이지 졌다~ ㅎㅎ
기다리니 다 죽어가는 얼굴로 신천역으로 왔다.
아니 대회 처음 참가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우째 그런일이...
처음 잘못 뛴 줄 알고는 5K 에서 반환하려고 했는데 표시를 못 봤단다. 7K 넘어가니 반환점에 가서 잘못 뛰었다고 사정해 보려 했는데 막상 반환점에 가니 힘내서 잘 뛰시라는 멘트를 날리고 있어 걔길 상황이 아니었단다.
꼴지는 아니고 뒤에도 사람들이 오고 해 내친김에 뛰어 오는데 막판 1K 남겨놓고는 걸었단다.
그래놓고 자긴 10K 체질이라나 뭐라나...
신천역 밥 먹는곳도 모르고 날도 춥고 멀리 가기도 싫어 새로 생긴 상가에 들어가니 식당이 딱 한곳.
우동과 초밥, 롤로 저녁을 먹는데 기록이 왔다.
나, 고천사 미약하지만 기록 단축. 낭만장 2'16".
헐, 기록도 좋으네....
낭만장이 얼떨결에 하프 뛴 기념으로 저녁 쐈다.
저녁 먹은 식당에 남이섬에 있던 배용준, 최지우가 있어 함께 사진까지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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