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愛走家 地神祭 (2/8)

산무수리 2009. 2. 10. 00:13

‘모래산의 먼지’ - 최동호(1948~ )


무모한 자가 아니라면

위험한 일에 나서지 않는다

혁명도 사랑도 시시하다

외로움으로 부스러진


시의 먼지 하나에 칼끝을 겨누어

피 밴 말의 소금기를 맛보았는가?


사막을 걷다가

뼈가 부스러진 말은

그림자도 없이

낙타 발굽 아래 모래산 먼지가 된다


시는 위험하다. 시가 겨누는 칼끝은 언제나 자신의 부스러진 육체를 향하므로. 저 혁명과 사랑마저 삼켜버린 시의 사막은 분명 위험하다. 마침내 지상에 찍힌 제 발자국을 제 뼈의 먼지가 덮고 간다. 그러나 낙타여! 사막 복판에 모래산이 사라지고 다시 생겨날 때, 그 모래시계에 맞춰 우주가 회전하리니. 모든 외로움을 다해 먼지가 되는 일! 비록 무모할지언정 무의미하지 않으므로, 최후의 그는 모래산의 먼지 속에서 제 존재의 소금을 핥으리라. <신용목·시인>

 

  

 

토요일 오후 은사님댁 계론식에 갔다.

모처럼 옥경, 숙이를 만나 함께 선생님께 인사 드리고 식장에 들어가니 이미 만원.

한층 아래 식당에서 식권을 받아 밥을 먹는데 식사 끝나자마자 손님 받을 준비 한다고 상을 치운다.

커피도 제대로 못 마시고 나왔다.

숙이는 아버지가 입원중이라 병원으로 가 우리도 그냥 헤어졌다.

 

 

 

 

 

 

일요일은 애주가 지신제.

산에 갈 중요한 약속이 있지 않는한 꼭 참석하려고 한다.

특히 나같은 불량회원은 이럴때라도 참석해야 그나마 짤리지 않으니까....

 

수영장에서 만난 쏘렌토 말이 손님이 너무 많이 온다고 해 음식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한다.

그럼 나 안가는게 도와주는거야?

그건 아니라고 꼭 나오라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연습도 부족해 연습도 할 겸 식전행사 10K 라도 뛰고 싶었다.

헌데 금욜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공사가 커 입안이 붓고 운동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 참에 1년치 자봉이나 해야겠다 싶었다.

아침 8시 학운공원에 나가니 관계자들 준비하느라 바쁘다.

주방 일손도 부족한것 같아 어줍잖은 실력이지만 부추도 썰고 양파도 썰고 마늘도 썰고...

 

헌데 포근했던 날씨가 오늘은 영하로 떨어져 제법 춥다.

문제는 고기도 삶아야 하고 전도 부쳐야 하고 밥도 해야 하는데 가스가 날이 추워 화력이 신통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공원에서 불 피운다고 신고를 해 구청에서 사람이 나와 치우라고 기다리고 서있다.

할 수 없이 길가에 차 대 놓고 트럭위에서 전을 부치고 수육을 삶는 졸지에 노점상 모드로 바뀌어 버렸다.

 

음식은 미처 되지도 않았는데 손님들은 와서 버글거린다.

식전행사 마라톤대회도 선두는 40분도 채 안되 골인하기 시작하고 인근 동호회 회원들도 훈련 후 밥 달라고 밀려온다.

계통없이 전, 과일, 떡 등 순서도 뒤죽박죽 엉망이다.

음식도 모자라고 밥도 제대로 안되 회원 몇몇이 집에 가 밥까지 해 오는 진풍경을 연출.

그런데도 정작 애주가 회원들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우리 동호회는 년회비가 없고 지신제때 자율적으로 찬조금을 낸다.

이 행사하고 남은 돈을 1년 경비에 쓰고 있다.

 

 

 

월 1회 훈련도 안 나가고 대회도 잘 안 나가고 자봉은 년 1회 할까말까한 불량회원이다.

올 한해도 부상없이 즐겁게 행복하게 달렸으면 하는 소망이.....

 

-겁나게 잘나온 사진은 애주가 건달님 작품.

난 디카 꺼내 보지도 못했다.

천변의 강아지만 겨우 한장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