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님 말씀’ 부분 - 김용민(1957∼ )
장자가 말했다던가
‘복수하지 말라
강가에 앉아
한 십년쯤 기다리고 있으면
원수의 시체가 떠내려 오리라’.
어떤 경우는
1년도 안 되어
모조리 떠내려 오고
어떤 때는
몇 십 년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생의 내밀한 부분 하나는 예기치 않은 기쁨과의 조우다. 예기치 않은 기쁨은 세렌디피티라고도 하던데 예기치 않은 슬픔은 무엇이라고 하는가. 인간만사 새옹지마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변증법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기쁨을 위해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기쁨을 겪지 못하고 간 기형도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기쁨을 기다리지 못하고 간 최진실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박찬일·시인>
일정: 2008.11.7~9 (2박3일)
11/7- 17:20 평촌출발-22:00 경산도착 (1박)
11/8- 경산출발-배내골-배내봉-간월재-간월산-신불재-신불산-신불산휴양림-가지산온천-경산 (2박)
11/9- 경산출발-하양-와촌-관봉석조여래좌상(갓바위)-능성재-중암암-백흥암-은혜사-하양-경산-평촌
날씨: 첫날 거의 하루종일 비가 내림. 산에서 바람도 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둘째날은 그나마 흐리고 간간히 빗방울이 내리는 정도
11/7 (금)
9월 제천에서 만나고 10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드림팀 산행을 하지 못했다. 모처럼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산이슬 대구권을 벗어나 이사간 경산집으로 처음 나들이.
혹시나 싶어 지리산 대피소 예약을 해 놓았다가 이번엔 영남권 산행을 하자는 여산. 영남권은 산이슬이 전공이라고 알아서 정하랬다고...
헌데 의사소통이 안된건지 너무 믿은건지 만나서 정하자고 연락이 왔다.
평촌에서 만나 짐 챙기고 서둘렀는데도 출발하니 벌써 어두컴컴하다. 차 안에서 간식으로 떡볶기, 순대로 요기. 버스 전용차선 때문에 길이 많이 밀린다. 죽암에서 칼국수 끓여놓는다는 산이슬의 문자. 그래도 2시간은 걸린다고 먹어야 한다는 여산. 늦은 저녁으로 요기를 하고 출발. 경산IC로 나가니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산이슬네 아파트.
짐 내리고 들어가 끓여놓은 칼국수에 오징어무침으로 저녁 간식을 배부르게 먹고 만남주를 해야 한다고 해 매실주로 만남주.
내일 산행은 설왕설래 끝에 영남알프스 중 신불산쪽을 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내가 못 간 간월산도 가보고 싶다 했다. 얼마전 안내산행으로 신불-영취산 산행을 한 나무천사는 차량지원한다고 반대쪽에서 올라오기로 잠정적으로 결정. 일요일은 팔공산 한번도 못 간 나무천사를 위해, 그리고 빠른 귀가를 위해 팔공산 짧은 코스를 하기로 하고...
도착시간이 늦었지만 그래도 일찍 잤다.
11/8 (토)
산이슬 아침일찍 일어나 밥 하고 도시락 싸고 바쁘다. 해 놓은 아침밥 먹고 도시락, 고구마, 물, 과일 등 바리바리 싸 가지고 나오는데 날이 많이 흐리다. 혹시 비 오는거 아니야? 일기해설엔 영남지방 한때 비. 와도 조금 오겠지 뭐...
헌데 집 출발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 오다 내리는 비야 어쩔 수 없이 맞지만 시작 전부터 내리면 산행 안 한다는 두 남자들.
일단 구비구비 돌아돌아 배내고개까지 가는데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한국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정말 새삼스럽다. 청도에 가까워지니 감 달린 감나무가 정말 곱다.
운문사 입구에서는 청도반시를 판다. 한 박스 사서 먹어봤더니 정말이지 자연숙성한 달콤한 맛 그 자체다. 헌데 비가 조금 더 굵어진다.
배내고개 도착하니 비도 내리는데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두 남자들 서로 차량지원 한다고 싸운다.
흥, 우리 둘이 가자. 치사하게 스리....
결국 두 여자들만 산행에 나섰다. 산이슬은 얇은잠바 속에 입고 겉에 비옷 입고 나는 고어잠바 속에 입고 겉에 비닐 우의를 덧입었다. 아무래도 추울것 같아서...
배내고개 출발(10:00) 하니 초장부터 계단길이다. 우리 말고도 미친 사람이 간간히 보인다. 그나마 빗발이 굵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이 코스는 선수들만 왔는지 다들 우리를 추월해 간다. 기죽어 버려...
오두산 갈림길
계단 끝지점에 오니 오두산 갈림길. 추월한 사람들도 대부분 이곳에서 후미 기다리며 쉬고 있다. 잠시 우리도 쉬며 사진 한장 찍었다. 우리가 먼저 출발.
얼마 가지 않아 배내봉 도착. 비가 좀 가늘어 졌다. 추위는 가신것 같다.
내심 산에 안 올라온 남자들 보란듯이 날이 개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다.
이젠 간월산을 향해서 출발.
배내봉
간월산 가는길
조망이 좋으면 더 좋을텐데 축축한 산을 오르내린다. 그래도 초행길이라 나쁘지 않다. 비가 내리는데도 가끔씩 사람들이 보인다. 하긴 비가 오지 않는다면 줄서서 갈 길이지 싶다. 억새는 이제 다 날아가고 줄기만 남아있지만 그래도 반짝였을 억새를 상상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11:40 간월산에서
간월재 가는길
간월산 올라가기 전 급경사. 우릴 추월하던 사람들이 후미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정상의 바람을 피하려고 그러는지 쉬고 있다. 둘이 올라서니 한명만 있고 사람이 없이 한갖지다.
이젠 간월재를 향해서 간다.
12:10 간월재
예전 자연 그대로였을 등산로가 지금은 대부분 나무계단과 데크를 깔아놓아 그나마 훼손이 덜 되는것 같다. 간월재로 내려서는데 갑자기 한떼의 사람들이 몰려 올라온다. 비닐우비 입고...
회사 연수차 온것 같다. 한 부부가 간월산 아직 멀었냐고... 간월산에서 간월재 내려서는데 좀 그친것 같던 비가 도로 내리고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간월재에는 포장도로가 있고 돌로 된 캐언과 나무데크로 쉴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 놓았지만 다 젖어버렸고 추워 쉴 수가 없다. 우리도 벗었던 비옷을 도로 꺼내 입었다.
나무천사 전화가 왔지만 피차 소통이 되질 않는다. 부지런히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12:50 신불산 정상
신불산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간월재에서 올라오는 사람,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사람.
12:50 신불산 정상. 사진 한장 찍고 마침 앞에 간이비닐 하우스 매점이 있다. 사람이 꽉 차서 들어가기도 힘들다. 밀고 들어가 오뎅 한개씩 먹고 국물을 마시니 좀 살것 같다.
도로 나서서 영취산을 향해 가는데 길을 잘못 든것 같다. 산이슬 이상하다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이쪽은 신불공룡 가는 길이라고...
자기네들도 영취산쪽으로 가다 바람이 하도 불어 이쪽으로 코스를 바꾼거라고 걱정을 해 준다.
13:50 출발직전의 출석부
그때 나무천사의 문자. 신불재에서 만나자고 한다. 정상 아래 매점에서 만나자 문자를 보냈다.
그새 사람이 좀 빠져 자리가 나는것 같다. 자리 잡고 라면 2개 시켰다. 먹고 있는데 두 남자가 비 맞고 여산은 완전히 얼어서 들어왔다. 라면 추가 한개더 시키고 밥과 함께 먹는데 여산이 손이 곱고 힘이 들어서 밥을 먹지 못한다.
여산이 밥을 못 먹으면 상태가 별로 안 좋은것. 좀 진정을 하고나서 겨우 밥을 먹는다.
두 남자들 우리들만 보내놓고 보니 우리들은 반찬만 들고 왔고 남자들은 밥과 고구마 등 배부른걸 지고 있어 우리 밥 굶을까봐 올라온거다. 더구나 너무 일찍 올라오면 추위에 기다린다고 시간 재서 온다고 파래소 폭포 구경하고 오다보니 시간이 너무 촉박해 신불재까지 1시간만에 치고 올라왔단다.
신불재에서부터 정상까지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니 죽게 올라와 땀이 난 상태에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니 동태 되게도 생겼다. 오늘은 가을 산행이 아니라 동계산행 훈련산행 같다. 손도 시렵다.
더구나 큰 디카 젖을까 잠바 속에 품고 오느라 만삭인 배를 안고 왔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해산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그렇다고..ㅎㅎ
밥 먹고 정신차리고 커피까지 타 마시고 몸을 좀 녹였다. 매점 주인이 아주 괴짜다. 코스를 물어보니 지도 볼것도 없단다. 머리 속에 다 들어있다고 영남알프스 등산기점이 33군데고 이쪽만 해고 9곳이라고 한다.
여기서 영취산 고집했다가는 두 남자한테 비난을 면할 수도 없고 컨디션 생각도 해야 할것 같다. 그래서 신불산 휴양림쪽으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가을에 들어갔다 나온 휴양림 풍경
신불산 기원탑
겨우 앞산 조망이 보이기 시작..
단체 사진 찍고 (매점에서) 신불재로 하산하는데 정말 바람이 겨울바람 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몸이 날아갈것 같다. 신불재에도 간이매점이 있는데 두 남자들 사람이 꽉 차 들어가 보지도 못했단다. ㅎㅎ
이곳에서 영취산 갈림인데...
우측 휴양림으로 내려서니 바람이 좀 잔잔해 졌다. 초장 길은 미끄러운데 조금 더 내려가니 그야말로 꽉 찬 가을산이 펼쳐진다. 노랗고 간간히 빨간 단풍, 그리고 폭신한 길. 이 가을 마지막 단풍산행이 되지 싶다.
행복해 하면서 하산을 한다. 비도 조금 잦아 들었다. 여산 여기서부터 여유있게 작품활동 하느라 보이지도 않는다. 위에는 가스가 꽉 차 있는데 아래쪽은 비오는 날씨 치고는 시계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사진 찍고 찍히고 가을을 만끽하며 하산하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이 길을 1시간 만에 어찌 올라왔는지 자기네가 생각해도 상상히 가질 않는다고..ㅎㅎ
너무 여유부리다 시간이 촉박해 올라와서 그렇다고 하면서 우리보고도 생각보다 빨리 왔단다.
당근이지. 비 오니 쉴 수도 없지, 쉬면 춥지, 사진도 못 찍지...
휴양림 입구에서 본 신불산 (15:30)
신불산 기원탑 지나고 나니 바로 임도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측은 파래소 폭포 가는길, 좌측은 휴양림 입구. 파래소 폭포는 물이 없어 시시하다고 한다. 몇년전 본 파래소 폭포는 폭포 자체보다는 물빛이 고왔던것 같다.
헌데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한다. 휴양림 입구 가까이에도 차 댈 곳 많은데 차를 베네치아 산장에 대고 와 한참 걸어 내려갔다.
차 타고 가지산 온천에 가니 16:00.
17:45 에 만나기로 했다.
휴양림 아래쪽 마을풍경도 아름답다.
추위에 떨다 온천을 하니 정말 좋았다. 놀다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나와서 하산 아이스크림 먹고 경산으로 오는데 이미 해는 다 졌다. 집에 와 산이슬이 미리 준비한 돼지불고기를 안주삼아 하산주를 마셨다.
어제 저녁도 설겆이 하지 않던 두 남자들 9시도 안 되었는데 TV 보다 둘 다 잠이 들었다. 할 수 없이 둘이 설겆이 하고 치우고 내일은 오늘보다 일찍 나서기로 했다.
장자가 말했다던가
‘복수하지 말라
강가에 앉아
한 십년쯤 기다리고 있으면
원수의 시체가 떠내려 오리라’.
어떤 경우는
1년도 안 되어
모조리 떠내려 오고
어떤 때는
몇 십 년을 하염없이 기다려도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생의 내밀한 부분 하나는 예기치 않은 기쁨과의 조우다. 예기치 않은 기쁨은 세렌디피티라고도 하던데 예기치 않은 슬픔은 무엇이라고 하는가. 인간만사 새옹지마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변증법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기쁨을 위해 참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기쁨을 겪지 못하고 간 기형도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기쁨을 기다리지 못하고 간 최진실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박찬일·시인>
일정: 2008.11.7~9 (2박3일)
11/7- 17:20 평촌출발-22:00 경산도착 (1박)
11/8- 경산출발-배내골-배내봉-간월재-간월산-신불재-신불산-신불산휴양림-가지산온천-경산 (2박)
11/9- 경산출발-하양-와촌-관봉석조여래좌상(갓바위)-능성재-중암암-백흥암-은혜사-하양-경산-평촌
날씨: 첫날 거의 하루종일 비가 내림. 산에서 바람도 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둘째날은 그나마 흐리고 간간히 빗방울이 내리는 정도
11/7 (금)
9월 제천에서 만나고 10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드림팀 산행을 하지 못했다. 모처럼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산이슬 대구권을 벗어나 이사간 경산집으로 처음 나들이.
혹시나 싶어 지리산 대피소 예약을 해 놓았다가 이번엔 영남권 산행을 하자는 여산. 영남권은 산이슬이 전공이라고 알아서 정하랬다고...
헌데 의사소통이 안된건지 너무 믿은건지 만나서 정하자고 연락이 왔다.
평촌에서 만나 짐 챙기고 서둘렀는데도 출발하니 벌써 어두컴컴하다. 차 안에서 간식으로 떡볶기, 순대로 요기. 버스 전용차선 때문에 길이 많이 밀린다. 죽암에서 칼국수 끓여놓는다는 산이슬의 문자. 그래도 2시간은 걸린다고 먹어야 한다는 여산. 늦은 저녁으로 요기를 하고 출발. 경산IC로 나가니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산이슬네 아파트.
짐 내리고 들어가 끓여놓은 칼국수에 오징어무침으로 저녁 간식을 배부르게 먹고 만남주를 해야 한다고 해 매실주로 만남주.
내일 산행은 설왕설래 끝에 영남알프스 중 신불산쪽을 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내가 못 간 간월산도 가보고 싶다 했다. 얼마전 안내산행으로 신불-영취산 산행을 한 나무천사는 차량지원한다고 반대쪽에서 올라오기로 잠정적으로 결정. 일요일은 팔공산 한번도 못 간 나무천사를 위해, 그리고 빠른 귀가를 위해 팔공산 짧은 코스를 하기로 하고...
도착시간이 늦었지만 그래도 일찍 잤다.
11/8 (토)
산이슬 아침일찍 일어나 밥 하고 도시락 싸고 바쁘다. 해 놓은 아침밥 먹고 도시락, 고구마, 물, 과일 등 바리바리 싸 가지고 나오는데 날이 많이 흐리다. 혹시 비 오는거 아니야? 일기해설엔 영남지방 한때 비. 와도 조금 오겠지 뭐...
헌데 집 출발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 오다 내리는 비야 어쩔 수 없이 맞지만 시작 전부터 내리면 산행 안 한다는 두 남자들.
일단 구비구비 돌아돌아 배내고개까지 가는데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한국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정말 새삼스럽다. 청도에 가까워지니 감 달린 감나무가 정말 곱다.
운문사 입구에서는 청도반시를 판다. 한 박스 사서 먹어봤더니 정말이지 자연숙성한 달콤한 맛 그 자체다. 헌데 비가 조금 더 굵어진다.
배내고개 도착하니 비도 내리는데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두 남자들 서로 차량지원 한다고 싸운다.
흥, 우리 둘이 가자. 치사하게 스리....
결국 두 여자들만 산행에 나섰다. 산이슬은 얇은잠바 속에 입고 겉에 비옷 입고 나는 고어잠바 속에 입고 겉에 비닐 우의를 덧입었다. 아무래도 추울것 같아서...
배내고개 출발(10:00) 하니 초장부터 계단길이다. 우리 말고도 미친 사람이 간간히 보인다. 그나마 빗발이 굵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이 코스는 선수들만 왔는지 다들 우리를 추월해 간다. 기죽어 버려...
오두산 갈림길
계단 끝지점에 오니 오두산 갈림길. 추월한 사람들도 대부분 이곳에서 후미 기다리며 쉬고 있다. 잠시 우리도 쉬며 사진 한장 찍었다. 우리가 먼저 출발.
얼마 가지 않아 배내봉 도착. 비가 좀 가늘어 졌다. 추위는 가신것 같다.
내심 산에 안 올라온 남자들 보란듯이 날이 개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다.
이젠 간월산을 향해서 출발.
배내봉
간월산 가는길
조망이 좋으면 더 좋을텐데 축축한 산을 오르내린다. 그래도 초행길이라 나쁘지 않다. 비가 내리는데도 가끔씩 사람들이 보인다. 하긴 비가 오지 않는다면 줄서서 갈 길이지 싶다. 억새는 이제 다 날아가고 줄기만 남아있지만 그래도 반짝였을 억새를 상상하는것도 나쁘지 않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11:40 간월산에서
간월재 가는길
간월산 올라가기 전 급경사. 우릴 추월하던 사람들이 후미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정상의 바람을 피하려고 그러는지 쉬고 있다. 둘이 올라서니 한명만 있고 사람이 없이 한갖지다.
이젠 간월재를 향해서 간다.
12:10 간월재
예전 자연 그대로였을 등산로가 지금은 대부분 나무계단과 데크를 깔아놓아 그나마 훼손이 덜 되는것 같다. 간월재로 내려서는데 갑자기 한떼의 사람들이 몰려 올라온다. 비닐우비 입고...
회사 연수차 온것 같다. 한 부부가 간월산 아직 멀었냐고... 간월산에서 간월재 내려서는데 좀 그친것 같던 비가 도로 내리고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간월재에는 포장도로가 있고 돌로 된 캐언과 나무데크로 쉴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 놓았지만 다 젖어버렸고 추워 쉴 수가 없다. 우리도 벗었던 비옷을 도로 꺼내 입었다.
나무천사 전화가 왔지만 피차 소통이 되질 않는다. 부지런히 신불산 정상으로 향한다.
12:50 신불산 정상
신불산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간월재에서 올라오는 사람,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사람.
12:50 신불산 정상. 사진 한장 찍고 마침 앞에 간이비닐 하우스 매점이 있다. 사람이 꽉 차서 들어가기도 힘들다. 밀고 들어가 오뎅 한개씩 먹고 국물을 마시니 좀 살것 같다.
도로 나서서 영취산을 향해 가는데 길을 잘못 든것 같다. 산이슬 이상하다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이쪽은 신불공룡 가는 길이라고...
자기네들도 영취산쪽으로 가다 바람이 하도 불어 이쪽으로 코스를 바꾼거라고 걱정을 해 준다.
13:50 출발직전의 출석부
그때 나무천사의 문자. 신불재에서 만나자고 한다. 정상 아래 매점에서 만나자 문자를 보냈다.
그새 사람이 좀 빠져 자리가 나는것 같다. 자리 잡고 라면 2개 시켰다. 먹고 있는데 두 남자가 비 맞고 여산은 완전히 얼어서 들어왔다. 라면 추가 한개더 시키고 밥과 함께 먹는데 여산이 손이 곱고 힘이 들어서 밥을 먹지 못한다.
여산이 밥을 못 먹으면 상태가 별로 안 좋은것. 좀 진정을 하고나서 겨우 밥을 먹는다.
두 남자들 우리들만 보내놓고 보니 우리들은 반찬만 들고 왔고 남자들은 밥과 고구마 등 배부른걸 지고 있어 우리 밥 굶을까봐 올라온거다. 더구나 너무 일찍 올라오면 추위에 기다린다고 시간 재서 온다고 파래소 폭포 구경하고 오다보니 시간이 너무 촉박해 신불재까지 1시간만에 치고 올라왔단다.
신불재에서부터 정상까지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니 죽게 올라와 땀이 난 상태에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니 동태 되게도 생겼다. 오늘은 가을 산행이 아니라 동계산행 훈련산행 같다. 손도 시렵다.
더구나 큰 디카 젖을까 잠바 속에 품고 오느라 만삭인 배를 안고 왔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해산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그렇다고..ㅎㅎ
밥 먹고 정신차리고 커피까지 타 마시고 몸을 좀 녹였다. 매점 주인이 아주 괴짜다. 코스를 물어보니 지도 볼것도 없단다. 머리 속에 다 들어있다고 영남알프스 등산기점이 33군데고 이쪽만 해고 9곳이라고 한다.
여기서 영취산 고집했다가는 두 남자한테 비난을 면할 수도 없고 컨디션 생각도 해야 할것 같다. 그래서 신불산 휴양림쪽으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가을에 들어갔다 나온 휴양림 풍경
신불산 기원탑
겨우 앞산 조망이 보이기 시작..
단체 사진 찍고 (매점에서) 신불재로 하산하는데 정말 바람이 겨울바람 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몸이 날아갈것 같다. 신불재에도 간이매점이 있는데 두 남자들 사람이 꽉 차 들어가 보지도 못했단다. ㅎㅎ
이곳에서 영취산 갈림인데...
우측 휴양림으로 내려서니 바람이 좀 잔잔해 졌다. 초장 길은 미끄러운데 조금 더 내려가니 그야말로 꽉 찬 가을산이 펼쳐진다. 노랗고 간간히 빨간 단풍, 그리고 폭신한 길. 이 가을 마지막 단풍산행이 되지 싶다.
행복해 하면서 하산을 한다. 비도 조금 잦아 들었다. 여산 여기서부터 여유있게 작품활동 하느라 보이지도 않는다. 위에는 가스가 꽉 차 있는데 아래쪽은 비오는 날씨 치고는 시계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사진 찍고 찍히고 가을을 만끽하며 하산하는데 1시간 반이 걸렸다. 이 길을 1시간 만에 어찌 올라왔는지 자기네가 생각해도 상상히 가질 않는다고..ㅎㅎ
너무 여유부리다 시간이 촉박해 올라와서 그렇다고 하면서 우리보고도 생각보다 빨리 왔단다.
당근이지. 비 오니 쉴 수도 없지, 쉬면 춥지, 사진도 못 찍지...
휴양림 입구에서 본 신불산 (15:30)
신불산 기원탑 지나고 나니 바로 임도가 나온다. 이곳에서 우측은 파래소 폭포 가는길, 좌측은 휴양림 입구. 파래소 폭포는 물이 없어 시시하다고 한다. 몇년전 본 파래소 폭포는 폭포 자체보다는 물빛이 고왔던것 같다.
헌데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한다. 휴양림 입구 가까이에도 차 댈 곳 많은데 차를 베네치아 산장에 대고 와 한참 걸어 내려갔다.
차 타고 가지산 온천에 가니 16:00.
17:45 에 만나기로 했다.
휴양림 아래쪽 마을풍경도 아름답다.
추위에 떨다 온천을 하니 정말 좋았다. 놀다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나와서 하산 아이스크림 먹고 경산으로 오는데 이미 해는 다 졌다. 집에 와 산이슬이 미리 준비한 돼지불고기를 안주삼아 하산주를 마셨다.
어제 저녁도 설겆이 하지 않던 두 남자들 9시도 안 되었는데 TV 보다 둘 다 잠이 들었다. 할 수 없이 둘이 설겆이 하고 치우고 내일은 오늘보다 일찍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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