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조동범(1970~ )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의 냉장고
냉장고는 차고 부드러운,
선홍빛 죽음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좁은 우리에 갇혀 비육될 때까지
짐작이나 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식욕을 떠올렸을,
단 한 번도 초원을 담아보지 못한 가축의 눈망울은
눈석임물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한
냉장고의 죽음 몇 조각,
무심하게 해넘이의 하늘 저편을 바라본다
죽음을 담고,
물끄러미 저녁을 맞고 있는 정육점
홍등을 두른 선홍빛 죽음이 화사하게 빛나는
정육점, 생생한 죽음 앞에서 식욕을 떠오르게 하는
칼날 같은,
죽음과 식욕의 경계
보라,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는가? 삶과 죽음이 여기에 있음에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 용서함으로써 스스로를 용서받고 사랑함으로써 사랑받는다. 누가 홀로 있다 하는가? 흙과 쏟아지는 비와 이웃과 살아 있는 것들이, 살을 비비며 시작도 끝도 없는 빛을 뿜는다. 하여, 영혼은 형체에 깃드는 것으로, 형체는 죽어서 무너져도 영혼은 망하지 않고 날아가 산다. 영혼에 나무가 자라도록 기원하라. 그 나무, 영혼의 중심에 뿌리를 뻗고, 산 것과 죽은 것이 만나 이루는 깊은 고요에 개심(開心)하라. 정육점.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紅燈)의 냉장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한 죽음 몇 조각. 살아 있을 때의 기억 속으로 고이던 하늘 저편의 저녁노을. 보라, 삶과 죽음이 여기에 있으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노래하겠는가? <박주택·시인>
만나는곳: 2008.10.25 (토) 9:00 청사역 11번 출구
코스개관: 향교-진달래능선-관악사지-연주암-케이블카능선-청사뒤 (9:30~13:20)
날씨: 아침에 많이 흐리다 햇살도 보여주더니 12시부터 가을비가 내리다. 우산도 없는데....
이 가을 10월의 마지막 놀토. 어디든 가면 참 좋을텐데 시댁 행사가 저녁에 있어 부득이 당일 산행을 하기로...
모처럼 온몸산악회 멤버들에게 연락하니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빠지고 3명이 함께 가기로. 휴~ 그나마 미녀3총사는 되네...
가까운데서 만나면 이상하게 늦는다. 오늘도 늦었다. 모처럼 만난 박과일 잘 살고 있었나보다. 얼굴 좋아보인다.
청사역에서 소방서 뒤로 걸어가 등산로 입구에 가니 안산 ㄱ 병원 야유회인지 깃발 배낭에 꽂고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청사쪽에서는 어느 단체인지 계속 마이크로 시끄럽게 떠들고...
화장실 옆으로 해서 올라가니 사람이 없어 좋아라 했다. 헌데 여기도 병원 팀들이 이쪽으로도 제법 많이 올라온다. 그중 태반은 약수터 패션. 그래도 청춘이 대부분이라 모처럼 관악산 평균연령이 엄청 낮아지는것 같다.
관악산 단풍이 많은 산은 아니지만 산을 보니 가을색이 완연하다. 관악산 여름 이후로 모처럼 오는것 같다. 조금은 미안하다. 모락산 다음으로 많이 다니던 산이었는데 요즘은 인파 생각만 하면 갈 맘이 없어 안왔었다.
겨우겨우 작동해 찍은 사진
가을빛을 찍으려고 하는데 디카가 줌이상이라고 안 찍힌다. 가끔 말썽을 피우더니 이젠 완전히 파업인가? 이 가을빛도 못 찍고 너무 아쉽다.
몇번을 넣었다 뺐다 하다 보니 줌에 뭔가 잡티가 붙어있다. 그걸 떼내니 작동된다. 휴~
진달래 능선은 조망이 제법 좋다~
진달래 능선 삼거리 직전의 헬기장. 단체팀을은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곳 지나서 관악사지까지는 의외로 사람이 적다.
휴일이라도 코스만 잘 잡으면 인파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관악산에도 단풍이 있다는걸 보여주는 단풍나무
아주 가끔이지만 관악산 대표미인격인 단풍나무가 유난히 어어쁜 색으로 눈길을 끈다. 다른 산에 가면 헹세도 못할텐데 이곳에 있어 빛나는것 같다.
우리랑 비슷하네.. 혼자서는 미녀소리도 못하는데 셋이라 힘이되어 미녀삼총사 하잖냐... ㅎㅎ
ㄱ
관악사지에서
관악사지의 가을빛이 좋을것 같아 이 코스를 잡았는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새 연주대 가는 길에는 응진전을 볼 수있는 조망터도 생겼고 관악사지에서 연주암 올라가는 길도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경치가 훨씬 깔끔해 지고 길도 순해졌다.
이곳에서 나무천사가 삼성산에서 넘어와 관악사지로 찾아와 만났다. 사진 몇장 찍고 좀 시간은 이르지만 쫀누나표 포도주도 먹을겸 아예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관악사지 윗쪽엔 한번도 안 올라가 봤다는 쫀누나.
그려? 올라가면 되지~
관악사지 윗쪽 경치가 의외로 멋졌다.
평소 관악사지도 사람으로 버글거릴텐데 오늘은 시간이 일러서인지 한갖지다. 윗쪽도 한팀만 있고 아주 한갖진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주 그만이다.
사진 찍고 점심 먹고 나무천사는 골짜기로 하산하기로 하고 우리는 케이블카 능선으로 하산하기로...
점심을 먹고 나니 12시. 잔뜩 찌푸린 날씨가 드디어 비가 내린다. 처음엔 조금 내리는것 같더니 맞기엔 좀 추울것 같다.
연주암에 가보니 그야말로 바글바글. 절인지 시장터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얼른 케이블카 능선으로 붙었다. 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잠바를 입었다.
이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길이 좀 밀린다.
두꺼비 바위 옆 억새가 피었다고...
멀리 6봉이 보이고...
비가 내려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하산.
하산하다 능선을 타고 가는것 보다는 계곡쪽이 사람도 적고 비도 덜 맞을것 같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주말에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다니..
이 길도 지난번 비오는 날 길 잘못 들어 우연히 알게 된 길이다. 아무튼 호젓해 좋고 여기서도 관악산 미인 단풍을 한그루 만났다.
사람도 단풍도 붉게 정들고~
오솔길도 너무 운치있고...
비가 좀 그치는듯 하더니 오히려 빗발이 굵어지는것 같다.
백운사 입구에서 보니 용운암 마애승용군 표지판이 있다. 똘배님 블로그에서 사진을 보고 궁금하던차에 올라가보니 역시 그 바위 맞았다. 야호~
보통은 부처님을 조각하는데 이곳은 스님 (동자승처럼 보였다) 5분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스님 얼굴도 뵙고 하산을 하는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 일찍 하산하길 잘한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6봉, 8봉을 가고 싶었는데 마음이 바쁜 날이라 짧은 코스로 잡았는데 그 덕에 비 조금만 맞은것 같다.
부지런히 걸어서 청사역으로 가는데 예보에 없는 비 때문에 낭패 본 팀들이 많이 보인다.
청사역에서 헤어지며 이 가을 정들기 산행 끝~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의 냉장고
냉장고는 차고 부드러운,
선홍빛 죽음으로 가득하다
어둡고 좁은 우리에 갇혀 비육될 때까지
짐작이나 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식욕을 떠올렸을,
단 한 번도 초원을 담아보지 못한 가축의 눈망울은
눈석임물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한
냉장고의 죽음 몇 조각,
무심하게 해넘이의 하늘 저편을 바라본다
죽음을 담고,
물끄러미 저녁을 맞고 있는 정육점
홍등을 두른 선홍빛 죽음이 화사하게 빛나는
정육점, 생생한 죽음 앞에서 식욕을 떠오르게 하는
칼날 같은,
죽음과 식욕의 경계
보라, 무엇을 듣고 무엇을 말하는가? 삶과 죽음이 여기에 있음에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 용서함으로써 스스로를 용서받고 사랑함으로써 사랑받는다. 누가 홀로 있다 하는가? 흙과 쏟아지는 비와 이웃과 살아 있는 것들이, 살을 비비며 시작도 끝도 없는 빛을 뿜는다. 하여, 영혼은 형체에 깃드는 것으로, 형체는 죽어서 무너져도 영혼은 망하지 않고 날아가 산다. 영혼에 나무가 자라도록 기원하라. 그 나무, 영혼의 중심에 뿌리를 뻗고, 산 것과 죽은 것이 만나 이루는 깊은 고요에 개심(開心)하라. 정육점. 죽음을 널어 식욕을 만드는 홍등(紅燈)의 냉장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한 죽음 몇 조각. 살아 있을 때의 기억 속으로 고이던 하늘 저편의 저녁노을. 보라, 삶과 죽음이 여기에 있으니 무엇을 보고 무엇을 노래하겠는가? <박주택·시인>
만나는곳: 2008.10.25 (토) 9:00 청사역 11번 출구
코스개관: 향교-진달래능선-관악사지-연주암-케이블카능선-청사뒤 (9:30~13:20)
날씨: 아침에 많이 흐리다 햇살도 보여주더니 12시부터 가을비가 내리다. 우산도 없는데....
이 가을 10월의 마지막 놀토. 어디든 가면 참 좋을텐데 시댁 행사가 저녁에 있어 부득이 당일 산행을 하기로...
모처럼 온몸산악회 멤버들에게 연락하니 이런 저런 사정으로 빠지고 3명이 함께 가기로. 휴~ 그나마 미녀3총사는 되네...
가까운데서 만나면 이상하게 늦는다. 오늘도 늦었다. 모처럼 만난 박과일 잘 살고 있었나보다. 얼굴 좋아보인다.
청사역에서 소방서 뒤로 걸어가 등산로 입구에 가니 안산 ㄱ 병원 야유회인지 깃발 배낭에 꽂고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청사쪽에서는 어느 단체인지 계속 마이크로 시끄럽게 떠들고...
화장실 옆으로 해서 올라가니 사람이 없어 좋아라 했다. 헌데 여기도 병원 팀들이 이쪽으로도 제법 많이 올라온다. 그중 태반은 약수터 패션. 그래도 청춘이 대부분이라 모처럼 관악산 평균연령이 엄청 낮아지는것 같다.
관악산 단풍이 많은 산은 아니지만 산을 보니 가을색이 완연하다. 관악산 여름 이후로 모처럼 오는것 같다. 조금은 미안하다. 모락산 다음으로 많이 다니던 산이었는데 요즘은 인파 생각만 하면 갈 맘이 없어 안왔었다.
겨우겨우 작동해 찍은 사진
가을빛을 찍으려고 하는데 디카가 줌이상이라고 안 찍힌다. 가끔 말썽을 피우더니 이젠 완전히 파업인가? 이 가을빛도 못 찍고 너무 아쉽다.
몇번을 넣었다 뺐다 하다 보니 줌에 뭔가 잡티가 붙어있다. 그걸 떼내니 작동된다. 휴~
진달래 능선은 조망이 제법 좋다~
진달래 능선 삼거리 직전의 헬기장. 단체팀을은 이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곳 지나서 관악사지까지는 의외로 사람이 적다.
휴일이라도 코스만 잘 잡으면 인파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관악산에도 단풍이 있다는걸 보여주는 단풍나무
아주 가끔이지만 관악산 대표미인격인 단풍나무가 유난히 어어쁜 색으로 눈길을 끈다. 다른 산에 가면 헹세도 못할텐데 이곳에 있어 빛나는것 같다.
우리랑 비슷하네.. 혼자서는 미녀소리도 못하는데 셋이라 힘이되어 미녀삼총사 하잖냐... ㅎㅎ
ㄱ
관악사지에서
관악사지의 가을빛이 좋을것 같아 이 코스를 잡았는데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새 연주대 가는 길에는 응진전을 볼 수있는 조망터도 생겼고 관악사지에서 연주암 올라가는 길도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경치가 훨씬 깔끔해 지고 길도 순해졌다.
이곳에서 나무천사가 삼성산에서 넘어와 관악사지로 찾아와 만났다. 사진 몇장 찍고 좀 시간은 이르지만 쫀누나표 포도주도 먹을겸 아예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관악사지 윗쪽엔 한번도 안 올라가 봤다는 쫀누나.
그려? 올라가면 되지~
관악사지 윗쪽 경치가 의외로 멋졌다.
평소 관악사지도 사람으로 버글거릴텐데 오늘은 시간이 일러서인지 한갖지다. 윗쪽도 한팀만 있고 아주 한갖진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주 그만이다.
사진 찍고 점심 먹고 나무천사는 골짜기로 하산하기로 하고 우리는 케이블카 능선으로 하산하기로...
점심을 먹고 나니 12시. 잔뜩 찌푸린 날씨가 드디어 비가 내린다. 처음엔 조금 내리는것 같더니 맞기엔 좀 추울것 같다.
연주암에 가보니 그야말로 바글바글. 절인지 시장터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얼른 케이블카 능선으로 붙었다. 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잠바를 입었다.
이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길이 좀 밀린다.
두꺼비 바위 옆 억새가 피었다고...
멀리 6봉이 보이고...
비가 내려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하산.
하산하다 능선을 타고 가는것 보다는 계곡쪽이 사람도 적고 비도 덜 맞을것 같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주말에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다니..
이 길도 지난번 비오는 날 길 잘못 들어 우연히 알게 된 길이다. 아무튼 호젓해 좋고 여기서도 관악산 미인 단풍을 한그루 만났다.
사람도 단풍도 붉게 정들고~
오솔길도 너무 운치있고...
비가 좀 그치는듯 하더니 오히려 빗발이 굵어지는것 같다.
백운사 입구에서 보니 용운암 마애승용군 표지판이 있다. 똘배님 블로그에서 사진을 보고 궁금하던차에 올라가보니 역시 그 바위 맞았다. 야호~
보통은 부처님을 조각하는데 이곳은 스님 (동자승처럼 보였다) 5분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스님 얼굴도 뵙고 하산을 하는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린다. 일찍 하산하길 잘한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6봉, 8봉을 가고 싶었는데 마음이 바쁜 날이라 짧은 코스로 잡았는데 그 덕에 비 조금만 맞은것 같다.
부지런히 걸어서 청사역으로 가는데 예보에 없는 비 때문에 낭패 본 팀들이 많이 보인다.
청사역에서 헤어지며 이 가을 정들기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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