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이 가을 정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모락산, 10/26)

산무수리 2008. 10. 26. 20:18

‘드라이아이스’ - 김경주(1976~ )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 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 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피부에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 끝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 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때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안의 야경을 다 보여줘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순교할 것이다
달 사이로 진흙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가고 있다
귀신처럼

*고대시인 침연의 시 중 한 구절


드라이아이스를 만지는 순간, 쩍 들러붙는다. 마치 어릴 적 엄동에 문고리를 잡았을 때처럼. 내면의 전경(全景)을 다 보여줘버린 듯, 온몸의 열을 빼앗는 것처럼, 진저리치게 만드는 드라이아이스는, 순도 높은 시간을 몸속에 뿌리내린다. 하여, 그토록 바랐지만 살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이번 생은 순교(殉敎)할 것이다. <박주택·시인>
 

만나는곳: 2008.10.26 (일) 10:00 의왕 롯데마트앞
코스개관: 계대 옆능선-사인암-절터약수터-안골 (새참먹기)-계대 후문 앞 포장마차
날씨: 어제 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린 후라 먼지도 나지않고 하늘도 너무 어여뻤던 가을날

 

 

 

 

 

 

 

 

 

 

 

 

 

 

 

 

 

 





아침나절 중앙공원을 뛰고 모락산에는 가을이 얼만큼 왔나 궁금해 가보기로 했다.
나무천사 테니스장 멤버들 산악회와 연락을 해서 만나 함께 간단다.
장사장은 새벽에 홀로 다녀오고 테니스 한게임 치고 라면먹다 산으로 오라하니 반대쪽에서 또 올라온다고...
양사장부부는 거의 모든 스케줄을 함께 하는 징한 부부다. 테니스, 골프, 등산, 술...
거의 홀로 참석하는 나무천사랑 잘 놀아주는 팀인데 정이 너무 넘치고 서로 너무 맘에 들어해서 (!)  문제다. 1차에서 끝나는 법이 없이 술이 취해야 끝나는게 옥의 티.

계대 옆 외곽도로를 끼고 가는 등산로로 가는데 모락산은 가을이 아직인것 같다. 사인암 부근에만 붉은빛이고 아직은 파랗다.
그 옛날 흘림골 가던 그 실력은 이미 벗어난것 같다. 쉬지도 않고 오르막, 내리막 가리지 않고 잘도 오른다.
가다 양오빠 배가 너무 고프다고 전망대에서 과일을 먹었다.
모락산 터널 지나고 조망터를 지나 절터 약수터에 가니 진작에 와 기다리고 있는 장사장.
마눌님은 오늘 테니스 시합에 나가 바쁘시다고.... 3등 해 상금까지 탄 실력이라고 한다.

권언니가 타온 매실차와 커피와 과일로 절터약수터에서 마시고 가을볕을 한참 즐겼다. 날이 많이 가물었었는지 이곳 약수터도 수량이 팍 줄어들었다.
약수터 아래길로 가니 이곳은 정말이지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쪽은 아는 사람만 다니는 길이라 사람도 없고 호젓하다.

모락산 안골식당에서 막걸리 한잔 먹고 간단다. 이곳은 친구 부니가 집주인인데 세를 놓은곳이다. 간 김에 친구 얼굴이라도 볼까 하니 교회 갔다고 한다. 이 식당은 지금은 동서가 경영한단다.

안에 들어가 먹으라는데 마당 햇살이 너무 좋고 툇마루도 운치가 있다. 마당에서 테이블 놓고 인삼막걸리, 파전을 시켰는데 딸려 나오는 김치가 일품이다. 이 김치보고 공기밥 달라고 하니 갓김치까지 딸려나와 밥까지 먹었다.
인심이 좋고 맛도 좋았다.

산을 넘어 가는데 호두나무에 호두가 몇개 달려있고 떨어져 있는것도 있어 좀 털고 줍고 해서 호두도 맛 보았다.
하산해 2차로 포장마차에서 부추전과 막걸리로 또 전을 벌린다. 산에 술맛 돋구러 다닌다는 양오빠.
헌데 정 나누러 다니는 사람도 있는것 같다. 옆 테이블에 홀로 온 젊은오빠와 젊은언니 둘이 각자 술을 마셨는데 어느새 두 테이블이 합석을 해 화기애애하니 자리를 파할 기색이 없다.
산이 좋고 술이 좋고 가을이 좋아 그런것 같다~ ^^

계대 앞쪽 단골 두부집에서 3차를 한다고 또 들어갔다. 권언니 묵은쌀로 가래떡 맞춰 놓았는데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다. 먹을 쌀도 없는데 떡을 하냐고 하니 쌀도 주고 떡도 준단다.
집에 가 쌀 한말 얻고 떡집에 가 가래떡까지 얻어 너무 무거워 택시타고 왔다.

세 남자들은 3차에서 4차까지 갔나보다.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왔는데 오자마자 깰꼬닥~
정이 넘치는게 문제다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