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아니 벌써 겨울산? (신선봉,마패봉,부봉, 11/30)

산무수리 2008. 12. 3. 01:06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법정스님


진심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 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산행일자: 2008.11.30 (일) 9:30~16:30
교통편: 안내산행
코스개관: 연풍레포츠공원-신선봉-마역봉(마폐봉)-부봉-3봉-동화원-문경3관문-고사리주차장
날씨: 바람이 불지 않고 춥지 않은 초겨울 날씨. 눈이 제법 많아 졸지에 겨울산행 모드.

솜솔아빠 산행기에 신선봉-마폐봉 코스가 아주 그냥 죽여준다고 본 기억이 난다. 헌데 일욜 아주 궁금하던 바로 그 코스를 가는 산악회가 있었다. 그것도 수도-가야산 코스를 따라간 곳이다. 안면도 익혔겠다, 산행 진행방식이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선두, 후미 차이가 거의 없고 대장님이 코스안내를 꼼꼼하게 해 주어 마음에 들었다.
헌데 요즘 안내산행도 경기를 많이 타는것 같다. 20명 넘지 않아 성원 안될까 염려가 되었다.

토욜 삼각산에서 바람에 겁을 먹은지라 오늘은 좀 신경써 옷도 한단계 두꺼운 옷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김밥 2줄 사서 범계역에서 봉고차가 태우러 왔다.
차 기다리는데 한 남자가 택시에서 내리며 ㅇ산악회 아니냐고.. 맞다고 하니 어느산에 가냐고...
헐, 코스도 모르고 왔다고라? 친구가 대신 신청해서 온거라고...
봉고에 친구가 타고있고 앞에 대장 2명이 타고 6명이 타고 수원에 가 버스로 갈아탔다.
원래 오늘 대장하기로 한 팀들이 토욜 고흥 팔영산 갔다 나로도에서 회까지 먹고 오느라 3:00 귀가 하는 바람에 다 빠지고 그나마 대장 한명은 책임감 때문에 오늘 나왔다는데 완죤히 맛이 갔다.
부랴부랴 무박 주작-덕룡 대장이 새벽에 불려나왔단다. 헌데 이 홍대장이 수도-가야산 안내한 분인데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다.

8:00 안성휴게소에서 아침을 준다. 된장국에 밥 한그릇 먹고 나니 추위가 좀 가신다. 여기서 출발해 산행기점인 연풍레포츠공원에서 출발한 시간이 9:30.
생각보다 빠르다. 헌데 문경인줄 알았는데 여긴 괴산인걸?
화장실 들린 사이 대부분 다 출발해 부지런히 쫓아가 겨우 후미대장을 잡고 오르막에서 몇몇을 추월해 겨우 중간 그룹에 끼었다. 

초장 경사 팍팍하다고 대장은 신선봉까지 스틱 안 쓰는게 좋다는데 산에는 예상 밖의 눈이 내려있어 오르막에 쥐약인 몇몇은 스틱을 꺼내 들었다.
이 코스는 아주 빡세지는 않은것 같고 좀 험한 곳에는 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슬슬 암릉과 조망이 보이고...

30여분 비교적 급경사를 올라가니 드디어 보이는 암릉과 나무, 그리고 조망. 충북 산은 어디나 바위, 나무가 멋진것 같다.
우리가 올라온 주차장이 가깝게 보인다.
길은 암릉을 끼고 조망을 할 수 있게 코스를 개발해 놓았다. 문제는 군데군데 눈이 쌓여있어 눈이 없으면 부담없이 갈 길을 오늘은 온몸산악회 모드로 가는게 아무래도 안전할것 같다.
나무천사는 그나마 릿지화를 신고 와 더 미끄러운것 같다. 나중에는 눈때문에 신발까지 젖었단다.
나도 뭘 신을까 고민했는데 산행시간이 5시간을 넘기고 눈이 있을때 릿지화는 스케이트 같은 경험이 있기에 비브람이지만 창이 잘 붇는 아쿠를 신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디 방향이나 산이 조망되는데....

 
설경이 의외로 죽여줬다.

 
눈 쌓인 암릉은 제법 살이 떨리고...

헌데 이 조망좋은 산에서 디카가 또 되다 말다를 반복한다. 찍으려면 안되고 혹시나 해 다시 켜면 한장 찍으면 또 돌아가시고....
에이 짱나... 버릴게 너무 많다.
디카 속썩이지, 가끔 스틱도 고정이 안되지, 거기다 연식 젤 오래된 내 몸이 어찌보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하는건가? 거기다 유효기일 표시조차 없는 불량품?

 
위로 올라서도 될 길이 눈때문에 바위 사이를 통과하고.

바위에 이름이 붙어있는데 눈때문에 미끄러질까 신경쓰느라 정작 바위를 제대로 조망 못하는게 아쉽다. 할미바위만 이름표를 봐서 겨우 봤다.
선두는 내 달려 안 보이고 후미도 안 보이고 남자 한명만 우릴 바짝 쫓아온다. 우리 바로 앞에는 세명으로 된 한 팀이 올라가는데 여자분 신발이 많이 미끄러운것 같다.
완만한 슬랩인데 눈 때문에 미끄러워 신력이 딸리는 사람들은 밀어주고 끌어주고...

 
설경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선물이었다.

간간히 얼음이 언 긴 슬랩에서 홍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
온몸산악회 답게 줄잡고 씩씩하게 올라가니 여군에 가도 되겠다고...
여군 출신인줄 모르시나 보다. ㅎㅎ


멀리 월악산 영봉이 보이고...

 
산겹살도 겹겹히 펼쳐져 있고...

 
고사목도 어울어려 경치는 더 좋고..

 
신선봉에서 보이는 소백산


11:20 첫번째 봉우리인 신선봉에서

대장님이 후미 봐주는 동안 신선봉에 먼저 올라갔다.
오늘 날씨 정말 좋아 멀리 월악, 소백, 주흘, 속리산 등이 보인다. 사방이 다 산이다. 정말이지 산도 많다. 언제 가보나...
개인으로 온 팀에게 빵도 얻어먹고 기다리니 속속 도착. 신선봉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신선봉 지나고 홀로 온 여자 두명이 내 앞에 가는데 정말이지 잘간다. 나도 죽어라 쫓아가는데 그나마 오르막만 조금 약한것 같다.
배도 슬슬 고파온다. 빨리 마역봉이 나왔으면 좋겠다.
반대편에서 가끔 사람이 넘어 온다.


12:20 마역봉

드디어 마역봉. 오늘 갈 봉우리 중 그중 낮은곳. 여기서 개인팀은 조령3관문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마역봉에서 하산하면 산행이 너무 짧다고 웬만하면 동문까지 진행하고 하산하라는 홍대장.
우리들은 마역봉 옆 갈림길 이정표 옆 공터에서 자리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홀로 온 여성 팀 옆에 앉으니 복분자주도 얻어먹고 과일도 얻어먹고...
지정학적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 복분자주 들고온 분도 남푠과 같이 다닌다는데 오늘은 홀로라고. 늦게 후미팀 인솔한 후미대장 왈, 평소 남푠과는 후미팀이었는데 오늘은 선두팀에 끼었냐고 놀린다. ㅎㅎ
그동안 남푠이 발목을 잡았었나?

점심 먹는 사이 선두 몇몇은 앞으로 내 달리고 선크림 바르고 어쩌고 하는 사이에 비슷한 속도로 오던 사람들도 다 앞서서 가 버렸다. 완죤 후미팀만 뒤로하고 여기서부터는 스틱을 써도 된다고 해 스틱들고 긴 내리막을 내려간다. 눈 쌓인 산에 온몸모드로 기어다니다 허리 굽히지 않고 스틱을 쓰니 정말 좋다. 

마역봉에서 부봉까지 구간은 백두대간 길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부봉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산성 흔적이 보인다.
부봉 올라가기 전 동문에서 동화원으로 탈출 할 수 있다고 한다. 대장은 시간상 여유 있으니 가급적 다 6봉까지 함께 가자 한다.
 
 
동화원 탈출 할 수 있는 동문에서

동문에서 사진 한장 찍고 오르막 올라가는게 군데군데 얼어있다. 이곳에서 죄측으로 가면 주흘산 가는 길이라고 한다.
여기서 부봉 올라가는 곳은 암릉을 기어 올라가야 한다. 밧줄이 매여있는데 군데군데 눈이 남아있고 좀 미끄럽다. 스틱 접어 넣고 겨우겨우 올라섰다. 휴~ 
 
 
부봉 올라가기
 
 
부봉에서

부봉의 조망은 나무가 가려 시계가 썩 좋지는 않다. 바로 앞 무덤이 있는데 이 자리는 햇살 잘 드는 자리라고 한다. 주말만 되면 무덤 주인은 심심치 않을거라 했다.
이젠 6봉만 가면 오늘 산행 끝.
보통 3봉에서 우회하기도 하는데 우리들은 가급적 다 6봉을 타고 철계단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신난다.


6봉쪽. 바라만 보고 결국 가지 못한곳

헌데 돌발상황.
3봉 지나 4봉 가는길이 암릉인데 얼어있고 밧줄은 짧고 아이젠을 해도 얼음이 떨어져 나간단다.
선두 2명은 배낭 벗어놓고 겨우겨우 기어 올라갔는데 올라가면서 쓸려 찰과상을 입었다고....
그걸 보고 겁먹은 남녀 일행의 여자가 못간다고 되돌아 오나보다. 결국 대장은 안전을 위해 넘어간 2명 빼고 다 하산하기로 했다.


결국 못간 6봉 중 3봉의 모습

헌데 부봉을 도로 넘어가는것도 30분 정도 소요되고 시간상 여유가 없을것 같단다. 중간 동화원으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있을것 같다고 대장이 정찰 차 앞서서 진행.
그새 후미팀 이끌고 온 후미대장 도착 해 대기. 처지는 사람들은 동문에서 하산시켰다고.

 
6봉가다 백해서 탈출로에서 연락오길 기다리며...

비탈에 서 있으니 바람이 차다. 돌 지붕 아래에서 기다리려니 대장의 무전. 내려와도 된다고...
백했던 여자 일행이 앞서서 가는데 급경사에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어 온몬산행의 진수를 보여야만 하는 곳. 몇몇 곳에서는 눈썰매 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아무튼 미끄러지고 해서 겨우겨우 안전한 곳으로 내려왔다.
아래쪽은 낙엽송이 쭉 뻗어있는 숲속. 이쪽에 내려오니 산죽이 보인다.


내려가다 보니 동문 갈림길이 나왔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나오니 새재 넘는 큰 길과 드디어 만났다.
6봉을 넘어간 사람들이 한발 앞서서 우리 앞에 가고 있다. 그 사람들도 겨우겨우 넘어왔다고 한다. 우리팀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다리를 다쳐 헬기뜨고 119 출동했다고 한다. 연신 헬기 소리가 들려 이상타 했다.

산책로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길은 다 흙길이다. 예전에 이 길을 걸었고 2년 전 쯤 산계 패밀리와 1관문에 와서 2관문까지 갔다 주흘산 산행을 짧게 한 기억이 난다.
3관문은 정말이지 오랫만이다.
예전에 번창했던 이곳이 터널이 뚫리면서 상권이 죽어버린것 같다. 이쪽 입구에서도 신선봉 가는 등산로가 있었다.




조령 3관문

3관문에서 사진 찍고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가는길은 좀 지루했다. 한참 내려가 산행시간 7시간 꽉 채우고 나니 대형버스 주차장.
오징어국에 밥 말아 먹고 오늘 함께 한 미녀삼총사와 검은콩 막걸리 한잔씩.


주차장에서 만난 백구

밥 잘 먹고 후미 도착해 출발한 시간이 17:15.
버스 주차장에서 차로 5분 정도 오니 우리가 출발한 산행 기점이 나온다.

길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봉고차 함께 타고 온 두 남자. 정말 웃겼다. 한 산악회를 따라 일림산을 따라갔는데 기사가 길을 잘 몰라 전라도로 갈 걸 통영쪽으로 갔다 우왕좌왕하느라 차만 하루종일 16시간을 타고 갔단다. 세상에 별 일이 다 있다. 명색이 안내산행이 등산로 입구를 못 찾는 불상사가....

신갈에 후미대장 봉고차로 갈아타고 바로 안양으로 오니 8시.
평소 관악산, 삼각산 다녀온 시간과 비슷하다.
궁금하던 산 또 하나를 다녀왔다. 이쪽은 회귀산행도 가능할것 같다. 드림팀도 문경쪽으로 길을 나서봐야 할것 같다.

사족-산행 후유증이 있긴 있었다. 설산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몸산악회의 진수를 보였더니 온몸이 쑤신다. 기분좋은 근육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