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산딸나무 드디어 산으로~ (모락산, 11/23)

산무수리 2008. 11. 24. 22:10
'오늘의 노래’-이희중(1960∼ )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균영씨를 기리는 시다. 이만한 반어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 행 ‘울지 않겠습니다’에 도달하면, 어느새 눈이 젖어 있다. “난 절대 울지 않아”라며 “내가 울긴 왜 울어”라고 뿌리치며, 우는, 그런, 무지막지한 울음이 있다.  <이문재 시인>


만나는곳: 2008.11.23 (일) 9:30 평촌 학원가 4거리
코스개관: 계원대후문 모락산 산림욕장입구-사인암-정상-절터약수터-모락산터널-조각공원주차장 ((9:45~11:45)
날씨: 집에 있기 힘든 따뜻한 초겨울의 쾌청한 날
 
 

 

 

 

 

 

 

 

 

 

 

 

 

 

 

 





산에 다니는 사람들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나처럼 호시탐탐 산에 가려고 하는 사람.
정해진 날짜만 가는 사람.
누가 오라고 해야 겨우 가는 사람.
절대로 산에 안오는 사람.

대학 단짝 친구였던 산딸나무는 마음은 산에 오고 싶은데 여러 여건상 산에 한번도 못 온 친구.
등산화, 잠바 등을 구입하고 거의 2년이 되 가는데 드디어 일욜 산에 가자 연락이 왔다. 토욜 무박 긴 산행 후지만 앓아 눕기 전에는 함께 가야 한다 했다.
오후 계론식이 있어 청계산 가고 싶다는데 시간이 안될것 같아 모락산 가자 했다.
산딸나무 남푠은 대학 6년 선배이기도 한데 딸과 둘이 모락산 간적이 있는데 숨소리가 하도 거칠어 딸이 다시는 아빠랑 산에 안 간다고 했다던가?

9시 만나기로 했는데 아침 전화. 30분만 늦추자고...
약속시간에 나가니 걸어 간다더니 차를 가지고 왔다. 시외삼촌까지 함께...
산에 안 간다고 앙탈부리던 나무천사까지 끌고 다섯이 차를 타고 모락산 가든쪽으로 가자하니 그쪽은 경사 가파르고 힘들다고 계원대로 가자는 선배님.

시간이 그래도 이른지 주차장이 널널하다. 차 대고 드디어 입산하는 산딸나무 기념사진 찍고 산행 출발.
외삼촌께서는 모락산 더러 와 보신것 같다. 작지만 배낭도 들고 계시다. 산딸나무는 시모님 눈치가 보여 맨몸으로 왔다. 오늘 배웠다 다음엔 뭘 준비할건지 공부해 간다고....

사실 선배님이 숨차 할것 같아 뒷짐지고 산행 할 줄 알고 장갑도 안 들고온 남푠. 헌데 생각보다 잘만 가는걸?
한고비 올라가 의자에 앉아 쉬긴 하지만 중간에 쉬진 않는다. 3분 가고 3분 쉬고 모드는 확실히 아니다.
더러 산에 다녔냐고 하니 거래처 산행에 간 적이 몇번 있다고.
어쩐지....

산딸나무는 드디어 산에 간다는 기쁨으로 어제 잠도 설쳤다던가?
목욕탕에서 샀다는 들고 온 모자가 마음에 안 들어 내가 준비한 모자, 조끼, 버프로 복장 재정비 하니 보기도 훨씬 좋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 나누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는데 정말 좋았다. 친구가 좋아하니 그 기분이 전염되어 기쁨 2배다.
계단길로 올라가 전망터에 설치한 청계, 백운산 표시를 보더니 우리가 서있는 곳은 어디냐고? (그림에서 어디냐고 묻는것)
바로 발 아래라고 웃기는 남푠. ㅎㅎ

우린 커피 같은거 안 먹냐는 선배님.
좀 더 가서 드시지요. 안 그래도 준비 했사옵니다.
사인암에서 조망하고 사진 찍고 과일을 1차로 먹었다.
드디어 모락산 정상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사진 안 찍는다는 나무천사 끌어다 사진 찍는 산딸나무.
몇년만에 만났는데 어찌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있냐고...

커피는 절터 약수터에서 빵과 함께 먹고 잠시 놀았다.
조금 일찍 왔다면 꽉 찬 가을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가을이 가기 전 친구와 함께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바위 위 밧줄 설치구간을 가는데 산딸나무보다 선배님이 더 겁을 낸다.

차량 회수해야 하므로 원점 회귀산행이지만 최대한 겹치지 않게 코스를 잡았다.
산행 후 먹는 보리밥집도 궁금하단다.
올라왔던 곳에서 조금 더 가 모락산 터널을 건넜다. 천장에 구름 그려져 있는 터널 맞냔다.
맞지...
조금 더 가고 싶었는데 내가 늦을까봐 다들 불안해 해 터널 건너 보리밥집쪽으로 하산.
산행 후 보리밥까지 먹고 끝내야 완성이지만 내 사정으로 집에 내려주고 다음엔 청계산을 가자고 한다.

선배님이 부르기만 하면 내가 시간을 내는 줄 안다. 그건 좀 곤란하다고 하니 그럼 나무천사는 시간 있냐고 한다. ㅍㅎㅎ
산에 함께 가고 싶던 친구와 산에 갈 수 있어 행복했다.
멀리 살지도 않건만 시간 내기 정말 힘든 친구. 종종 산에 함께 가면 좋겠다는 소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