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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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무수리 2008. 12. 26. 23:24
‘조용한 일’-김사인 (1955~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서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긴 불행과 짧은 행복이 갈마드는 것이 삶이다. 못난 사람에게든 잘난 사람에게든 마찬가지다. 그래도 우리 대부분은 자살하지 않는다. 우리는 잠깐의 행복한 시간으로 보상받기 위해 불행한 시간들을 견딘다. 불행의 긴 시간을 참으면서 짧은 행복을 기다린다. 피할 수 없는 그 불행감을 눅이는 길의 하나는 매사에 감사하는 것이다. 작은 일에도 기쁨과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조용한 일’은, 워낙 가만한 시인인 김사인조차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인 어지러운 심사로 시작한다. 그러나 살랑 떨어져 내린 가랑잎 한 장, 그 작은 자연현상에서 화자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세상에 살아 있게 하는, 작은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가만히, 겸허하게. <황인숙·시인>


 

 

 

 

 

 

 

 

 

 

 

문화생활

시한부 백수에 돌입하는 날.
모처럼 친구와 밥이나 먹자 했는데 이왕이면 전시회도 보자고 한다.
뭔지 모르지만 덕분에 그림 감상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12시 덕수궁앞에서 만나 서울시립 미술관에 가는데 덕수궁 담장에는 시위대열이 가득이다.
이 추운날. 보기만 해도 움추러 든다.

전시회장은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들이 많았다.
젊어서 부모님 돈 타 쓸 때는 나름대로 연극, 영화, 오페라, 음악회 등을 부지런히 다녔는데 경제력이 생기고 나서는 오히려 더 멀어진 문화생활.
누군가 함께 가자 해 줘야 가게 되는 이벤트성 문화생활.
그러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아주 드문 일이기에....

방별로 테마가 있고 그 테마 성격에 맞게 그림을 전시한것 같다.
잘 알고 미술책에서 본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의 작품도 제법 여러작품 있었다.
마지막 작가의 작품을 보고는 폭소를....
큰 그림에 야유회 모드에 큰 사자가 배경으로 있고 앞에는 아리따운 여성. 그 여성 주위의 남성들은 유명짜한 화가들를 그려 놓았다.
고갱, 고호, 르노와르......

1층 돈 안 내고 보는 전시실의 한국작가의 작품도 넘의 나라 작품 못지않게 좋았다.
고교때 미술선생님이셨던 황용엽 선생님의 작품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복도와 도록 등을 파는 매점에서 찍었다.
모자가 하도 예뻐 양해를 구하고 사진도 한장 찍었다.

 

 

 

 

 

 

밥 먹기

한번쯤 들어가보고 싶었던 '작은 프로방스'라는 스파게티 집.
조금은 촌스럽고 조금은 따뜻한 분위기.
술 먹는 백성들하고는 절대 올 수 없는 곳.
스파게티 세트메뉴를 시키니 마늘빵, 샐러드, 스파게티, 커피 등이 시리즈로 나온다.
모처럼 스파게티 맛 좋게 먹었다.
차 마시고 적조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이젠 그만 산으로 컴백 하라 하니 곧 산으로 돌아올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청계천 구경이나 할까?

 

 



청계천 산책

밥 먹기 전에는 그다지 추운줄 몰랐는데 막상 밖으로 나서니 도로 춥다. 이래서 청계천 구경 하겠냐?
가다 팥죽이나 먹고 가잔다. 종로3가 까지만 걸어가 보기로 했다. 피차 교통이 그쪽으로 가는게 편할것 같아서...

예년같은 루미나리에는 보이지 않고 간략한 전등시설. 아직 시간이 일러 불이 들어오지 않아 조금 아쉽다.
담에 해 진 다음에 다시 보면 좋을것 같다. 간간히 외국 관광객들이 보인다.
날이 추워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갖지게 걸을 수 있다.
한참 걷다보니 3가를 지나 버렸다. 광장시장에 가 팥죽 먹기로 했다.

팥죽 먹고 한그릇씩 싸고 가다보니 보이는 순희네 빈대떡.
그냥 갈 수 없지?
빈대떡도 한장씩 샀다. 오늘 일용할 양식이 해결되네?
종로 5가에서 전철타고 각자 집으로~

남푠과 만나 친구가 보내준 귤 한박스와 팥죽, 빈대떡 들고 시댁으로.
저녁 얻어먹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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