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할미봉이 궁금해서.. (남덕유산, 12/27)

산무수리 2008. 12. 29. 23:02
내가 나를 바라보니’ - 조오현(1932~ )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가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정호승 투로 말해보자. 먹고 배설하다가 죽어버려라. 알을 슬고 죽어버려라. “폈다 오그렸다” “오그렸다 폈다” 하는 것은 직선적 시간론(혹은 전진적 시간론)이 아닌 그 반대로서 순환적 시간론, 혹은 생태주의적 시간론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폈다 오그렸다, 오그렸다 폈다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것의 영원한 회귀! 반복은 순환론적 생명인식의 토대다. 순환론적 생명인식은 존재론적 생명인식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죽는 것이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찬일·시인>



산행일자: 2008.12.27 (토) 6:45 범계역 출발 (안내산행)
코스개관: 육십령 (10:30)-할미봉-서봉-남덕유산-월성치-황점 (16:10)
날씨: 춥지 않은 날씨 탓인지 겨울산인지 봄산인지 헷갈렸다. 눈이 없는 덕유는 많이 아쉬웠다.
 
2006년 크리스마스 산행시 덕유종주를 시도했으나 컨디션 난조로 서봉까지 갔다 포기하고 하산. 험하다는 할미봉은 얼마나 험한가, 육십령까지는 얼마나 멀까 정말이지 많이 궁금했다.
안내산행에서 육십령부터 남덕유 가는 코스가 있어 신청을 했다. 25일 무박 지리산 종주를 한 나무천사는 안 간다더니 토욜 산행 취소되어 함께 하기로 했다. 몸과 마음이 다 가볍다.

범계역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시청에서 차를 나누어 탄다. 오늘 남덕유에 차 두대가 가는데 한대는 당일대간팀, 한대는 남덕유로 코스는 다 같다.
천안에서 아침먹고 10:30 육십령에서 산행출발.  옆자리의 대간꾼이 스패치를 착용해 나도 했다.
오늘 날씨 춥지 않다. 초장이라서인지 산에 눈이 보이지 않는다. 스패치 괜히 했다 싶다.. ㅠㅠ


멀리 할미봉이 보이고..

할미봉 가는 길은 초장에 완만하다 조금 험해진다 싶은 곳에는 밧줄 등을 설치해 놓았다. 할미봉 올라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내려가는게 문제라고 한다.
아무튼 1시간 채 걸리지 않아 할미봉 정상. 의외로 심상하다. 뭐야...


할미봉에서 육십령 방향의 조망

헌데 조금 내려가니 아이젠 착용하는 분위기. 덩달아 착용했는데 내리막 계단길이 밀린다. 예전 계단이 없을땐 무너져 내리는 길을 밧줄에 의지해서 갔을 험한 길인것 같은데 초장은 급경사 계단길인데 이 계단 끝나고 밧줄 잡고 내려가는 길이 눈이 어중간하게 쌓여 있어 버벅대는 백성들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여기서 조금 서두를걸...


할미봉에서 내려가는 정체구간

내려가는데 남자들 몇몇은 자기들 가기 바쁘다. 오히려 여자들은 내려가 다음사람 잡기 좋게 밧줄을 던져 주는데....

이곳만 통과하고 나니 다시 흙길. 아이젠 빼고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 앞사람도 뒷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눈꽃을 기대했는데 눈 녹은 봄산에 온것 같은 착각. 날씨도 포근하기만 하다.
날씨가 온화해 고생은 안하지만 그래도 하얀 덕유를 기대하고 왔는데 조금 실망스럽다. 

 
교육원 갈림길

향적봉에서부터 올라왔다 교육원 삼거리에서 도중하산 한 곳이 나온다. 우리가 하산한 곳은 이곳에서 조금 더 앞쪽인것 같다. 육십령에서 거의 2시간 거리.
서봉 가기 전 간식을 먹고 헬기장도 지나고 샘이 있다는 곳에 (샘은 보지 못했다) 서 일부가 점심을 먹는다고 해 우리도 이곳에서 누룽지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서봉 가는길

이곳에서부터 서봉까지의 길은 고생을 해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다. 앞에는 왼쪽 서봉 우측 남덕유가 점점 가까워 진다.
이쪽도 응달 내리막은 눈이 있지만 그 구간 지나면 아이젠 하지 않아도 여려움 없이 서봉까지 잘 올라갔다.
나무천사는 작품활동 한다고 뒤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서봉 정상에서

서봉 정상에서 사진 찍고 이젠 남덕유를 향해 출발.
이곳 반대쪽에서 오면 올라설때 많이 힘이 들었는데 반대로 가니 힘이 덜 드는것 같다.


 
서봉에서 남덕유 가는 내리막 계단길

 
남덕유 가는 길의 조망

 
넘들이 버린 패트병 수거하는 부자 팀

계단을 내려가니 경상도 사투리의 부자가 패트병을 줄에 꿰여 매달고 간다. 산에서 버린걸 줍는 거라고 한다. 낸 한몸 끌고 가기도 힘든데 산 사랑에 머리가 숙여진다.
이곳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눈길. 이 눈은 남덕유에서 월성재 가는길까지 쌓여 있었다.

남덕유 가는길의 두갈래길. 왼쪽은 정상 거치지 않고 가는 길. 우측은 당연히 남덕유 정상 찍고 가는길. 남덕유에서의 지리 조망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남덕유 정상에서 영각사 가는 갈림길

 
15:00 남덕유 정상에서

 
정상에서 지리 주능선 조망

정상에서 사진 찍고 하산하는데 후미팀들이 올라온다. 부지런히 하산하는데 시간상 늦어서인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앞도 뒤도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더 바쁘다. 그리고 산에 눈이 쌓여 있으니 산행 하기엔 오히려 좋다.

 


15;40 월성재

드디어 하산할 수 있는 월성재. 시간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삿갓재까지 가서 하산해도 황점으로 내려설 수 있다는데 시간 여유 커녕 이곳으로 하산도 빡빡하다.
그나마 꼴찌는 아닌게 다행이다.
황점까지 하산길은 정말 재미없다. 조금 내려가니 눈이 없어져 아이젠 빼 버렸다.

재미없는 먼지 펄펄나는 길을 거의 다 내려가니 비로소 보이는 계곡. 그나마 물은 마르지 않았다.
16:40. 하산완료. 6시간 10분 소요. 예상 시간보다 10분 더 걸렸다.
꼴지는 아닌것 같다. 밥 줘서 밥 먹고 차에 타고 30여분 더 기다리니 후미까지 다 도착한것 같다.
17:30 출발. 20여분 갔는데 전화. 두명을 흘리고 왔단다.
되돌아가 태우고 오니 30여분 더 지체. 두 차에 인원이 왔다 갔다 하면서 생긴 해프닝.
예정시간보다 늦게 하산하면서 연락 안 한 사람들도 문제지만 사람 수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오는 주최측도 문제가 있지 싶다.

그래도 찻길은 막히지 않았다. 내려올땐 잠이 정말 잘 오더니 귀경길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도 21:00 경 평촌 도착.
오늘도 또 숙원사업 한 개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