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동계 서락 프로젝트 2 (중청~설악동)

산무수리 2009. 1. 21. 11:20

‘전선들’ - 이장욱(1968∼ )


우리는 완고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는 서로 통한다

전봇대 꼭대기에 올라가 있는 배선공이

어디론가 신호를 보낸다

고도 팔천 미터의 기류에 매인 구름처럼

우리는 멍하니

상공을 치어다본다

너와 단절되고 싶어

네가 그리워

텃새 한 마리가 전선 위에 앉아

무언가 결정적으로 제 몸의 내부를 통과할 때까지

관망하고 있다  


단절되고 싶은 그대, 그러나 그리운 그대! 이 자기모순의 실체를 결정적으로 폭로해줄 신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상공을 쳐다보는 구름의 욕망-이 관망이 끝나면 나도 외계의 나를 만나 인터뷰할 수 있을까. 10년 후의 야구장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 시인에게 시간과 공간은 레고 조각처럼 물질화되어 있다. 시인은 그 조각들을 배열하고 배치하여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기다린다. 그대라는 전류가 집도해줄 이 완고함의 감전사를! <신용목·시인>

 

 

 

12시간을 누워 있었다.

산이슬은 뒤척이는걸 봤는데 짱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잠공주인것 같다고 놀렸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크게 코고는 사람도 없고 드나드는 사람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아무튼 자다 깨다 반복하고 자다 더워 잠바를 벗고 잤다.

6시 일어나 어제 먹던 밥을 끓여 먹고 점심에 먹을 밥 대신 보온도시락에 누룽지를 넣고 물을 끓어 넣었다. 이렇게 하면 점심때 쯤 알맞게 불어 먹기에 딱 좋다.

물이 좀 부족해 2L 생수 3천원에 구입.

어제 밥 한 날 본 사람이 식사당번이냐고 왜 혼자 밥 하냐고 한다. 성질 급해 그렇다고 했다.

셋이 밥 먹고 차 마시고 물 끓어 도시락에도 넣고 보온병 2개도 채우고 준비하고 출발한 시간이 7:30.

소장님께 잘 자고 간다 인사드리니 커피 한잔 하라 권하신다. 고맙지만 이미 마셨다고 사양하고 출발.

 

대피소 앞에서 본 여명

 

오늘 날씨는 어제에 비하면 봄날이다. 추위에 단련이 되어서인지 몸이 좀 녹아서인지 훨씬 덜 춥다. 무엇보다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다. 정상에서 일출은 보지 않기로 했기에 그냥 출발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출에 대한 미련때문에 자꾸 정상쪽을 되돌아 보게 된다.

소청 내려가는 길 보이는 달의 모습. 아직도 둥그렇다.

 

소청 가는길의 달의 모습

 

소청에서 본 일출 후

 

소청에서 점점 하늘이 환해지는걸 보고 다시 희운각으로 출발. 우리보다 앞서 몇몇이 공룡을 간다고 출발했다고 한다.

우리 걱정해 주던 용대리 주민께서는 앞에서 자꾸 넘어진다. 아이젠이 좀 부실하다 변명을 한다.

그림자만 봐도 넘어지니 이 미모를 어찌하리... ㅎㅎ

 

희운각 내려가는 길은 봅슬레이장 같다..

 

희운각 내려가는길은 눈이 쌓여있어 더 좋았다. 너덜길을 눈이 덮어주니 평평하고 아주 좋다. 순식간에 희운각 도착.

희운각은 보수를 해 놓아 규모가 커지긴 했는데 수용인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단다. 아무튼 즐겨 밥 먹던 마당이 좁아져 더 답답해진 느낌이다. 이전의 돌담 건물이 훨씬 좋았던것 같다. 잠시 화장실 들려 출발.

우리보다 앞서서 용대리인, 남자 셋은 천천히 오라 하면서 앞서서 갔다.

 

희운각에서

 

희운각에서 공룡 지나 비선대 갈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공룡 가는길 눈이 제법 쌓여 있긴 하지만 러셀이 잘 되어있다. 헌데 오늘 산이슬 배낭이 많이 무거운지 좀 걸음이 처진다. 짱해피가 자기 배낭 가볍다며 도시락, 보온볍을 옮겨간다. 그래도 산이슬 배낭이 제일 크고 무거웠다.

 

대청, 중청이 점점 멀어져가고...

 

공룡에서 내내 보이는 대청과 중청. 그리고 귀떼기 청봉. 조금씩 멀어져가면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해 본다.

오르막 쥐약인 짱해피.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 올라오고 내려오고...

오늘 날씨는 푹한 편이라 다들 옷을 어제보다 한 껍데기 벗고 간다. 간간히 바람이 불면 제법 쌀쌀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제에 비하면 그야말로 봄날이다.

 

 

 

 

 

 

 

 

 

야, 마등령이다~

 

겨울 공룡. 누군가 러셀을 해 놓은 덕분에 편안하게 갔고 눈이 적당히 쌓여있어 길은 더 순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공룡은 공룡인지라 끝날듯 끝날듯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

햇살 따가운 곳은 눈이 녹아 바위가 드러나 아이젠 하고 올라가기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 햇살에 미모는 여지없이 망가지고 눈물, 콧물에 선크림 범벅이 되고..

그래도 겨울 설악은 역시나 좋았다.

점점 멀어지는 대청, 귀떼기. 범봉은 앞모습과 뒷모습을 다 보는 이 기분.

희운각 출발한지 4시간이 채 되지않아 무사히 마등령에 도착했는데 어찌 그리 반갑던지...

 

마등령은 바람이 많이 불어 점심 먹기 적당치 않다. 조금 더 진행 해 비선대 내려서기 전 계단길 위 공터에서 점심을 먹고 선크림 리필 하고 타이머로 사진도 찍고 출발.

계단을 내려서면 바람이 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햇살 따땃하기만 하다. 조금 억울하다...

 

대청이 점점 멀어지고...

 

범봉의 뒷자태

 

동해바다와 달마봉도 보이고...

 

비선대 들어서면 보이는 화채봉. 그리고 점점 가깝게 보이는 울산바위.

그리고 공룡의 속살. 어느 산이던 속살이 더 뽀얗고 고운데 아는 사람만 알고 와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 산행이 조금 더 길고 산행 2일째여서 조금은 힘이 든다. 그래도 무사히 공룡을 넘은 이 기쁨.

금강굴 올라가냐고 하니 두 동상이 다 가 봤다고 안 간단다. 나도 힘들다. ㅎㅎ

 

15:00 드디어 비선대.

 

금강굴에서 비선대 가는길 눈이 거의 없어 아이젠 뺐다 얼마나 식은땀 흘렸는지....

이 구간이 젤로 힘들었던것 같다. ㅎㅎ

무사히 비선대 내려서니 마음이 놓인다. 문제는 너무 일찍 하산을 해 이주니님 퇴근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을것 같다.

잠시 막간을 이용해 이 참에 신흥사도 둘러보기로 했다.

 

신흥사에서...

 

대불만 신흥사인줄 알고 있는 산이슬.

보통 설악동으로 입산하면 신흥사 구경 안해도 관람료 내야 하는데 이렇게 반대로 와서 신흥사 경내를 둘러보니 더 좋다.

우리 앞 역시나 미녀삼총사가 절 구경을 하러 왔는데 복장은 A급인데 목표지점이 신흥사인가 보다. 패션이 아깝다고 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오고 내일은 조금 더 진행을 해 본다고...

서로 서로 사진 찍어주고 기다릴 장소로 권금성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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