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유(臥遊)’ - 안현미(1972~ )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 밤 내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날을 들여다 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
지난가을 당신이 보낸 편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겨울 밤이 물 마른 벼루처럼 먹먹한 한 시절을 끼워놓고 있네요. 가을비에 파였던 뒤꼍 화단에도 어둠이 푸근합니다. 당신은 결국 옛사람이 되지 못했나 봅니다. 내가 끝내 훗날의 그대가 아닌 것처럼. 그러나 이제 지나가는 계절을 이해합니다. 지나간 국화와 지나간 가을비와 지나간 사랑까지. 선반 위에선 국화술이 오래 익고, 나는 훗날의 그대보다 앞서 늙어갑니다. <신용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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