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라는 직업’- 이시영(1949~ )
금강산 시인대회 하러 가는 날, 고성 북측 입국심사대의 귀때기가 새파란 젊은 군관 동무가 서정춘 형을 세워놓고 물었다. “시인 말고 직업이 뭐여?” “놀고 있습니다.” “여보시오, 놀고 있다니 말이 됩네까? 목수도 하고 노동도 하면서 시를 써야지……” 키 작은 서정춘 형이 심사대 밑에서 바지를 몇 번 추슬러올리다가 슬그머니 그만두는 것을 바다가 옆에서 지켜보았다
꼭 체제가 달라서 생긴 일화는 아니다. 이 실리와 효율의 시대에, 어찌 보면 시인은 쓸모 없는 자이다. 그러나 사랑도 그 쓸모 없음의 쓸모로 쓸모를 다하지 않는가! 문인들의 일화를 무심한 듯 그리는 시선은 그렇게 세계의 급소를 통과한다. 나도 한 수 얻었다. -홍대 앞 아구집에서 원로시인이 말했다. “시인은 좀 영악해야 해. 착하기만 하면 못 써.” 나는 “선생님보다는 제가 더 영악한 것 같습니다” 하였다. 내 어깨를 툭 치는 선생의 한마디는 이랬다. “그럼 됐네.”- 제목은 ‘이시영 시인’이다.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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