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시속 600M, 도락산이 고락산으로.. (1/16)

산무수리 2009. 1. 21. 13:06

‘알몸 노래’ - 문정희(1947∼ )


추운 겨울날에도

식지 않고 잘 도는 내 피만큼만

내가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내 살만큼만 내가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내 뼈만큼만 내가 곧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그러면 이제 아름다운 어른으로

저 살아 있는 대지에다 겸허히 돌려드릴 텐데

돌려드리기 전 한 번만 꿈에도 그리운

네 피와 살과 뼈와 만나서

지지지 온 땅이 으스러지는

필생의 사랑을 하고 말 텐데


저 ‘살아 있는 대지’에는 지금 씨앗들이 여물고 있습니다. ‘돌려주는 겸허함’은 훗날의 거름일 터. 추운 겨울을 견디는 동안 당신은 ‘필생의 사랑’을 준비하세요. 지지지 으스러지는 온 땅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곧고 단단한 마음이 부드러운 살 속에 피로 도는 계절! 무성한 숲으로 자라 마지막 부끄러움까지 덮어드리겠습니다. 피와 피가, 살과 살이, 뼈와 뼈가 만나는 황홀! 식지 않는 그리움이 가장 ‘아름다운 어른’이 아닐는지요. <신용목 시인>

 

 

 

만나는곳: 2009.1.16 (금) 8:00 평촌역

날씨: 새벽부터 눈이 내렸다. 중간 눈발이 그쳐 안심했는데 산행 시작 후 조금씩 내리는 눈으로 속수무책의 무한산행이 되다...

코스: 상선암-제봉-정상-채운봉-주차장 (11:00~21:00)

 

 

 

 

 

 

 

 

 

 

 

 

 

 

 

 

 

 

 

 

세일러마가 1월 자기 휴가라고 어디 먼데 놀러가자고 한다. 해외도 좋다고...

해외는 부담되고 가고싶다는 청량산도 너무 멀어 청풍 협찬으로 제천 이에스 리조트 1박 예약 부탁하고 출발하던날.

모처럼 해외여행 안 간 박과일도 함께 따라 나선다고 한다. 운전은 아무래도 산행실력이 월등한 쫀누나한테 부탁.

대신 몸만 오라 했다.

 

네비 떼 달라고 하니 못 뗀다는 나무천사. 아무래도 마일리지가 다 소진된것 같다.

평촌역에서 만나는데 바리바리 짐 싸들고 온 세일러마.

배낭에 옷에 먹거리까지...

산행 안하고 관광모드도 좋다 하지만 2일 씩이나 있으면서 산행을 안하는건 너무 아깝다.

크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면서 예쁜 도락산을 가기로 했다.

9월 산행 경험 거의 없는 하늘, 순한공주도 잘 가던 곳이니 그래도 명색이 산악회 출신인데 어련히 잘 하려고 하면서...

 

새벽부터 눈 내린다고 가냐고 시비거는 나무천사.

일단 출발 해 보고 정 안되면 되돌아온다 했다. 헌데 다른 사람 눈걱정 하지도 않는다.

고속도로 가는데 눈발이 그친다. 다행이다 싶었다.

11시 상선암 주차장에 차 대니 우리밖에 없다. 아이젠 갖고 왔냐 확인하더니 미끄럽다고 조심하라는 관계자.

우리 내리고 차 한대 또 들어와 두사람 산행 준비 하는것 같다.

 

산행 시작하는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고어잠바, 배낭카바 했다. 아이젠은 올라갈 때는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세일라마 오르막은 힘들어 했지만 의외로 암릉은 잘 올라간다. 오히려 걱정도 안한 박과일이 버벅댄다. 세일러마 그동안 몰래 과외한것 아니냐고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

쫀누나는 앞에서 뒤에서 잘 봐주고 있어 아주 든든한 산행 동반자다.

눈 내리니 기대하지 않던 설경까지 보여준다고 다들 행복해 했다.

제봉 가기 전 싸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밥까지 잘 먹었다. 제봉 지나는데 반대편에서 주차장에서 온 2명이 지나간다. 아이젠을 하고 있다.

 

눈은 그치는것 같더니 도로 내리고 날도 어두컴컴해 온다. 그래도 시간상 크게 무리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3시 좀 넘어 무사히 정상 찍고 이젠 하산길. 하산길은 숨차지 않으니 늦어도 7시까지는 하산 할 수 있을줄 알았다.

헌데 웬걸?

암릉에서 속수무책인 두 여인. 아이젠도 못믿고 스틱도 못 믿는다.

조금만 무서우면 무작정 앉아서 기는데 정말이지 마음이 답답해 온다.

오늘따라 산행 짧다고 랜턴도 빼놓고 왔는데 이러다 해 지면 어쩌냐 슬슬 걱정이 되는데 걱정하는 체도 할 수 없고...

시간이 늦어지면 좀 서둘러 줄 줄 알았는데 주최측을 너무 믿나 갈수록 걸음이 느려만 간다.

 

날은 어둑해 오고 눈은 미끄러워 지는데 속력은 갈 수록 늦어지고 청풍은 어디냐고 전화 오고....

아무리 해가 지고 어두워져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두사람. 특히나 박과일은 밤눈이 어두워 해가 져 오니 거의 반 장님.

눈때문에 미끄럽기도 하지만 그나마 눈이 있어 해가 꼴딱 졌는데도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날씨도 추워지지 않아 구조대 부르지 않을 수 있었다.

 

나도 두번째 산행인데 해가 지니 길이 좀 염려가 되 혼자 오르내리고 생쑈를 하고 마지막 다리를 보니 이젠 정말 다 온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청풍은 콘도에서 기다리다 못해 상선암에 와 있다 전화가 왔다.

9시 죽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구조대도 부르지 않고 무사 하산 완료.

쫀누나가 뒤를 봐주고 잘 다둑거려 주었다. 나도, 두 여인들도...

 

싱선암 출발해 콘도 가는 길도 군데군데 살얼음판.

하마트면 미끄러워 사고 날 뻔 했다.

소심운전으로 가다보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10시 넘어 콘도 도착.

두 여자 바지는 그야말로 흙범벅.

 

그 와중에 저녁밥 해 준다는 세일러마.

해물전까지 부쳐 삼겹살에 오뎅국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하산주는 쫀누나표 와인.

길 미끄러운걸 보더니 박과일 조차 청풍 자고 아침에 출근하라 잡는다.

청풍 침대있는 공주방에 재우고 우리 넷은 한방에서 합숙.

 

오늘의 반성

따라온 사람이야 무슨 죄가 있으리.

수준에 맞게 코스안내를 했어야 했는데 내 욕심으로 이곳에 와 눈 온 날씨를 감안하지 않은 내 죄가 크다.

따라온 사람은 몸고생, 끌고 온 난 마음고생.

이젠 등산 매니저 노릇도 그만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