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남도답사 산행 2 (장흥 천관산, 2/16)

산무수리 2009. 2. 21. 18:14

좋은 일이야/이성부

산에 빠져서 외롭게 된 그대를 보면
마치 그물에 갇힌 한 마리 고기 같애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를 움켜쥐고 
스스로 몸을 던져 자유의 그물에 갇힌

그대 외로운 발버둥
아름답게 빛나는 노래 
아름답게 아주 잘 보이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빠져서 
갇히는 것은 더더욱 좋은 일이야
평등의 넉넉한 들판이거나
나를 꼼꼼히 돌아보는 일
좋은 일이야
갇혀서 외로운 것 좋은 일이야

 

 

 

날씨: 어제 간간히 내리던 비는 그쳐 조망이 제대로 보임. 추운 날이지만 따뜻한 남쪽나라인지라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음.

코스개관: 천관산휴양림-지장봉-환희대-정상(연대봉)-환희대-구정봉-휴양림 (7:50~11:30)

 

잠 잔 순서대로 일어나는것 같다. 역시나 부지런한 산이슬이 일어나 아침을 하고 난 젤 늦게 일어났다.

아침을 넉넉하게 해 1시 퇴실이라 하산 해 점심 먹기로 하고 도시락은 생략.

회진항에 들러 팥죽 먹는 스케줄이 잡혀 있지만 팥죽은 간식으로 먹기로 했다.

  

등산로 초입에 있는 제각

 

등산로는 휴양림 뒷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나온다. 제각이 보이고 제각 앞길 대나무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길은 푹신하고 정말이지 좋다. 

보통 장천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휴양림에서 시작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라고. 그리고 천관산의 하이라이트는 다 볼 수 있다는 여산의 말. 다들 초행이니 믿을 수 밖에....

 

먼지 안나고 깨끗하고 푹신하고 정갈한 등산로

 

정말 좋다. 길도 순하고 조금 올라가니 바다가 보인다.

오늘 조망 좋을것 같은 예감.

 

바다가 보이고...

 

아침 햇살에 금빛으로 물든 바다

 

예전 산계 패밀리와 강진, 해남 산행 후 대장님이 홀로 떨어져 장흥 천관산, 고흥 팔영산 산행을 하고 오신다고 해 궁금하면서도 많이 부러웠다. 그 시절엔 산행 정보는 '산'지가 최고였다.

숙원사업 중 하나인 두 산을 갈 수 있는 이번 남도여행.

천관산은 억새가 좋은건 알고 있었지만 억새가 스러진 이 겨울인데도 산은 정말잊 멋졌다.

 

멀리 사람 얼굴같은 기묘한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장천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

 

장천재에서 올라오는 길을 거리도 길고 급경사로 계단이 바로 아래 보인다. 이쪽 바위들도 모양이 멋지지만 휴양림쪽 능선이 훨씬 아름답다고...

여기서보니 건너편 아주 완만한 능선이 보인다. 정상 가는 길이라고 한다. 아주 편안해 보이는 길인것 같다.

 

반짝이는 아침바다도 보이고...

 

왼쪽 정상으로 가는 완만한 능선길

 

가까이서 보이는 얼굴모양의 바위

 

환희대에서 보이는 능선의 모습들

 

환희대 가기 전 성주봉의 바위도 멋지다. 환희대엔 바람이 제법 거세다. 오늘 날씨가 춥다더니 남쪽지방인데도 이 정도 바람이 보니 추운 동네는 장난이 아닐것 같다. 우린 추위 피해 잘 내려온것 같다.

환희대에서 정상 가는 길은 어금니같이 가지런한 모습. 양 옆은 스러진 억새가 지난 가을의 흔적을 보여준다.

날 보고 치과 치료 받더니 치아로 보이냐고 놀리는 산이슬. 그러게....

 

천관산 정상. 뒤의 제단 같은 곳은 조망을 볼 수 있는 곳

 

정상에 가니 바람이 제법 차다. 전망대 아래쪽은 그나마 바람이 덜 불어 이곳에서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고 하산시작.

 

도로 환희대까지 백했다 얼굴모양 바위쪽으로 하산

 

어느 능선을 가도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여산 말로는 이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제법 험해 막아놓을까 염려를 했는데 험한곳은 우회할 수 있게 안전하게 길을 새로 낸것 같다. 이전 산에 와 본 사람은 좀 싱거울지는 몰라도 조망을 볼 수 있게 전망대 등의 안내는 잘 해 놓았다.

우리가 올라왔던 능선을 반대편에서 건너다보니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내려온 능선을 전망대에서 되돌아보니...

 

하산길도 길지 않아 더 좋았다. 곧 임도가 나오고 휴양림이 보인다.

통나무집에 돌아와 밥 먹고 설것이 하고 짐 챙기고 나와도 1시가 채 안 된 시간.

널널하게 나오면서 임도를 차로 오는데 정자가 두군데 보이고 이곳에서도 휴양림 뒷산 가는 길과 계곡으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다.

잠시 정자에 올라가보니 세상에나 동백숲이 장난이 아니다. 아직 피크는 아니지만 만개하면 정말이지 아름다울것 같다.

가을 억새만 좋은줄 알았는데 진달래도 의외로 많다. 이 겨울에는 동백이 있고 봄에는 진달래, 가을엔 억새. 그리고 사시사철 볼 수 있는 바위와 바다~

뭐 하나 버릴게 없는 정말 멋진산인 천관산에 반해 버렸다.

 

임도에 정자 두군데가 마주보고 서 있다. 둘 다 동백숲을 볼 수 있는 조망처

 

정신 차리고 팥죽 먹으로 회진항으로 나섰다.

곽재구 포구기행에 회진항 팥죽집이 나와 궁금하던 곳이었는데 여산도 몇년 전 이곳에 와 봤는데 팥죽 반찬으로 게장이 딸려나온단다. 값도 2천원이었다고....

 

회진항에서

 

헌데 회진항에 오니 팥죽 할머니는 그새 돌아가셨고 그나마 다른 사람이 하는 팥죽집은 천원이 인상되었고 오늘은 장날이라 그나마 맛도 볼 수 없다고 한다.

연신 속았다고 한탄인 나무천사.

할머니 돌아가신걸 자식보다 더 애통해 한다고 웃는 산이슬. ㅎㅎ

 

매생이냐고 하니 감태라고...

 

이곳에서 감태 손질이 한창이다. 이 감태는 TV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감태에 양념을 한 '감태지'라고 한다. 한병에 만원이라고 해 사서 셋이 나누었다.

바다 내음이 나는 감태지를 샀다. 몸에도 아주 좋을것 같다.

강원도에 정동진이 있듯 이곳 장흥에는 정남진이 있다고 해 여기까지 또 오겠나 싶어 찾아가는데 네비가 안내하는 길이 영 이상하다. 그냥 통과한다고 가는데 또 나타나는 정남진 이정표.

결국 찾아갔다. 헌데 별건 없었다. 건너편 바다에 새로 놓은 다리를 물어보니 소록도를 연결하는 녹동대교라고...

 

 

정남진에서...

 

잠시 내려 사진 한장 찍고 고흥 가는 길에 보성 뭔 학교에 들렸다 간다고 한다. 무슨 효소 등을 살 수도 있다는 여산의 말.

가는길 길가에서 딸기도 한바가지 사고 벌교 시장에 들려 노래하던 꼬막을 만원어지 샀는데 생각보다 값이 비쌌다.

내일 미역국 끓여준다고 산이슬은 굴까지 샀다.

뭔 학교는 물어물어 돌아돌아 겨우 찾아가보니 '아침이슬'이라는곳.

이곳에서 책자도 얻고 여산은 효소를 나서 산이슬한테 선물하고 우리는 조청을 사 준다.

이런거 받아도 되는건가?

 

이젠 팔영산 휴양림만 찾아가면 되나보다. 휴양림에서 전화가 왔다. 어디쯤 오냐고...

휴양림은 능가사 쪽이 아니라 뒷쪽에 위치했는데 올라가는 길이 어찌나 급경사인지 초보 운전자는 살 떨릴것 같다.

오늘 숙박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단다.

국립이 아닌 도립인 이 휴양림은 염려와는 달리 따뜻하고 외풍도 없었다.

이불도 모자란다고 하니 더 갖다 주었다.

 

교대로 씻으면서 삶은 꼬막을 까는데 다른 조개와 달리 꼬막은 입을 벌리고 있지 않다.

온갖 종류의 칼을 동원해 까는데 정말이지 자존심이 무지 쎈 조개였다.

살때는 적어보였는데 까려니 꽤 시간이 걸렸다.

고흥 막걸리와 함께 꼬막을 먹고 휴양림에서 얻은 책자로 내일 갈 팔영산과 고흥에 대한 공부하기.

 

어제 너무 일찍 자 잠 제대로 못 잤다는 여산. 오늘은 제발 9시 뉴스 좀 보고 자자고 하는데 9시 넘으니 두 남정네 또 잔다 자...

오늘도 10시 못 넘기고 불끄고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