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지리산 조망명소 산행 1 (구례오산, 하동 형제봉 활공장, 2/25)

산무수리 2009. 2. 28. 12:51
‘최첨단’ - 문인수(1945∼ )


그래, 그것은 어느 순간 죽은 자의 몫이겠다.

그 누구도, 하느님도 따로 한 봉지 챙겨 온전히 갖지 못한 하루가 갔다.

꽃이 피거나 말거나, 시들거나 말거나 또 하루가 갔다.

한 삽 한 삽 퍼 던져 이제 막 무덤을 다 지은 흙처럼

새 길게 날아가 찍은 겨자씨만 한 소실점, 서쪽을 찌르며 까무룩 묻혀 버린 허공처럼

하루가 갔다. 그러고 보니 참 송곳 끝 같은 이 느낌, 또 어디

싹트는 미물 같다.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첨예하다.

오늘은 두 번의 돌부리를 만났고 세 번의 소나기에 젖었다. 시간의 난간 앞에 송곳처럼 내몰리는 순간의 첨단들. 그 끝에서 나의 실족은 무죄이므로, 조여 오는 늙음에 무고를 묻겠다. 피고지는 꽃에 말하겠다. 멀리 나는 새에 이르겠다. 세월조차 한 봉지 수북이 챙겨놓은 저 알뜰한 봉분 죽음을 찾아가라고. 여기는 또 송곳 끝 미물로 싹트는 벼랑일 뿐. 그래 하루가 갔다. 그러나 내일은 오는가. 자고 나면 언제나 오늘인 이 하루의 난간들!

 

일정: 2/25 (수) 6:40 평촌출발-남원 터미널에서 산이슬 합류-구례 오산-하동형제봉활공장-성제봉-온천장모텔1박

        2/26 (목) 하동 금오산-사천 다솔사-봉명산-인월 지리산 콘도 2박

        2/27 (금) 함양 금대암-금대.백운산-금대암-고담사-함양 터미널 산이슬과 이별-평촌 (16:40)

날씨: 첫날 비가 좀 내리는것 같더니 시간이 늦을 수록 날이 좋아짐.

3일 내내 지리를 눈 시리도록 본 행복한 남도 여행길

 

지난주 남도여행을 마치고 오면서 여산 왈, 하동의 온천장 모텔을 얼굴 잊기 전에 가야 겠다고 한다.

우리도 같이 가면 안되?

여산 여행철학도 자원방래자는 막지 않나보다. 하긴 홀로 가고 싶으면 말 안하겠지...

나무천사는 못 온다고 해 드림팀 셋만 가기로 하고 잡은 날짜.

헌데 여산 금욜 저녁 음악회 예약을 해 놓아 이날은 점심때 귀경해야 하는데 괜찮냐고...

 

6시반 여산 평촌에 와 아침 먹고 출발. 산이슬은 남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는길 여산 휴게소에서 기름 넣고 남원에 가니 산이슬 도착시간과 거의 맞는다.

고속터미널에 가니 시외버스 타고 온단다. 터미널 바로 근처 절이 눈에 뛴다. 보물이 있다고...

일단 산이슬 만나 함께 선원사로... 

 

남원 선원사. 법당의 철불이 보물이라고...

 

큰 절은 아닌데 법당, 단청을 보니 오래된 절인것 같다. 철불을 잠시 뵈었다. 법회가 있는것 같다.

구례 오산 가기 전 산수유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한다.

헌데 가기 전 보이는 절 이정표를 보고 차를 돌려 들렸다 가자고 한다. 

 

의외의 발견. 용담사 마애여래 입상

 

고려시대의 절이라는 용담사는 마애여래 입상과 7층 석탑 등이 있다. 법당은 최근에 새로 지은것 같다.

이곳 바로 옆 정자를 보러 가다 진입로를 찾지 못해 물 건너에서 사진만 찍고 다시 출발. 

산수유 마을 가는 길에 수락폭포를 보여준다는 여산. 

 

수락폭포

 

수락폭포는 겨울 갈수기인데도 물이 흐른다. 이곳은 여름철 유원지인것 같다.

산이슬이 싸 온 찰밥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여산은 좀 맘에 안 들어했지만 아무튼 밥과 나물은 맛 좋았다.

자 이제 구례로 출발~

 

작년 봄 구례 오산의 사성암을 차로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비가 내린 날씨라 조망이 완전히 꽝이었는데 여산도 이 절은 몇번 왔어도 정상은 안 올라갔다고...

오산 산행길은 여러군데인데 우리들은 젤로 짧은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사성암 올라가는 포장도로는 일반 차량은 통행제한을 한다. 이곳을 조금 지나 주차장,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 오산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

여기도 초장 포장도로 올라가다 곧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많지는 않지만 너덜이 여기저기 보이고...

 

차를 대고 올라가는데 왼쪽에 보이는 '장흥고서예실'

아니 장흥고가 어디인데 서예실이 여기에? 그리고 서예부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가까이 가서 보니 '장흥 고씨 제실'

장흥의 매력에 아직 깨어나지 못한 후유증인것 같다는 산이슬. ㅎㅎ

 

사성암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는 아니지만 계속 오르막이다. 반쯤 올라가니 경사가 조금 완만해 진다.

30여분 올라가니 사성암이 나왔다.

헌데 오르막부터 디카가 또 작동이 되질 않는다. 에이 짱나...

사성암 구경 하고 바로 위 활공장에 올라갔다.

활공장에서 10분도 안 걸리니 나오는 오산 정상. 

 

 

 

오산 정상에서

 

정상에서 멀리 지리가 보일듯 보이지를 않는다. 

혹시나 해 디카를 막 두들겼더니 살아났다. 맞아야 정신 차리는거 맞나보다.

정상에서 한참 놀고 사진 찍었다. 간식도 먹었고...

이곳에서 계속 진행하면 오산를 제대로 탈 수 있는것 같다. 날보고 그쪽을 하산해 택시타고 오라고 놀리는 여산.

마음 같아서는 정말 그러고 싶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사성암 

 

사성암 바로 위 오산 활공장에서

 

최단코스로 다녀왔는데도 놀며놀며 가서인지 2시간반이나 걸렸다. 하긴 일찍 숙소에 가면 또 뭐하나...

이쪽만 오면 형제봉 활공장 이야기를 하는 여산. 헌데 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데다 조망이 나쁜날 가면 꽝이라고 한다.

오늘은 조망은 크게 기대할건 없을것 같단다. 하도 여러번 들어 가보고 싶다고 했다.

여산 차 비스토로는 좀 무리가 되지만 일단 가 본다고...

헌데 활공장까지의 거리가 10K 가 넘고 차는 스틱.

급경사 오르막과 꺾어지는 길. 자칫 앞에서 차가 오면 더 대략난감이고...

 

손에 땀을 쥐어 가면서 머리를 천장에 부딪쳐 가면서 꺼이꺼이 올라갔다. 큰 오토바이 두대가 내려온다.

여름에 갔을땐 비때문에 큰 바위가 길을 막아 되돌아 온 적 있어 여산도 한번 밖에 못 올라가 본곳이라고...

이런곳을 어찌 알았냐고 하니 형제봉 올라가는 길을 물어보니 현지인께서 활공장으로 차로 올라가라 했다고...

30분 정도 걸려 시속 20K 를 넘지 못하고 무사히 군데군데 비포장 길을 겨우겨우 올라갔다. 그나마 활공장 위로 올라가는 곳은 경사가 완만해 좀 덜 무서웠다.

 

활공장에 나라힌 위치한 쌍분. 참 좋은 곳에 터를 잡은것 같다 

 

멀리 지리가 봉우리 끝만 살짝 보여준다...

 

형제봉 활공장. 무슨 분화구 같은 느낌.

사방이 트여있다. 조망은 다는 아니지만 그나마 일부는 보여주어 아쉬운대로 조망미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우리도 뛰는 사진을 찍고 싶어 나름대로 뛰는데도 발이 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도 남자라고 여산은 한방에 펄쩍 뛰어 오른 사진이 아주 멋졌다. (여산 카메라로 찍었음)

한참 놀다 그냥 하산하기엔 형제봉도 궁금하다. 아직 해도 중천이고...

여기서 형제봉은 가보지 않았다는 여산. 그래서 30분만 갔다 되돌아 오기로 하고 형제봉을 향해 출발. 

 

활공장에 세워져있는 형제봉 안내도 (거리는 나와있지 않다)

 

형제봉 가는길은 걷고 싶은 오솔길. 조금 가다보니 오르막이 있고 길이 좀 질긴 했다. 헌데 형제봉 정상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형제봉 정상에서 건너편 형제봉이 또 보였다. 시간상 저기까지 가도 될것 같다고 한다. 정상석은 그쪽에 있다고...

정상석에는 '성제봉'이라 적혀있다. 뭐가 맞냐고 하니 남도에서는 형을 '성'이라 부른다나?

헌데 형을 한자로 '성'으로 적으면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아무튼 두 형제봉이 나란히 바라보는 모습이다.

 

 

 

형제봉 정상석에서

 

아무도 없는 형제봉 정상 사진 찍고 (어찌 되었던 1일 2산?) 활공장에 되돌아 오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날이 아까보다 좋아져 혹시나 해 활공장에 다시 올라가니 세상에나 지리 천왕봉이 아주 적나라 하게 다 보인다.

우와~

작가 신나서 사진 찍느라 바쁘고 덩달아 모델들까지 기분 좋아 여기저기 사진 찍고 한참을 놀았다.

 

 

 

 

  

 

활공장에서

 

신나게 사진 찍고 찍히고 뛰고 놀고 내려오는데도 20분 정도 걸렸다.

오늘 묵을 온천장 모텔에 가니 기억하고 있다 반겨주신다. 단골이라고 싸게 받으셨다.

이곳이 세상에서 젤로 좋다는 여산.

좋아하는 온천까지 함께 운영해 투숙객은 무료 목욕인데다 주인장과 친해 내실에 올라가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방 키 받고 일단 목간통 문 닫기 전 목욕을 하기로 했다.

헌데 여탕은 아무것도 안준다. 그 벽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여탕은 수건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집에 가지고 가신 우리집 수건 돌려주세요.' ㅎㅎ

 

산이슬이 먼저 씻고 올라가 밥을 앉혀 놓는다고 방 키를 달라고 해 라카 열쇠를 주었는데 그냥 나가 버렸나보다.

옷을 입을 수 없어 한참 기다리다 할 수 없이 카운터에 연락해 산이슬이 쫓아 내려왔다.

키를 놓고 나갔는데 내가 본 줄 알았다고...

생 쑈를 하고 해 놓은 저녁밥과 김치찌개 잘 먹고 설겆이 해 놓고 방으로 와 오늘은 그래도 9시 넘어 잠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