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여산 사진으로 본 고흥 팔영산 (2/17)

산무수리 2009. 2. 28. 10:41

‘햇살의 經文’ - 이정록(1964~ )


날고 싶은 것들이 죽어 흙이 되면 기왓장으로 태어난다

절 마당 가득한 저 기왓장들은 곧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새를 꿈꾸던 영혼의 깃털마다 가족 이름과 골목길 복잡한 주소들이 적혀 있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갈비뼈 뒤편에 업장을 서려 물고 있는 것이다

날고 싶던 것들의 극락왕생에 낙서하지 마라

목어처럼 텅 빈 새의 뱃속에 알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법당 문이나 환하게 열어젖혀라

그리하여 그 새 똥구멍으로 들이치는 찬란한 햇살에 눈이나 부비거라


이 세계를 살며 우리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그 소망이 우리를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인가. 마침내 마지막 육신에는 어떤 오해가 기록될 것인가. 기어이 그 오해를 안고 우리의 소망은 햇살 아래 찬란할 것인가. 두둑한 넉살로 가득 찬 시인의 전언은, 그러나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자, 어디 한번 눈 부비고 보거라! 당신의 욕망이 타인의 소망을 더럽히고 있지는 않은지. <신용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