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렇게 글썽인다고’ - 권혁웅(1967~ )
강물이 오래 흘러왔다고 말할까
흐르면서 제가 아는 빛이란 빛은 다 깨부수어
제 몸에 섞었다고 할까
젖꽃판 사이에 얼굴을 묻고 흘렸던 그의 눈물이
종지(終止)도 휴지(休止)도 없이 이어져
저렇게 복리로 불어났다고 말할까
아니면 어떤 작은 입이 오래도록 간절히
저 강의 이름을 불렀다고 할까
단추를 풀고 후크를 끄른 채
울음소리를 찾아 여기까지 왔다고 말할까
제 안에 갈아 넣은 사금파리 때문에
오래 젖몸살을 앓아 왔다고 할까
그래서 저렇게 글썽인다고 말할까
강물에 입을 헹구면, 깊은 속까지 환하게 아팠다. 때로 강물은 나무와 나무의 푸른 가지 사이에 걸려 있었고, 느닷없는 허공 중에도 한 줄기 걸쳐져 있었다. 어느 날에는 불꺼진 새시 창으로도 범람하던 강물! 그 강물을 바라볼 때마다 안구를 베었던 시절이 있다. 빛나던 기억은 왜 모두 사금파리 뾰족한 날을 가지고 흘러가는가. 문득 손을 짚으면 여지없이 살 속에 별이 뜬다. <신용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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