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내 나름대로 후회없이 동마를 뛰다 (3/15)

산무수리 2009. 3. 15. 20:52
無言으로 오는 봄/朴在森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혀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그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

 

 

 

 

 

 

 

 

 

이 사진은 털보님이 찍어주신것

 

오늘 동아마라톤 뛰는 날.

어제 놀토인데도 산에 못가 노느니 미모관리 하기로 하고 지붕개량까지 했다.

이런 날 보고 한 친구 왈 마라톤 한다면서 웬 미모관리냐고 누굴 홀리려고 그러냐고... ㅍㅎㅎ

늦장 부리다 서울역에 가니 시간이 촉박하다.

화장실에 들렸다 남푠 버리고 시청에 도착하니 털보님 전화.

같은 D 그룹이다. 짐 맡기는 곳에서 만나 사진 한장 찍고 짐 맡기고 출발장소로 이동.

올 동마부터 5시간 이내 완주기록이 있어야 참가할 수 있다는데도 사람은 별로 줄어든것 같지 않다.

광화문 일대는 공사하느라 파헤쳐 놓고 벽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아 좀 많이 어수선하다.

날씨가 추웠다 풀리는 날씨라 고민하다 얇은 긴팔과 긴바지를 입기로 했다.

어차피 빨리 뛸것도 아니니까...

털보님이 팔에 붙여 온 페이싱 표는 4시간 10분.

원래 목표는 -4 인데 시간을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되 10분 걸로 해 왔다고...

 

조금 썰렁하긴 했지만 비닐옷 입지 않아도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고인돌 복장의 웃통 벗은 오빠를 보고 다들 웃었다. 속으로는 음애 기죽어 하면서...

출발 직전 불안해 화장실 다녀오고 나니 우리 그룹이 앞으로 나간것 같아 헐레벌떡 출발점에서 출발.

작년처럼 넘어지지 말아야지....

뛰기 아주 좋은날 같다.

 

남대문 옆으로 돌아 시경에 가니 2K. 을지로 짧게 돌고 청계천 도는길. 정말 길고도 길었다.

청계천 반환점 돌고나니 뒤에 꼬리를 물고 오는 사람들. 내 뒤에 아직은 사람이 많다는게 위안이 된다.

털보님은 계속 내 페이스에 맞춰 뛰어준다. 나때문에 처지면 안되니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

출발 전에는 왼쪽 발목이 아팠는데 막상 뛰어보니 오른쪽 발목도 아프고 오른발에 물집이 생기는것 같다.

아직 하프도 가지 않았는데 물집이 너무 빨리 생긴다. ㅠㅠ

 

청계천 겨우겨우 지나고 종로에 들어섰는데 앞에 차회장이 가고 있다.

날씨에 비해 옷을 너무 따뜻하게 입은것 같다. 인사하고 헤어졌다.

헌데 길 가장자리에 개에 배번까지 붙여 주인과 함께 뛰고 있다. 내 앞에서...

다들 개를 보고 웃고 난리가 났다. 헌데 개는 소변을 자주자주 보느라 뒤쳐졌다.

뛰면 더워지는데도 잠바 벗지 않고 뛰는 사람들 참 대단하다 싶다.

어떤 사람은 위, 아래 옷을 허리에 묶고 목에 걸치고 뛰는 사람도 있다. 맨 몸도 힘드는데....

주로의 사람들은 큰 변화가 없는것 같다. 추월 하나 싶으면 추월 당하기도 하고...

 

동대문 지나고 하프 지점 지나고 나니 조금씩 힘이 빠진다. 물집도 이젠 피크인가 보다. 따가움이 짜릿할 지경이다.

헌데 어느 순간 통증이 가셨다. 터진것 같다.

그래도 다리엔 쥐 안나고 팔도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무릎도 잘 견뎌준다.

오른발만 잘 버텨주면 그럭저럭 완주를 할 수 있을것 같다.

물 마시고 간식 두군데 먹고 하는 가운데 4시간 10분 페매를 추월한것 같다.

잠실대교 가기 전 애주가에서 함께 첫 풀을 뛴 홍당무가 응원을 나와 주었다.

한 아저씨는 잠실대교 주문을 외우면서 간다. ㅎㅎ

이번 동마는 유난히 응원을 많이 나온것 같다. 특히나 단체 동호회에서...

 

잠실 지나고 롯데월드 앞에서 철리마 애마부부님이 매실청 꿀물을 주신다.

한모금 먹고 힘내 얼마 남지 않은 구간을 후회없이 뛰어야 겠다.

털보님은 35 지점 지나니 날 버리고 앞서서 가는데 끝까지 못봤다.

드디어 운동장이 보이고 남푠을 보았다. 운동장 한바퀴 남은 힘을 짜내 막판 열씨미 뛰었다.

드디어 골인~

생각보다 기록이 좋은것 같다. 기록단축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골인지점에 들어가니 털보님이 계시다.

신기록 냈다고 역시나 좋아 한다. 둘이 35K 까지 동반주를 해 털보님은 초장 오바페이스를 하지 않았고 나도 연습량에 비해 페이스를 빨리 뛰게 되었다. 윈윈 작전 완전 성공인것 같다.

짐 찾고 남푠도 만나 셋이 애주가 텐트에서 맛있는 육개장과 전, 김치찌개, 수육등을 배부르게 먹었다.

20K 지점부터 출출했서 그런지 밥 한그릇을 다 먹었다.

 

애주가에서는 249 도 나왔고 -3 주자도 몇 나왔고 여자 -4도 새로 나왔다고...

나도 나름대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연습 안하는것 치고는 잘하는거라고.

건달님 왈 산에 다니는 기본이 있어 그렇다고 하니 꺼비님 왈 기본은 맥주 셋에 안주 하나가 기본이라나? ㅍㅎㅎ

 

털보님 가고 남푠과 우리도 2시경 퇴장.

오는 길 목간통에 들렸다. 오른발은 물집이 생겼다 터져 신발도 피에 물들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