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근데
지금은 완주해도 발목 괜찮아?
아껴야 산에도 가지.
이해가 좀 덜되는게 산에 오르면 힘들어도
산도 보고 나무도 보고 다람쥐도 보고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즐거운데
4시간 이상 뛰기만 하면
아무런 즐거움이 없을거 같은데
그렇다고 무슨 생각할 겨를도 없을테고.
근데 왜들 그렇게 뛰는지 알려줘.
뭐가좋으니?
글쎄 왜 뛸까?
나도 내가 왜 뛰나 생각해 봤어.
특히나 풀 대회를 앞두면 스트레스가 슬슬 몰려온다.
괜히 발목, 무릎도 아픈것 같고 아무튼 마음이 복잡하다.
결국은 스트레스 때문인것 같다.
스트레스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인것 같더라구.
나이 들어서 제일 슬픈건 아무도 아무데서도 날 불러주지 않는다는것.
스트레스를 줄 상대도 없고 받을 상대도 없다는것.
헤어진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이 잊혀진 여인이라는 말이 조금은 알것도 같아.
스트레스가 있다는건 아직 난 삶속에서 주체로 살아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
물론 감당 못할 만큼의 스트레스는 중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죽음까지 불러오겠지.
하지만 감당할 만큼의 스트레스는 그 나름대로 활력소인것 같아.
메이저 대회는 몇달 전 대회신청을 마감해.
자연 스트레스 받는 기간이 아주 길~지.
스트레스를 이기는 길은?
연습해야지.
한달에 적어도 100K 이상은 뛰어야 힘이 덜들거든.
주 2~3회 정도는 뛰어야 하고 대회 3주 전 하루에 30K 정도 뛰어야 대회날 심리적 부담이 적지.
결국 긴~ 스트레스를 돈 주고 사는것 같다.
대회에 참가비가 3만~4만원 정도.
기념품도 준다.(티셔츠나 가방, 츄리닝, 선글래스, 모자...)
어느땐 기념품에 눈이 어두워 신청도 해. ㅎㅎ
약속이 없는 날은 퇴근 후 10 K 전후로 뛰고 일부만 전철타고 퇴근을 해.
이런날은 운동화에 등산바지, 배낭을 매고 출근해야 해.
좀 거시기 하긴 하지만 집에 들어가면 나오기 싫거든.
그래서 등산복도 출근용, 산행용이 따로 있어.
출근용은 새옷이고 낡으면 등산용으로 되는거야.
뛸 때 아무 생각이 안난다고?
천만에, 별 생각이 다 들지.
4시간 넘는동안 무슨 생각은 안나겠냐?
반성도 하고 결심도 하고 친구 생각도 하고 가족 생각도 하고...
경치 좋은곳을 뛰면 기분도 좋고 행복하고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면 기운은 빠지지만 기분은 업되지.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는 그 즐거움, 뛸 수 있다는 행복감.
막상 걷고싶다는 유혹을 물리치고 골인 지점에 들어가면 내 자신이 참 대견하다 싶어.
거기다 기록단축의 보너스까지 있다면 기쁨 두배?
결국 마라톤은 고통의 미학인것 같아.
주로에서 보면 정말이지 뛰게 안 생긴 사람들 정말 많다.
헌데 신체조건, 나이, 성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결국 주로에서는 연습량에 따라 즐겁게 뛰냐 고통스럽게 뛰냐가 결정되는것 같다.
타고난 신체조건이 좋은 사람은 연습 적게 해도 물론 기록이 좋긴 해.
하지만 마라톤만큼 정직한 운동은 없는것 같아.
헌데 그게 참 위안이 되.
천천히지만 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실은 행복이지.
일단은 몸이 아프지 않아야 하고 먹고 사는 걱정 없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뛸 마음도 나는거고...
등산은 100%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마라톤은 51%의 자율성으로 뛰는것 같아.
대회 신청을 해야 연습의 동기유발도 잘 되고.
난 대회를 연습삼아 뛰긴 하지만....
너도 함 뛰어볼래?
내 헌 운동화 하나 줄테니 1K 부터 시작해 봐.
산행은 시간을 일부러 내야 하지만 마라톤은 자투리 사간을 이용할 수 있거든.
아무리 천천히 뛰어도 1K 가 10분 넘게 걸리지는 않을거다.
1K 처음 뛰면 참 길다. 헌데 결국 끝이 있거든.
점점 시간이 단축되면 그 다음엔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면 된단다.
뛰면서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마라톤의 알맞은 속도.
숨이 턱에 차면 길게 절대로 못뛰거든.
더구나 내가 선수할것도 아니고 입상할것도 아니니 내 몸이 받아들일 만큼의 속도로만 뛰면 되.
난 일부러 시간도 보지 않는다.
헌데도 뛰어보면 거의 속도가 일정하더라.
빨리 못 뛰는 대신 걷지도 말자가 내 마라톤 철학?
걷는게 좋잖아.
헌데 같은 거리를 뛰면 조금 빨리 끝낼수 있고 같은 시간을 투자한다면 좀 더 먼 거리를 뛸 수 있겠지.
걷듯이 함 뛰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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