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경춘선 타고 주발봉 찍고 호명산 가기 (5/10)

산무수리 2009. 5. 11. 22:31

‘입하(立夏)’ - 곽효환(1967∼ )


담장 너머 다시 꽃이 피었다 지고

산 너머 봄이 머물다 가면

손톱 끝에 봉선화 꽃물

대롱대롱 매달려

아스라이 져 가는데

노을빛 고운 저녁 무렵

바람을 타고

작은 그리움이 큰 그리움을 부른다

작은 슬픔이 깊은 슬픔을 부른다



그리고 혹은 그렇게

여름이 왔다


땅거미 내리면 포르스름 저녁밥 짓는 연기 오른다. 집집마다 애들 불러들이는 소리, 골목마다 컹컹 개짖는 소리. 기차 타고 저물녘 농촌 산촌마을 지나다 보면 오늘도 그 소리 들리는 듯 마음 그늘져 오고. 봉선화 꽃물 들인 누님 돌담에 기대 부르는 듯. 어린 봄날 그렇게 저물고 무성한 여름 오는 건가. <이경철·문학평론가>



 

만나는곳: 2009.5.10 (일) 7:50 범계역, 9:30 청량리발 열차, 18:40 청평역 승차

코스개관: 청량리역 (9:30)-터미널에서 1330-2 버스이동(3야수교 ,빗고개, 11:00)-등산로 입구 (11:30)-주발봉-발전소고개-호명호-호명산-안전유원지 (17:30)-청평역 (18;40)

멤버: 당나귀 산악회 5명

날씨: 여름이 왔다. 그나마 산에 그늘이 많았고 바람도 간간히 불어주었다

기타: 올라가는 차편을 예약해 놓아 초장 여유 부리다 시간에 쫓겨 본의 아니게 빡센 훈련 산행이 되었다.

 

토욜 모처럼 달리기 연습을 했다. 모처럼 해서인지 다리가 뻐근하다.

일욜 당나귀 산악회 번개산행에 참석. 지난 산행은 화야산-뽀루봉을 했고 이번엔 호명산을 한다고 한다. 못 가 본 곳이라 더 좋았다.

아침 범계역에 나가니 이대장님과 부회장님 두분만 나오셨다. 박형 부부는 청량리역으로 직접 온다고 한다.

오늘 멤버는 5명. 단촐하다. 먹을것 많이 싸 왔다고 부회장님 음식 남을까 걱정이다.

 

이촌에서 청량리행 중앙선을 타고 가니 30분 정도 여유가 된다. 대합실에는 남녀노소 사람들로 버글거린다.

우리 옆자리 단체 젊은언니들. 어디 가시냐고 하니 수목원에 가신다는데 무슨 수목원인지 모르고 그냥 따라 나서신다고..ㅎㅎ

나중에 보니 청평에 함께 내렸는데 아침고요 수목원에 가시는거다. 이 언니들이 사탕, 껌을 나누어 주셔서 얻어 먹었다.

기차를 타고 가니 자리 없는 사람들은 통로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간다. 이런게 기차의 낭만이라는 이대장.

그 낭만을 즐기고자 맥주 한 캔 나서 한 모금씩.

어린애 데리고 탄 애 엄마한테 자리를 양보하는 이대장님. 그 덕에 오징어도 한마리 안주 하라 사준다. ㅎㅎ

 

1시간 조금 더 걸려 청평역에 내렸다. 걸어서 5분 거리 터미널에 가니 안양에서 직접 오는 버스도 있네?

뭐야? 이 버스 타고오면 바로잖아? 왜 전철 기차 갈아타고 온거야?

귀가 할 때는 기차가 막히지 않고 좋지만 아침엔 버스타도 괜찮을텐데?

차비가 비싸다나 뭐라나? ㅍㅎㅎ

청량리에서 오는 좌석 1330-2 를 타고 3야수교 앞 하차. (빗고개 넘어서라고..)

 

 

버스를 내려서

 

등산로 입구

 

 

한고비 올라서서

 

이곳에서 야수고 앞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작은 공원과 화장실. 그 앞의 등산 안내도와 주발봉 가는길 표시. 2시간20분 적혀있다.

이길 호젓한 오솔길. 오른편 길 건너의 종교시설인지 놀이공원인지 정체불명의 크나큰 건물.

쉬지않고 올라가는데 오늘 날씨도 덥다. 그나마 그늘이 대부분이라 천만다행.

이 시설 옆으로 등산로가 지나가는데 버섯모양의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니 이왕이면 음악 들으며 점심 먹자고.. ㅎㅎ

 

 

 

 여기가 주발봉

 

일단 주발봉 찍고 주발에 밥 담아 먹자 했다.

큰 오르내림이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덥긴 더웠다.

송신탑 같은 작은 시설있고 판자에 씌여 있는 주발봉. 헌데 너무 협소하고 땡볕이고 쉴 곳이 없다.

 

 맛 좋은 점심먹기

 

주발봉 지나 조금 호젓한 공터에 자리잡고 남미언니가 싸 준 맛 좋은 푸짐한 반찬으로 아주 잘 먹었다.

박형이 술을 마다하니 두 이씨가 주고니 받거니 바쁘다.

오늘 이 산에서는 사람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완전히 우리가 전세를 낸것 같다.

하긴 이 더운날 산에 오는 사람이 미친 사람이라 하면서 우리끼리 웃었다.

 

부회장님 왈 당신은 사이비 부회장이라는 자조의 말씀.

회원 다 모여 만장일치 부회장으로 선출 된 걸로 아는데 무신 폭탄선언?

덩덩당당한 부회장님 맞다고 새삼 확인.

그러면서 동안총무나 경림씨 같은 명 총무가 없으면 이 산악회 존폐가 위태롭다는데 의견을 같이 해 두 총무님께 잘 보이기로..

 

 

여기가 발전소고개. 뒤에 보이는건 아시안 게임 사이클 기념석

 

조금 더 내려가니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차 불러 타고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웃기는 부회장님.

이곳이 발전소 고개인가 보다. 발전소 고개 지나니 나오는 큰 공터와 상천 내려가는 도로.

 

 

죽게 올라오니 나오는 포장된 도로

 

호명호는 보일듯 보일듯 보이지 않는다. 밥 먹고 배 불러 힘들어 죽겠는데 이대장이 앞에서 빼니 덩달아 쉬지도 못하고 뻐근한 다리를 끌고 올라갔다.

갑자기 임도가 나온다.

여기서 사람을 처음 만났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호명정이라는 정자가 보이고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데 물은 많이 빠졌지만 제법 넓다.

헌데 여긴 버스도 들어오네?

이곳은 양수발전소로 완전히 유원지로 만들어 놓아 여기저기 나무데크도 있고 전망대도 있고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다.

 

 

 

호명호가 내려다 보이는 정자 앞에서

 

호명호 반대편 조망

 

전망대도 있고...

 

호명호 주변은 완전히 유원지 모드

 

호명산 정상을 향하여..

 

 

 

호명산으로 붙기 전에 설치되어 있는 나무데크. 헌데 이곳에서 호명산 정상까지 2시간30분 걸린다나?

 

 

 

 

정상에서

 

이곳에서 호명호를 보면서 호명산 정상으로 가는 방향으로 올라서니 정상까지 2시간 30분 걸린다고?

엥? 지금이 벌씨 3시반인데 정상까지 그렇게나 걸리면 언제 하산하고 기차 놓치는거 아니야?

이때부터 쉬지도 못하고 죽어라 올라갔다.

간간히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다들 힘든 표정. 더 걱정된다.

한참 죽어라 가니 중간 지점인지 정상까지 40분. 우리가 올라온 호명호까지도 40분.

기차봉이라는곳을 내려서서 잠시 쉬었다 내려가는데 이곳도 경사가 꽤 급하다.

아무튼 거의 쉬지않고 호명산 정상에 갔다. 1시간 걸렸다. 정말이지 죽을뻔 했다.

 

 

 팔당댐 바로 위 전망데크에서

 

호명산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안내판을 많이 설치해 놓았나. 누군가 개인이 해 놓은것 같다.

정상은 제법 넓어 조금 길게 쉬고 사진도 찍고 하산하는 코스도 군데군데 급경사가 제법 많았다.

마지막 전망대가 보이고 전망대 근처에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까지 매점처럼 설치 해 놓았다.

참 친절한 산이다 싶었다.

 

 하산길

 

 드디어 산행은 끝이나고..

 

호명산 베이스캠브 주인장

 

드디어 청평호가 보인다. 막판 급경사 내려오니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

징검다리를 건너니 완전히 폐가가 된 유원지에 하나 있는 간이매점.

이 매점에서 박형네가 준비한 김치찌개를 끓여 소맥으로 하산주를 기차 탈 시간 막간을 이용해 먹었다.

 

헌데 이 집 주인이 호명산 곳곳 안내판을 자비를 들여 직접 설치 한 분이라고...

참 대단한 분이다. 부인은 장사하고 (부인이 더 화통해 보였다) 남푠은 등산로 정비하고 지도 필요한 사람은 지도도 나누어 주고...

수돗가도 있어 세수와 발까지 닦고 기차 놓치겠다고 조바심 치는 사람이 있어 바쁘게 골목길을 돌아 역으로 가는길.

 

폐촌 분위기 나는 청평유원지

 

 

 

 

 

청평역에서

 

청평이라는 동네는 귀곡산장 같은 분위기. 한때는 유원지로 명성을 떨쳤을것 같은데 길도 새로 나고 쾌적한 시설이 늘어난 탓인지 동네가 스러져 가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등산객들 산행 왔다 밥 먹고 가는것으로는 갱제에 별 도움이 안되는건가?

아무튼 등산객들이라도 많이 가평 인근의 산을 찾아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무사히 역에 와서 사진도 찍고 남은 맥주 한명 싸 가지고 와 막판까지 먹고 5분 정도 연착한 기차 무사승차.

 

올라가는 차편 예약을 하니 앉아서 가는건 편한데 기차 시간에 맞춰 하산하느라 막판 빡센 산행을 지대로 했다.

그 덕(!)에 뒷풀이 시간도 짧고 굵게 하고 아무튼 재미난 경험이었다.

다음주는 한강기맥을 경방 풀려 다시 시작한다니 회원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겠지?

덕분에 새로운 산을 또 하나 추가했고 푸짐한 먹거리로 먹여주신 관계자들께 감사 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