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표 사진 - 산청 황매산 (5/4)

‘등나무 사랑’-김영남(1957~ )


　나는 등나무 꽃이 되리라.

그대 머리 위에 모빌처럼 매달려서

향기를 넓게 뿌려주리라. 그 향기로

그대 앞길을 밝히는 등이 되리라.


만일 향기가 다 떨어지면 나는

그대 하늘을 꾸미는 지붕이 되리라.

지붕이 되어 서늘한 그늘을 선사하리라.

벤치를 갖다 놓고 친구들도 초대하리라.


아, 나는 등나무의 마음이 되리라.

어두운 세상에서도 그대 하나만 붙들고

두 겹 세 겹, 아니 수없이 보듬고 도는

저 등나무의 끝없는 사랑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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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세상에 보라색 꿈 주렁주렁 열리고 있습니다. 오동나무, 등나무 꽃 피어 오르내리면 친구들 불러 모아 달착지근한 시절로 돌아가고픕니다. 보라색 향기로 온 세상 성스럽게 밝히고 싶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단 한 사람 그리 그립던 그 시절 등나무 벤치에 앉고 싶습니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