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경전’ - 이덕규(1961∼ )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마음대로 제 밥그릇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 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환한 봄 햇살, 졸고 있는 만물 설법하네요. 찌그러진 개밥그릇 하나 으르렁그르렁 이승 삶과 밥의 불성(佛性) 일깨우네요. 새봄 갓 나온 시집 표제시 그런 경지 재밌게 읊고 있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1. 만나는곳: 2009.5.16 (토) 13:00 사당역 5번 출구
2. 코스개관: 사당역-원각사-삼굴바위-까치산-총신대앞-현충원담장길-흑석동 달마사 (13;10~15:50)
3. 멤버: 영등산악회 6명
4. 날씨: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날. 비 때문에 관악산 대신 까치산으로 변경
매달 3토에 가는 영등산악회.
주최측 입장에서는 비 온다고 취소하긴 좀 그렇다. 혹시나 날씨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그나마 월 1회 산행인데 한달만 빠지면 간격이 너무 길다.
공지는 하지만 사실 이런날 산에 안 오겠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출근길 고천사 배낭매고 오는거 봤다. 오히려 회장님이 팔이 아파 우산들고 산행 힘든데 빠지면 안되냐고...
자꾸 그러시면 총무 삐집니다.
카페에 글을 올려도 잘 봤다 수고했다 아는체도 안하면서...
오샘 집에 가 옷 갈아입고 온다고 한다. 전에 선물받은 바지가 뭔 줄 몰랐는데 알고보니 등산바지라고.. ㅎㅎ
티셔츠는 오마니 옷 빌려입고 온다고 윗도리는 뭘 입냐고 물어본다.
추리닝이라도 좋으니 잠바가 좋다 했다.
넷이 전철 갈아타고 사당역에 도착하니 이샘과 오샘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준비성 많은 이샘이 잠바를 몇개나 준비해 하나를 오샘 빌려주었고 오샘 천 배낭은 자기 배낭에 집어 넣어 준단다.
비옷 들고온 줄 안 고천사 열어보니 배낭카바다. ㅎㅎ
나름대로 젖지 않게 옷을 입고 씌우고 우산쓰고 산행 시작.
남성역에서 사당역쪽으로는 와 봤는데 반대로는 처음이라 긴장했다.
원각사 잘 찾았고 계곡길 건너 삼굴바위 가는 길도 못 찾은줄 알았는데 끈 두개 묶여있는 표시를 보고 역시나 무사히 찾았다.
이제야 좀 긴장을 풀 수 있다.
이젠 끝까지 노 프로블럼.
엄살 부리던 회장님도 오늘 코스는 너무 좋은가보다. 헌데 1시간도 채 못했는데 비 오는날 이 정도면 된거 아니냐고...
뭔 말씀을. 2시간은 해야줘...
한 팀이 낙성대에서 관악산 올라왔다는데 도로 하산한다며 단체 사진을 부탁한다.
헌데 산행 제대로 한것 같지 않고 하산한 눈치다.
사진을 찍어주니 복 받을거라며 사당역에 가 로또 한장 사시란다.
이 팀은 도로 낙성대 방향으로 하산하고 우리들은 까치산 방향으로 go.
간간히 시계 트이는 곳도 있고 운해에 쌓인 관악산도 멋지고 곳곳의 정자에서 고천사와 김조교가 가져온 간식을 먹었다.
이샘은 오늘도 바나나 한꼭지 사오셨다. 바나나 농장 하시나?
까치산에 가까워오니 아카시아 떨어져 길이 완죤히 꽃길이 되었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더 멋졌을것 같긴 한데 오늘 길은 오솔길로 비 와도 나름대로 운치도 있고 사람도 거의 없어 정말 좋았다.
막판 동래정씨 사당으로 내려가는 길로 가자니 조금 아쉽다.
그래도 직진을 하니 길이 계속 연결된다.
푸르지오 101동 앞으로 내려와 자이 101동을 바라다 보며 걷다 우측으로 난 오솔길이 나와 그 길로 따라 걸어 한참 내려가니 나오는 삼호그린 아파트.
복덕방에 길을 물어 육교를 건너니 총신대 정문.
현지인인 세일러마한테 전화를 하니 총신대 정문 지나 조금 올라가면 현충원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과연 올라가니 산길로 연결이 된다.
담장이 나오고 이정표에 달마사 0.8, 총신대 0,8K.
이젠 담장만 끼고 걸으면 되는거지?
군데군데 배드민턴장, 운동기구 시설이 나온다.
상도동 개방문 지나 서달산 정상을 찍었어야 했는데 우회길로 가니 정상을 놓쳤다.
내려오다보니 달마사 바로 옆의 동물이동통로길.
내려오니 찻길이다.
걸어 내려와 흑석시장의 칼국수집에서 칼국수, 보리밥을 시켜 먹었다.
술을 팔지 않아 슈퍼에서 막걸리와 부추전을 사다 간단한 뒤풀이.
이렇게 먹다간 금방 부자될것 같다.
식이요법 하는 백성이 2명이나 있는지라 5인분을 시켰는데도 먹다먹다 남겼다.
버스 타는곳 알려주고 난 온김에 오마니집에 들리니 셋째 오빠가 마침 와 있다.
오마니 팔순 의논하다 오마니는 아들, 사위 옷 해 주고 싶으시다고 돈을 내 놓으신다.
이번 팔순은 오마니를 위해 아버지가 쏘신다고 음식점 예약하라시며 돈을 나한테 맡기신다.
오빠가 음식값은 내겠다고 도로 드리니 이번엔 아버지가 당신은 그럼 딸과 며느리 옷 해 주고 싶으시다고 봉투를 도로 주신다.
부모님 마음이란 그런건가 보다.
받는게 썩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주고 싶어 하셔서 결국은 다 받았다.
대신 오마니 옷은 내가 해 드리기로 했다. 아직 시간 많으니 뭐 필요하신가 잘 생각해 놓으시라고...
두분이 참 별걸 다 샘내신다 하고 웃었다.
김장김치 얻어가지고 오면서 흑석시장에서 장 봐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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