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9년 일기

귀한 씨앗 이야기 (10/9)

산무수리 2009. 10. 9. 23:57

'구절초 시편’-박기섭(1954∼ )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하얀 하늘, 파란 하늘, 놀 진 하늘 색깔 닮은 구절초, 쑥부쟁이, 들국화 꽃 피어나며 가을 부르고 있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며 앞섶 풀어 이 땅, 조선의 순정한 빛깔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날 찻물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는 시조 세 수 참 그윽하네요. 구절초 같은 가을차 한 잔 얻어 마시며 삶에 헤진 마음자리 땀땀이 깁고 싶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오늘 점심시간.

올해 전근 온 이미자를 좋아하는 동갑나기와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교에 전근왔다고 하면서 3월 산행에 꼭 함께 간다고 하더니 갑자기 방문한 손님때문에 참석을 못했다.

헌데 등산 마인드는 아닌듯 그날 복장도 운동화에 빨간 스웨터.

그래서인지 그 다음엔 산에 간다는 연락에도 영 소식이 없었다.

 

헌데도 시한부 백수기간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다.

엄홍길 휴먼 원정대에 감명받아 무작정 가기로 했다는데 트레킹보다는 여행 마인드로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는 말만 풍편으로 들었다.

이번 10월 산행에는 본인 결혼 외에는 꼭 참석 해야 한다고 하니 3000 m 아래 산을 어찌 가겠냐고 웃긴다.

왕년에 안나푸르나 안 간 사람이 어디 있냐고 일단 기 죽여놓고 3월 약속을 이제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이 가을 함께 정들어보자 했다.

아니면 따 시킬거라고 협박까지 하면서...

 

남자이면서도 패션에 관한 관심이 무쟈게 많고 (늘 베스트 드레서는 아니지만) 가끔씩 튀는 복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특히나 늘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마치 오늘은 무슨 일이 날 행복하게 할까 기다리는 사람같다.

같은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니 젤로 행복한 사람인것 같다.

어려서부터 이미자를 좋아한다는 특이한 취향이었는데 알고보니 12남매 중 10번째로 장남이고 11번째만 아들이고 10명이 딸이란다.

그 어머니가 10번째 아들을 낳기까지의 그 기다림. 이미 해탈의 경지였을것 같다.

그중 자기를 예뻐하던 누나는 하도 동생이 붙잡고 늘어져 하마트면 학교도 못 다닐뻔 했다고.

헌데 이 누나가 이미자 팬이라 늘 이미자 노래를 따라부른 영향으로 자기도 누나 등에 업혀서 이미자 팬이 되었다고 한다.

바로 앞에 앉은 채샘. 자기도 10남매라 어디가면 형제 숫자로는 지존인데 처음으로 졌다고 웃긴다.

고천사 7남매도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5남매라 너무 많다 싶었는데 게임이 되질 않는다. ㅎㅎ

 

이 귀한 아들의 이름이 귀종(貴種).

중학교때 한자를 배워보니 자기 이름이 귀한 종자라는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소중한 느낌이 전해지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하니 반듯하게 자랄 수 밖에 없었지 싶다.

12남매를 낳은 어머니는 87세에 돌아가셨는데 12남매가 다 임종을 지켰다고 한다.

그러면서 12남매가 일제히 곡소리를 냈으니 그야말로 동네가 다 떠나가는듯 했다고.

장지에 모시는 날은 흰옷 입은 사람들이 온산을 덮어 흰눈이 내린듯 했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까지 덩달아 귀해질것 같은 마음.

10남매 출신은 조카 계론식이라 부득히 빠지고 귀종씨는 10월 산행에 온다고...

산행에서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