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9년 일기

친구 덕에 멋진 공연을 보다 (10/29)

산무수리 2009. 10. 31. 07:49

‘견딜 수 없네’-정현종(1939~ )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흘러가는 것, 지나간 시간들의 상처. 추억이 아니라 상흔이라니. 이 가을 내 마음도 여리어져 견딜 수 없네. 인간적으로 터진 한탄도 이리 정갈할 수 있을까. 『시경(詩經)』에 공자 이르길 즐겁되 음탕하지 말고 슬프되 너무 상심해 울지 마라 했거늘. 무상(無常)에 대한 눈물 보이지 않는 아픔의 운율, 시월의 마지막을 더 아프고 견딜 수 없게 하네. <이경철·문학평론가>

 

 

국악공연이 있다고 시간 되면 함께 보자는 하늘.

이런 기회가 아니면 문화생활 접할 기회가 없는지라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기로 했지만 음악회보다는 친구 만나는데 더 의의를 두었다.

헌데 주최측인 하늘이 고3 아들이 갑자기 많이 아파 공연을 볼 수가 없다고 표 맡겨 놓을테네 리사와 함께 보라 연락이 왔다.

 

나 역시나 넘어져 받힌 어깨주변이 울리면서 기침이나 재채기 할때 아파 병원에 가니 갈비뼈는 다치지 않았는데 가슴 타박상이 오래 간다고 운동 당분간 하지 말라고 한다. ㅠㅠ

약 처방 받고 광화문에서 리사와 미국에서 온 리사 친구분 셋이 만나 저녁을 일단 먹었다.

그리고 공연장 로비에 가 보니 사람이 많은데 주머니 하나씩 들고 있다.

공연 내용을 물어보니 정악, 퓨젼, 창작 등 다양한 레파토리다.

라디오 국악시간에나 들을 수 있는 공연을 들을 수 있을것 같다.

 

 

제목은 '전통나눔 음악회'

 

사회는 윤인구 아나운서와 오정해씨.

생각보다 규모가 큰 음악회인가 보다...

 

1부는 국립국악원의 수제천, 무용과 곁들인 '선유락'

제대로 된 정악을 들을 수 있는 황홀한 감동.

 

2부에는 공명이라는 퓨젼 그룹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

그리고 숙명가야금연주단, 공명, 비보이이 공연.

가야금 연주도 좋았지만 비보이 공연을 보니 학교에서 말썽 부리는 우리 아해들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저 친구 대부분은 학창시절 공부 안하고 춤 추러 다닌다고 속께나 썩였을텐데...

우리 아해들도 철들면 뭔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겠지?

그 웬수같던 아해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감정.

이어서 듣기도 처음인 해금플러스와 태너의 카루소. 해금플러스와 숙명가야금연주단의 협연.

참으로 신나고 감동적인 무대.

  

  

3부는 명인과 KBS 국악 관현악단의 협연.

가야금 명인 황병기님의 공연. 너무 쇠약한 모습에 잠시 숙연해 지긴 했지만 연주 혼 만큼은 느낄 수 있다.

해금 협주자인 강은일씨. 한복이 아닌 드레스와 구두 차림의 정열적인 연주. 완전히 반해 버렸다.

해금이란 악기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바이올린 부럽지 않은 우리의 악기다.

이어서 안숙선씨의 심청가 한 대목.

이분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나이를 잊게 하는 공연 모습은 감동을 느끼기 충분했다.

 

이 모든 공연이 무료인데 인터넷으로 신청해 볼 수 있었다고.

대신 나누어준 주머니는 '복'을 나누는 의미가 있고 대신 봉투에 자유롭게 후원금을 낼 수 있나보다.

연주가 너무 마음에 들어 처음 생각한 액수보다 조금 더 넣었다.

돈 내고 봐도 결코 아깝지 않은 한 자리에 모으기도 힘든 그런 공연을 친구 덕분에 봤다.

칭구,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