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홍해리(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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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 세상이 빛과 소리에 취해
원형의 전설과 추억을 안고
추락,
추락하고 있다
투명한 보랏빛 구슬 자잘자잘 깨어진 사금파리. 여름내 반짝이던 싸리꽃 자지러든 자리 갈대꽃 피어 피어 은빛살 출렁이고. 금방이라도 끊길 듯 팽팽한 하늘 투명의 심연. 비스듬히 내리꽂히는 은빛 금빛 햇살 만릿길 떠나야 할 새들 하늘 길 긋는데. 우듬지 위태롭게 앉아 이별과 조락 예감하는 투명하고 씁쓸한 심사. 시월 한가운데 되풀이되는 가을 원형의 전설. <이경철·문학평론가>
코스개관: 평촌출발 (6:30)-연풍ic-당포1리-성주사-1봉(종지봉)-2봉-3봉(장군봉)-성주봉-당포1리 마을회관 (10:00~13:10)
날씨: 아침엔 바람이 제법 춥게 느껴짐. 시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B+ 정도는 된다는 여산의 평가
원래 서락 공룡에 가고 싶었다.
헌데 체력도 딸리지만 요즘 서락가면 개고생 한다고 소문이 나 결국 안 가기로 했다.
갑자기 뭘 하고 놀아야 할지...
토욜은 영등회 산행을 해야 하고 일욜 도봉산에 갈까 했는데 선수모집이 되질 않는다.
혹시나 해 여산 같이 가자 하니 대미산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나무천사는 썩 내켜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간다고 콜.
목욜 당나귀 번개산행으로 주흘산, 부봉을 간다고 함께 가자 연락이 왔다. 하루만 일찍 했어도 어디 갈지 고민도 안하고 사정해 가면서 산에 안가도 될 뻔 했는데...
당나귀에서는 얼굴 잊어버리 겠다지만 그래도 선약이 우선인지라 대미산에 가기로.
저녁 여산에게 연락해도 전화기 꺼져있다고 툴툴거리는 나무천사. '나 안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쌀도 씻어놓고 김치찌개도 가득 끓여놓고 알람을 5:30 맞춰놨는데 전화.
5:10. 여산이다. 10분 있으면 평촌 도착이라고... 엥?
헐러벌떡 일어나 밥하고 국 데워 셋이 아침먹고 점심에 먹을 밥 싸고 출발한 시간이 6:30.
네비는 어찌된 영문인지 추석날 목적지인 흑석동에 고정되어있다.
몇번 시행착오 끝에 겨우 오늘 목적지인 여우목고개를 치고 고고~
난 뒤에서 코까지 골고 잤다고 시끄러워 운전 방해된다고 나무천사 아우성.
눈 떠보니 연풍ic. 여기서도 한참 나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기도 하거니와 가을빛이 너무 곱기도 하고 주흘산 능선이 두 작가의 작품의욕을 북돋는지 5분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어댄다.
여우목 고개 차를 대고 산행을 준비하려는데 국립공원 공단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나타난다.
우리가 가려는 코스에 입산금지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작년부터 10년간 입산금지라고...
나무천사는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가지않는 멘트. 결론은 대미산은 입산금지라 안 간단다.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나무천사. (대간 코스라 가 보긴 봤으니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럼 차선으로 조령산 (우리 둘 다 못간 곳)으로 네비를 수정하니 10시반이나 되야 도착한다고 너무 멀단다.
지도는 대미산것 밖에 없고 내려오다 왼쪽에 보이는 바위군으로 된 산 하나를 가르키더니 저길 가면 어떠냐고 한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 주민 한분에게 물어보니 성주사로 해서 1시간반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마을 골목길로 해서 구불구불 성주사 방향으로 가는데 깨 털던 할머니께서 자기 집 앞에 차를 대고 가라신다.
갈때 사과 사 가지고 가면 더 좋다고...
이 산 좋으냐고 하니 주말이면 차 7대도 들어온다고 해 오늘은 왜 한대도 안 보이냐고 하니 오늘 이 동네 벼 말리는거 소문나서 그런가보다 하고 웃기신다.
할머니도 '워낭소리' 한편 찍으셔야 겠다고 웃겼다. '깨 터는 여인'이라고...
막상 차 대고 성주사 올라가는 포장된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정말이지 걷기 싫었다. 차 더 타고 올걸 하고 후회를 했다.
성주사 뒷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고 표지기가 제법 달려있긴 하지만 내심 동네 뒷동산이라고 영 흥도 안나고 기운은 없어 기듯이 걸어 올라갔다.
화강암은 확실히 아닌 암릉이 보이고 이 암릉을 돌라 올라가니 보이는 종지봉. 돌무데기 쌓은 곳에 조금 큰 돌멩이에 종지봉이라고 적혀있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정상석.
오늘 사람 한명도 못 볼줄 알았는데 벌써 하산하는 2명을 봤는데 아래에서 홀로 온 등산객 한명 (여벌 등산화인지 배낭에 걸고) 후다닥 지나가고 혼성팀 한팀이 올라온다. 혹시 지도 있냐고 하니 보여준다. 이 팀도 이 산은 초행이라고 하면서 인터넷에서 찾아 가지고 온다고 한다. 원주 분이라고...
만만한 줄 안 이 산이 하산길은 밧줄잡고 내려가는 구간.
위험까지는 아니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코스.
2봉도 역시 돌아 올라가고 내려오는 코스는 밧줄구간.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등산로는 편안한 코스가 제법 많고 산은 솔잎이 떨어져 푹신한 길.
욕산인가 하면 암릉이 나타나고 험하다 싶으면 평탄한 흙길이 반복되는 묘한 산.
군데군데 조망도 트이는 곳도 보이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코스. 산행 시간도 길게 하면 5시간 반으로 적혀있었다.
꼬박 2시간 만에 4봉인 성주봉 도착. 960m.
정상석 옆에 식탁으로 쓸 수 있는 바위가 있고 여기서 운달산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는 이정표.
일단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바람이 좀 잠잠해져 밥을 먹는데 큰 지장은 없다.
밥 먹고 일어서려니 원주팀 도착. 사진 한장 찍어주고 나무천사 지도 다시한번 빌려보더니 길이 두갈래인데 바로 떨어지는 코스가 하산코스라고 우긴다.
왼쪽으로 가는 길은 운장산 가는 길이라는데 그건 아닌것 같은데 결국 한사람이 우겨 두사람이 지고 말았다.
우리가 내려가는 길은 막바로 내려가는 길로 정상을 가깝게 올라오는 길이지 주등산로는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이 산 등산로 개척하다 숨진 사람 비까지 하니 새겨져 있다.
군데군데 험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갈만한 길이었다. 헌데도 이길도 제법 길었다.
계속 등산로가 우측으로 돌아 내려오는걸 보니 거의 원점회귀가 되는것 같다고 하니 길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고 우기는 나무천사.
하산해 보니 당포1리 마을회관.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 보니 조금 더 가다 제대로 된 등산로로 내려왔어야 했다. 우리가 내려온 길이 조금 더 험한 코스였다.
우리한테 아는체 하던 원주 분들도 이 코스로 올라가려다 마을 주민이 이쪽으로 가지 말라고 알려주어 성주사로 갔다고...
헌데 이 동네 사과 과수원에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고 감나무도 많고 뒤에는 성주봉이 자리잡고 있는 아주 살기 좋은 마을이다.
큰 나무의 사과는 낙과가 거의 없는데 작은 나무일 수록 낙과가 많다.
대저 사람이나 나무나 연륜이 중요한가 보다. 세월은 그냥 흐르는건 아닌듯.
빈집이 몇채 있어 물어보니 그래도 다 주인 있고 팔 생각이 전혀 없는 집들이라고...
5분 정도 걸어가니 차 있는 곳.
그새 깨 터는 여인은 깨 다 털고 말리고 계시다.
그냥 가기가 그래 문경 들어서자 마자 사과 한상자 샀지만 사과를 보러 들어가보니 사과가 작고 아무래도 낙과 같다고 여산 못 믿겠다고 직접 따 가지고 간단다.
사과 바구니 하나씩 메고 따러 밭에 가니 심은지 얼마 안된 작은 나무에 상품성 떨어지는 사과들.
한바구니씩 채워 땄다. 값은 싸서 큰거 한박스에 2마넌.
그 사과를 소 사료푸대에 담아준다.
소도 키우냐고 하니 화초로 한마리 키운다는 할머니. ㅎㅎ
화초가 정말 크다 하고 웃었다. 이 소는 남은 사과도 먹겠다고 웃었다.
사과 따고 잘 놀던 나무천사 빨리 집에 가야 한단다.
산에서 건너다 본 활공장 가는 근사한 길로 여산과 난 가보고 싶어했는데 차 막힌다고 아우성 쳐 결국 그냥 집으로.
눈 떠 보니 여주 휴게소. 호두과자, 커피 사서 정신차리고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특별히 먹고 싶은게 없다.
그냥 집에 가 삼겹살 궈 먹자고 했다.
농수산물 시장 들려 고기 사고 야채 사고 집에 와 바쁘게 밥 하고 된장끊이고 고기 구워 저녁 먹기.
모처럼 집에서 고기 먹는것 같다. (식사 때 집에 붙어 있어야 궈 먹던지 말던지 하지... ㅠㅠ)
여산 집에 가고 치우고 씻고 빨래하고 했는데도 일찍 도착해서인지 시간은 생각보다 늦지 않았다.
-사진은 내 새 디카로 나무천사가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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