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이 가을 정들기 산행 (삼각산,10/17)

산무수리 2009. 10. 19. 23:37

‘코스모스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 문인수 (1945 ~ )

 

코스모스들이 손뼉 치며 손뼉 치며 죄, 웃는다.

구름이 지나가도 새 떼가 지나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나가도

수줍게 가만가만 흔들리던 코스모스들이

기차만 지나가면 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기분이 나쁜 기차가 더 빨리 달려가고

코스모스들은 까무러칠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 잘 다녀오셨는지요. 지천으로 피어 온몸으로 수줍게 흔들리며 맞던 코스모스 떠나오는 기차 안, 찻길에선 이 시처럼 까무러칠 듯 자지러지게 웃지는 않았는지. 구름, 새 떼, 할아버지 할머니, 고향 모든 것 유유한데 서둘러 귀경하는 속도 비웃지는 않았는지요. 참 즐겁고 밝고 쉽게 읽히면서도 속도에 쫓기는 우리네 삶 돌아보게 하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1. 만나는곳: 2009.10.17 (토) 13:30 구파발 전철역 1번 출구

2. 코스개관: 푸른농원(14:00)-국사당-숨은벽-호랑이굴 우회-백운봉-위문-백운산장-도선사 주차장 (18:10)

3. 날씨: 오전에 간간히 비가 내렸으니 오후가 되니 산행 하기 좋은 가을 날씨. 정상 근처의 단풍은 피크.

4. 멤버: 영등회 10명

 

 

 

 

 

 

 

 

 

 

 

 

 

 

 

 

 

 

 

 

 

 

 

 

 

 

 

 

 

 

 

 

 

 

 

 

 

 

 

 

 

영등회 월례산행인 3토. 1학기 거의 내내 비가 왔었다. 헌데 금욜부터 비가 내려 아직도 저주(!)가 풀리지 않았나 고민.

이젠 비 오는데 산에 가냐고 묻는 사람도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산에 가는걸 당연히 여겨서라고 애써 위안을 삼는다.

영등회 고정멤버인 이샘은 지리산 종주에 나섰고 오샘은 발가락 부상으로, 옥샘은 포대 산행 후 무릎이 아직 덜 나아 조심해야 한다고 하고 막내인 윤경샘도 할머니가 아프셔서 부득히 못 간다고...

삼각산 중 젤로 예쁜 숨은벽을 단풍이 제일 예쁠 이 계절에 가는데 정말 아깝다.

그나마 기쁜소식은 김공주, 염관장, 귀한종자가 처음 산행에 동참하고 경호샘, 박작가도 올 들어 처음 산에 오나보다. 가을이 단풍이 좋긴 좋다.

 

막걸리 3병 사고 노량진에서 전철타고 구파발에서 버스 환승하니 토요일 오후인지라 널널해서 좋다.

이번엔 사기막골까지 가지 않고 효자비 다음정거장인 푸른농원에서 하차 해 국사당을 지나 우측 계곡길로 올라가는데 숨은벽 어프로치는 이 길이 그중 짧은것 같다.

오늘 귀한종자의 패션은 까만 블라우스같은 프릴 달린 남방. 그리고 ABC 트레킹 갈 때 샀다는 빨간 배낭과 가느다란 스틱. 패션이 아주 그냥 죽여준다. 오직해야 배낭 사는 곳에서 남자 분이 빨간 배낭 사느냐고 묻더란다. ㅎㅎ

 

오늘 산행에서 제일 염려되는 사람은 김공주. 허나 갸냘픈 사람들은 긴 산행이 아닌 경우 대부분 잘 간다. 그리고 오늘은 머슴이 6명이나 되는지라 (오늘은 여성산악회라는 말 빼 달라는 청탁도 들어왔다) 업고서라도 갈 수 있으니 걱정이 없다.

그래도 초장부터 장공주, 고천사가 내달려 올라가고 귀한종자는 산행이 너무 빨라 힘들다면서도 여기도 역시나 워낙 호리호리한 체격이라 엄살과는 달리 잘만 쫓아온다. 오히려 내가 내색은 못하는데 힘이 딸린다. ㅠㅠ 연일 산행에 에너지 고갈이 된건가 자연 노화현상인가...

 

능선에 섰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반은 처음이고 반은 두번째 온 사람들.

작년 9월 산행에서는 더워 여름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가을의 한 가운데 들어온 듯한 느낌.

오늘 젊은 꿈나무들이 대거 불참해 대놓고 자신이 영계라고 주장하는 박샘도 숨은벽 경치를 보더니 만족한것 같다.

전망바위에서 보는 숨은벽은 험해 보이고 멀어 보인다. 허나 막상 가보면 생각보다 가깝다.

문제는 숨은벽 바람이 너무 쎄 자칫 날아갈것 같다.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바람 불지않는 곳에 숨어 간식먹기.

막걸리, 커피, 샌드위치, 사과...

제법 쌀쌀한 날씨이지만 화기애애한 모습.

박작가 사진 찍느라 바쁘고 귀한종자는영화 찍느라 바쁘다고 자연스럽게 대화까지 주문. ㅎㅎ

조금 험한 코스에서 김공주는 거의 업어 내린다. 그래도 업는데 영계가 젤로 앞장서니 용서해 준다.

 

호랑이굴 가는 조금은 지루하고 힘 빠지는 길.

여기도 단풍이 피크다. 여기에 오니 사람이 비로서 많아진다.

김공주까지 무사히 이곳 통과하고 백운봉 올라가는 곳에서 김공주 안 올라가고 기다린다고 한다.

홀로 기다리면 춥기도 하고 여기까지 와서 백운봉 안 올라가면 말이 안된다고 공갈과 협박으로 회유하고 가방도 들어다 주어 겨우 겨우 백운봉 도착.

막상 정상에서 태극기 아래에서 사진도 찍고 인수봉도 건너다보니 기분은 좋은가보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나보다. 뭐 먹을거 없냐는 사람들.

라샘 챙겨온 떡으로 허기를 면하고 남은 막걸리도 이곳에서 해치우고 단체 사진도 찍고 해 지기 전 하산을 서두른다.

시간이 제법 늦었는데도 간간히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고 백운산장에는 사림이 많고 마당에서는 취사하느라 바쁜 사람들.

구조대쪽으로 내려가니 박배낭 짊어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이쪽 단풍도 붉게 물들어 바쁜 우리를 붙잡는다.

인수도 한번 더 올려다보고 도선사 주차장에 오니 18:10.

꼬박 4시간 산행을 했다. 걸어 내려갈 길을 오리집 차 부른다고 하니 다들 행복해 한다.

키토산오리집(9999-119)에 봉고차 타고 문앞까지 가니 편해 좋긴 하다.

 

오리로스 시키고 막걸리, 소주 취향대로 시키고 즐거운 뒷풀이.

오리고기 배 터지게 먹고 술은 각자 주량대로 먹고 녹두죽과 군고구마로 마무리...

비슷한 또래가 많아 너무 좋다는 귀한종자.

김공주 제대로 된 등산화를 사야 겠단다. 그러더니 11월 청계산 가면 가겠다고...

오늘 처음 온 새신자들이 또 올지 안 올지는 당사자 조차 잘 모를것 같다.

오면 좋고 안 와도 뭐 한번 참여했으니 언젠간 또 오지 않을까 싶다.

멋진 산을 최고의 계절에 동업자끼리의 산행. 거기다 박작가의 멋진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게 되어 이래저래 복많은 백성이 된 하루였다.

감, 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