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9년 산행기

영알에서 (10/24~25)

산무수리 2009. 10. 29. 10:27

‘도토리를 줍는, 저 사람’ 중-정끝별(1964~)


 

 툭툭 가을 깊이 못질을 하듯

버릴 것 다 버린 상수리 숲에 도토리가 쌓이면

체머리 흔들며 누가 이 숲에 와

저토록 헐벗은 가지와 잎새 흔들고 있는가.

(중략)

떨어지지 않는 것 없는 가을 숲에

주워도 언제나 빈 채로인, 저 사람

희고 먼 내 뼛속 얼굴

얼마나 더 욕되게 떨어져야

서늘한 고향땅 흙내음에 닿을까


도토리 한 알 떨어지는 소리 온 산 쿵 하고 울린다. 떨어지지 않는 것 없는 가을 속 깊이 못질하는 소리. 한없이 엷어진 마음은 찢길 듯 썰렁하다. 체머리 흔들며 가지와 잎새 흔들어 도토리 상수리 털고 있는 것, 바람인가? 털 것 다 못 털어버려 아직도 무겁고 욕된 마음인가? 외롭고 그립고 가난한 마음까지도 툭툭 털어버리며 걷자 하는 가을이 깊어가는 길. <이경철·문학평론가>

 

 

 

 

  

 

  

 

 

 

  

 

 

 

 

 

 

 

 

 

 

 

 

 

 

 

 

 

 

 

 

 

 

 

-찍어주신 미산, 도솔산인, 행인, 백곰, 사니조아, 미소, 둘리님께 감사를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