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를 줍는, 저 사람’ 중-정끝별(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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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 다 버린 상수리 숲에 도토리가 쌓이면
체머리 흔들며 누가 이 숲에 와
저토록 헐벗은 가지와 잎새 흔들고 있는가.
(중략)
떨어지지 않는 것 없는 가을 숲에
주워도 언제나 빈 채로인, 저 사람
희고 먼 내 뼛속 얼굴
얼마나 더 욕되게 떨어져야
서늘한 고향땅 흙내음에 닿을까
도토리 한 알 떨어지는 소리 온 산 쿵 하고 울린다. 떨어지지 않는 것 없는 가을 속 깊이 못질하는 소리. 한없이 엷어진 마음은 찢길 듯 썰렁하다. 체머리 흔들며 가지와 잎새 흔들어 도토리 상수리 털고 있는 것, 바람인가? 털 것 다 못 털어버려 아직도 무겁고 욕된 마음인가? 외롭고 그립고 가난한 마음까지도 툭툭 털어버리며 걷자 하는 가을이 깊어가는 길. <이경철·문학평론가>
-찍어주신 미산, 도솔산인, 행인, 백곰, 사니조아, 미소, 둘리님께 감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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